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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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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1일 07시 23분 등록

[북리뷰 16]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 The Diary of Vaslav Nijinsky

 

1. 저자에 대하여

 

바슬라프 니진스키, Vaslav Nijinsky 1889-1950

 

세상의 눈으로 그는 미쳤다. 그의 삶을 출판한 사람도 미쳤고, 그를 읽고 있는 나도 미칠 거 같다. 제정신으로 살 수 없을 정도로 그는 그의 삶에 미치도록 외로웠던 시절들을 토해내고 있다. 피를 토해내듯, 고해성사를 하듯, 숨김없이, 남김없이 그의 삶을 뱉어내고 있다.

 

그는 미친 사람, 심약한 사람, 매우 감성적인 사람으로 비쳐지지만, 그의 글을 통해 비쳐진 그의 삶은 그가 얼마나 세상살이를 고통스럽게 살아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것이고, 어떻게 말할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들의 이해를 위해 자신을 가장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느낀다. 이해한다. 생각한다. 사랑한다.

질퍽하다. 말의 함정에 빠지면 그의 심장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래서 어렵다. 그는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몇 가지 그가 집착하듯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는 동사들을 통해 그가 무엇을 그토록 간절하게 바랬는지, 그의 삶이 무엇을 찾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세상에 이해받기를 원했고, 세상과 소통하기를 바랬으며, 생각하기보다는 느끼기를 그럼으로써 신과 하나 되고, 그렇게 서로 사랑하는 세상을 꿈꿨다.

 

그는 춤꾼이지만, 육체적 한계에 부딪쳐 좌절했지만, 세상에 남기기를 바랬다. 세상이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해주기를 바랬다. 그것이 그가 그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다.

 

그는 매우 고집스러운 사람이다. 연필을 고집했고, 이따금씩 만년필의 불편함을 불평하면서도 만년필을 좋아했다. 자신의 뼈를 살을 베어내고, 뼈를 깎아 내고, 피를 짜내서 쓰기를 하는 사람들의 취향인가 보다.

 

또한 그는 매우 금욕적인 사람이며,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었다. 조금만 먹고, 채식을 하고, 육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그의 고집 때문에 그는 많은 오해와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것을 통해 그 스스로 성욕을 통제하려고 했고, 사랑의 감정을 순수하게 유지하려고 했다. 맑은 영혼을 가지려는 노력이 눈물 나게 한다.

 

그렇지만, 그의 글에서 ‘한 이야기’가 또 반복되는 일이 잦아진다. 채식이야기, 전쟁이야기, 증권거래소, 만년필이야기가 그렇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는 점점 더 몇 가지의 것들에 강하게 집착하고 있었다. 아주 반복해서 ‘신경과민’이 아니라고, ‘미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일까. 그 자신일까.

 

<일기>를 집필하던 1918-1919년 그의 정신질환 증세가 심화되어, 요양원을 전전하다가 1950년 런던의 사설 진료소에서 신장 질환으로 사망했다.

2. 가슴에 무찔러 드는 글귀

 

니진스키의 비극

 

그의 정신은 붕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의 <일기>는 바로 이 시점에서 집필되었다. 다시 말해 1919년 1월 19일부터 3월 4일에 걸쳐 6주 반동안 그가 사로잡혔던 ‘내면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기록한 것이 바로 이 <일기>인 것이다. 니진스키의 전기 작가 리처드 버클은 니킨스키의 생애를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그리고 나머지 30년은 암묵 속에 가려진 60 평생”으로 요약했다. p15

 

이제 세계는 니진스키 자신의 ‘전혀 손대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일기’를 갖게 된 것이다. 만약에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의 <회고록>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불행히도 ‘무용의 신’으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지기 이전의 니진스키의 사생활과 예술적, 인간적 진면목을 세계는 영원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 니진스키의 황실학교 동급생이며 마린스키의 동료였던 부르망은 ... 그의 니진스키 전기는 ‘가장 믿을 수 없는’ 전기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p18

 

니진스키는 장수했다. 그는 61세에 죽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니진스키의 ‘지상적 삶’은 그가 자신이 속한 세계를 떠나 정신요양원을 전전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사실상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 문자 그대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너무나 깊이 너무나 멀리 자기 속으로 은퇴해버린’결과 더 이상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역시 다시는 외부세계를 감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와 세계와의 교통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p21

 

그로 하여금 자신의 꿈에 잠겨 있도록 내버려두세요. ... “나는 그리스도보다도 더 고통을 받았다.”고 자탄했을 만큼 자신에게 슬픔과 고통만을 주었던 이 세계와 사람들 속으로 그 자신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니진스키는 “의사들은 내 병을 모른다. 내 정신은 건강한데 내 영혼이 앓고 있다. 내 병은 너무나 위중해서 곧 치유될 수는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p22

 

그는 무대를 온통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날아다녔으며.... 위로 솟구쳐오를 땐 마치 파리처럼 바닥에서 날아올랐고,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가 다시 도약할 땐 흡사 공처럼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p27

 

그의 허벅지와 다리의 근육은 비상하게 발달했지만 162센티미터 밖에 안되는 작은 키와 짧고 굵은 다리는 이상적인 고전발레리노의 조건으로선 핸디캡임에 틀림없었다. p34

 

“어쨌든 우린 정신이상이 되지는 않아요. 우린 그걸 타고나는 것이지. 내가 의미하는 것은 그럴 소인이 선천적이라는 거야. 처냊와 정신이상은 서로 근친이지. 정상과 비정상은 두 국가 사이에서처럼 국경이란 게 없어요...” p52

 

목요일 상담함. 남자는 약간 어려워하면서 정신질환으로 선고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 과거엔 그의 지성이 아주 훌륭했지만 지금 그는 가벼운 조병성 흥분을 동반한 정신분열적 혼란을 겪고 있다. p53

 

천천히 그가 말했다. ‘여보, 당신은 내게 죽음의 영장을 가져오고 있구료.’ p54

 

나는 어린아이였을 때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내 영혼 깊은 곳에서 울고 있었다. p56

 

그는 자기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과의 교감을 단념하게 된다. “나는 더 이상 즐겁지 않았다. 나는 죽음을 느꼈고 사람들이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나의 방에다 나를 가두었다. 나는 높은 천장을 가진 좁다란 방에 있었다. 나는 벽과 천장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그것은 내게 죽음을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그는 마치 감옥에 갇혀 있는 기분이었고, 오직 춤추고 있을 때만 자유를 느꼈다. p61

 

그가 말하고 있는 ‘감정’은 본능, 다시 말해 무의식의 심적 충동을 의미한다. ‘생각’에 대응하는 ‘느낌’, ‘논리’에 대응하는 ‘직관’에 가까운 것이다. 긜고 그는 생각이나 논리를 거부하고, 사람들이 느낌과 직관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p64

 

니진스키는 단순히 과묵할 뿐 아니라 항상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p64

 

환자의 처는 남편이 항상 낯설고 괴상한 사람이었노라고 말합니다. 니진스키를 잘 알고 있는 그의 하인 역시 그녀에게 같은 말을 했다고 합니다. p64

 

나는 그것이 슬라브인의 전형적인 성격이라 여겼다. 확실히 그는 대단히 민감했지만 예술가에겐 그렇게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었다. 지적이냐고? 단연코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가장 사랑스러운 면모는 아주 어린애 같은, 허식 따위는 띠클만큼도 없는 자연스러움이었다. .... 그 뒤 얼마 안 돼 니진스키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 p66

 

니진스키는 그때까지 아직 동정이었으며 더욱이나 동성애 기질은 아니었지만, 류보프의 인품에 끌려 순순히 그의 부름에 응했던 것이다. ... 그는 남자가 소년을 사랑하듯이 나를 사랑했다. ... 그는 내게 사랑의 시를 써보냈다.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 나는 그걸 결코 읽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던 것이다. 나는 그를 사랑했기에 언제나 그와 함께 살고 싶었다. p71

 

두 사람에게 이것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디아길레프는 연인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건 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곧 니진스키에겐 류보프와의 이별을 의미했다. p73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디아길레프는 절정기에 있었고 니진스키는 인생의 교차로에 서 있었다. 디아길레프와의 만남은 니진스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p76

 

 

또한 그의 얼굴을 닮은 기상천외한 나비들과 디아길레프의 얼굴을 한 거대한 거미에 대해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건 세르게이 파블로비치야. 그리고 이건 우리들. 영원히 그의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러시아의 젊은이들이지.” p90

 

그의 춤은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우리가 시체들 위를 떠다니는 그를 거의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우리의 넋을 빼놓았다. ... 그것은 죽음에 대항하는 삶의 춤이었다.” 이것은 니진스키가 세상에 보여준 마지막 춤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날(1919년 1월 19일) 그는 “오늘이 나와 신과의 결혼날”이라고 로몰라에게 선언했다. 그가 문제의 ‘노트’를 집필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날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이다. p90-92

 

니진스키에게 ‘무용’은 신앙이요 생명이며 영혼이었다. 그러나 극장이 없었으므로, 니진스키는 자기 속에 깊이 물러가 자신의 고유한 ‘무용’의 내면세계에서 살기 위해 삶의 현실로부터 문을 닫아버렸던 것이다. p93

 

1부 삶

내 시중을 드는 하녀는 메마른 인간이다. 그녀는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너무 많이 생각한다. 그녀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다른 직업으로 인해 그녀의 마음이 고갈돼버렸기 때문이다. p103

 

나는 저녁 내내 신을 느꼈다. 그는 나를 사랑했다. 나는 ‘그’는 사랑했다. 우리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p110

 

오늘 그녀는 나를 느낌으로써 사랑한다. 어느 날엔가 나는 그녀에게서 우리가 느낌으로 결혼해야 한다고 말해주겠다. 왜냐하면 나는 느낌 없이 사랑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p112

 

그녀는 내가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녀의 면전에서 노트를 덮어버렸다. 내가 쓰고 있는 것을 그녀가 읽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녀는 내가 자기에 대해 쓰고 있다는 걸 느끼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녀는 나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내가 쓰는 걸 원치 않는다. 나는 쓰고 싶다. 쓰는 걸 좋아하니까. 오늘은 오랫동안 쓰고 싶다. 많은 것을 말하고 싶으니까. p113

 

나는 그들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하겠다. 그들이 나를 느낀다면 나는 구제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불쌍하고 가련한 인간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이 때문에 나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p116

 

나는 그들이 나를 병자라고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나를 환자로 생각한다니 정말로 유감이다. 나는 아주 건강하고 게다가 내 힘을 아끼지 않는다. ... 나는 쓰는 일 역시 하고 싶다. 나는 더 이상 저녁 파티 따위엔 가지 않겠다. 내 평생 이 같은 종류의 흥청거림을 지겹게도 맛보았다. ... 흥청거림은 마음의 죽음인 것이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그래서 삶을 사랑한다. p116

 

나의 형이 정신병원에 있었을 때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는 나를 느꼈다. .... 나는 광인의 삶을 이해했다. 나는 광인의 심리를 안다. 나는 광인을 반박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광인드이 나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의 형은 정신병원에서 죽었다. p118

 

나는 추락할지도 모르는 벼랑 앞에 서 있다. 하지만 나는 추락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신은 내가 추락하는 걸 원치 않는다. 내가 추락할 때면 언제나 ‘그’는 나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산책을 나갔는데, 눈 위에 피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흔적을 따라 달려갔다. 나는 누군가가 한 사람을 죽였지만 그는 살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향으로 달렸고 큼직한 피의 흔적을 보았다. 나는 두려웠지만 심연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그 흔적이 피가 아니라 오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p121

 

나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되돌아왔다. 그때 나는 ‘신’이 내가 그를 두려워하는가 않는가를 알기 위해 살피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 나는 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는 삶이며 죽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p121

 

그리스도가 산 위에 있을 때 악마는 말했던 것이다. “뛰어내려라. 그러면 내 그대를 믿겠노라.”라고. 나는 두려웠다. 그러나 한동안 서 있은 뒤 나는 벼랑 쪽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힘을 느꼈다. 나는 벼랑 쪽으로 갔다. 그래서 떨어져 내렸지만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나뭇가지에 걸렸다. p122

 

나는 모든 사람이 내가 쓰는 것 모두가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쓰는 것은 무엇이나 다 절대적 진실이라고 말f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 모든 걸 실제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p123

생각하지 말고 느껴라. 그녀의 마지막 편지, 가슴으로 쓴 그 편지마저도 나는 머리로 읽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방식이라 믿었다.

 

문이 삐걱거렸다. 나는 그것이 테사라고 느꼈다. 나는 테사가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안다. 그녀는 항상 신경질적이다. 따라서 문이 그토록 신경질적으로 삐걱거렸던 것이다. p124

 

자연은 나를 느낀다. 자연은 신이다. 나는 자연이다. 나는 인공적인 자연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의 자연은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자연은 숭고한 것이다. 나의 자연은 숭고하다. 나 역시 자연을 공부했다는 말을 듣게 될 것임을 안다. 하지만 나는 감정에 일치하는 자연을 공부했다. 나의 느낌들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따라서 나는 자연을 공부하지 않고도 그것이 어떤 것인가를 안다. 자연은 삶이다. 삶은 자연이고, 원숭이는 자연이다. 인간은 자연이다. 원숭이는 인간의 자연이 아니다. 나는 인간원숭이가 아니다. p128

 

갑자기 나는 누군가가 나를 아주 골똘히 살피고 있는 걸 눈치챘는데,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그는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자동차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였다. 그는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나는 도덕적 타격을 입었다. 나는 물러났고 심히 얼굴을 붉혔으니까. 그러나 나는 창녀들을 뒤쫓기를 계속했다. 아내가 이 모든 걸 읽는다면 그녀는 미쳐버리리라. 오냐하면 그녀는 나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에게 그녀는 내가 사랑한 최초의 여인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p132

 

나는 생리중인 한 여자와 사랑을 했다. 그녀는 내게 별의별 짓을 다 해 보였다. 나는 오싹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으며, 그래서 그녀에게 사람이 몸이 안 좋을 때 이런 짓을 한다는 건 치욕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만약에 자기가 이런 짓을 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p132

 

내가 자유로운 사랑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사람들이 저들의 남근과 여성의 자궁을 흥분시키기를 즐긴다는 걸 의미한다. 나는 흥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나는 고기를 먹었다. 그래서 거리의 여인들에 대한 욕정을 느꼈다.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욕정이 내게 그녀를 뒤쫓도록 했다. 나는 그녀와 사랑을 하고 싶었지만 신이 나를 돌아서게 했다. 나는 욕정이 두렵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기 때문이다. 욕정은 삶의 죽음이다. 욕정에 사로잡힌 남자는 짐승과 같다. 나는 짐승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p132

 

나는 모든 사람이 같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나 하나의 코와 두 개의 눈, 기타 등등을 가졌으며 따라서 우리는 모두 같다는 말을 나는 자주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의 이 말은 우리는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신이 내가 그걸 먹기를 원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그걸 원했다. 나는 ‘그’의 명령에 따라 고기를 먹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슬픔을 느꼈고 그래서 큰 덩어리를 삼키면서 재빨리 먹어치웠다. p133

 

많은 사람들이 이것은 감정에 대한 나 자신의 의견이라고 말할 것이지만, 나는 이것이 진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왜냐하면 이 의견은 신의 명령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의 명령을 완수하는 그리스도와 같은 인간이다. 나는 군중들이 두렵다. 그들은 야수 같은 의도를 가지고 나를 오해할 수도 있으며 그래서 내게 린치를 가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 린치는 짐승같은 행위다. 린치는 짐승이다. 린치는 신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 신은 내 안에 있다. 나는 과오를 범했지만 살아오면서 그걸 시정했다. 나는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고통을 받았다. p134

 

내가 어디에 살건 나는 괘념치 않는다. 나는 신이 원하는 곳에 산다. 신이 원한다면 나는 평생을 여행하면서 살겠다. p135

 

나는 모든 약에 반대한다. 나는 어떤 약도 사용하는 걸 원치 않는다. 약품들은 인공적인 것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 약이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만 요긴한 것이다. 하지만 약 따위는 건강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아무 가치도 없다고 나는 믿는다. p136

 

심령술사의 최면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술취한 사람들과 비슷하지만 나는 취한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나는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p136

 

나는 건강한 남자이다. 하지만 많이 먹지 않기 때문에 야위었다. 신이 내게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나는 먹는다. p138

 

만약에 내가 느끼지 못한다면 나는 한 마리 원숭이다. 만약에 내가 느낀다면 나는 신이다. p138

 

그녀는 내가 곧 죽을까봐 겁이 나서 나의 분신인 어린 사내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이건 그녀가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 나는 육체에 깃들인 감정이지 육체 속의 지성이 아니다. 나는 육신이다. 나는 감정이다. 나는 육신과 감정 속의 신이다. 나는 인간이지 신이 아니다. 나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나를 생각해선 안 된다. 그들은 나를 느끼고 느낌을 통해서 나를 이해해야 한다. p139

 

사람들은 내가 미쳐갈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제 정신을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니체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제정신을 잃었다. 나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제정신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p139

 

신은 내가 증권거래소에서 도박을 하기를 원한다. p140

 

나는 내가 가진 돈을 몽땅 잃고 싶다. 그럼으로써 신이 내게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p141

 

고기를 먹는 것은 좋지 않다. ... “당신에게 좋은 것이 내게는 좋지 않은 거예요.” 내가 그녀에게 사람들은 그들이 느끼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녀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생각한다. 고로 그녀는 느낌이 없다. p144

 

그녀는 귀담아들었지만 그리고 나선 내가 그녀에게 요구한 것을 하지 않았다. 나는 확인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그래서 내 건강을 염려하는 것이다. 나는 만약에 그녀가 내가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혼할 수 있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착하고 부유한 남편을 구해주겠노라고. 나는 그런 식으로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대단한 참을성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p145

 

테사는 내가 그녀에게 푸짐한 선물들을 줄 때만 나를 느낀다. 그녀는 선물들을 사랑한다. 그 외에 테사는 음악과 춤을 느끼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 로몰라는 나의 계획들을 느끼진 못하지만 그것들을 이해한다. p145

 

나는 지난 세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살아 있기 때문에. p145

 

그녀는 사랑이란 선물로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선물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는다. 선물은 하나의 습관이다. 선물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야지 풍족히 가진 사람들에게 주면 안 된다. p149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야지 사회 기관들에 돈을 주면 안 된다. 나는 나 자신의 인격을 광고할 기회를 줄 때에만 사회 단체들을 위해 춤출 것이다. p149

 

나는 신이 내게 명령하기 때문에 쓴다. 나는 이 책을 씀으로써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 우린 돈을 충분히 갖고 있으니까. 나는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 신은 내가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의도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내가 그들에게 잘살 수 있도록 충분히 베풀 때 나를 이해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없다. 부자들은 그들을 돕지 않으면 안 된다. ... 빈자를 위한 단체들은 부자가 되고 일을 도모할 수는 없다. 빈자를 위한 단체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을 무서워하도록 하기 위해 유니폼을 착용한다. p150

 

가난한 사람들은 비공식적인 선물을 좋아한다. 나는 어떤 법석도 떨지 않고 그냥 허물없이 선물을 준다. 선물을 줄 때 나는 그리스도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이 내게 감사하고 싶어할 때면 나는 그들에게서 도망친다. 나는 감사 따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감사를 받기 위해 베푸는 게 아니다. p150

 

돈은 구제가 아니다. 도움의 한 수단일 뿐이다. 나는 돈을 주진 않겠다.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p150

 

그녀는 나를 이해했지만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았다. p151

나의 아내인 그녀는 나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를 사랑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한다. 나는 그녀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를 잘 이해하는 세상의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외롭다. 웃고 있지만, 울고 있다.

 

만약에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면 헝가리어를 이해하는 것은 쉽다.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낱말들을 아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낱말들은 담화가 아니다. 나는 모든 언어의 담화를 이해한다. p151

 

나는 스스로 가난을 공언하지 않는 빈자들을 찾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가난을 공언할 필요는 없다. ... 나는 속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지 않겠다. 그들에게 삶을 주겠다. p153

 

그는 사람들이 거기서 신을 찾기 때문에 교회로 갔지만, 교회 속에 신은 없다. 신은 교회와 또 그를 찾은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니까 나는 교회에 가겠다. 나는 교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교회 안에서 사람들은 신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과학은 신이 아니다. 시은 이성이고 과학은 반그리스도이다. 그리스도는 과학이 아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교황은 과학이지 그리스도가 아니다. p164

 

온 세계가 한 그루 나무도 살지 못하게 하는 부패의 병에 감염됐음을 나는 안다. 톨스토이의 꿈은 삶이다. 그러므로 그는 읽혀야만 한다. p164

 

온 세계가 한 그루 나무도 살지 못하게 하는 부패의 병에 감염됐음을 나는 안다. 톨스토이의 꿈은 삶이다. 그러므로 그는 읽혀야만 한다. p164

 

나는 너의 실수를 위해서 네 노트 위에다 모기 한 마리를 보냈노라. 나는 나의 실수가 인쇄되기를 바란다. 내 원고가 인쇄되기보다 나의 육필이 사진 촬영되었으면 더 좋겠다. 인쇄는 육필을 사라지게 할 것이니까. 육필은 아름다운 것이니 보존되지 않으면 안 된다. ... 왜냐하면 나의 손은 신의 손이니까. 따라서 나는 나의 저작을 교정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글을 고치지 않는다. 나는 고의로 서투르게 쓴다. ... 나는 완벽하게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게 쓰지 않는다. p168

 

신은 내가 일을 미리 이야기하는 걸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멈추었던 것이다. 그는 내가 앞질러 이야기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내가 신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러니 내 손이 무얼 쓰든 나는 괘념하지 않는다. 내 손은 빳빳해지고 있다. 신은 손이 어떻게 쉴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으므로 나는 그걸 치유할 방법을 안다. 나는 쓰는 걸 멈추겠다. 그러면 다시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p168

 

나는 그의 뺨을 때린 첫 번째 사람이 되리라. 왜냐하면 나는 그에 대해 사랑을 느끼기 때문이다. p172

 

톨스토이는 나의 것이다. 나는 그의 것이고. 톨스토이는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 나는 그를 사랑했지만 그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 신문들은 톨스토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사후 어떤 신문에선 그를 거인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그의 인품을 과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차르를 왜소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173

 

그는 인간-짐승들에 의해 순교당했다. 짐승들은 바로 볼세비키들이다. 볼세비키들은 신들이 아니다. 볼세비키들은 짐승들이다. p174

 

존 불은 많은 돈을 먹어치운다. 그래서 그의 창자는 부풀어 있다. 나는 부어오른 내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춤추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p174

 

나는 졸라를 위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 사람들이 그를 가스로 죽였기 때문이다. 나는 누가 그를 죽였는지를 알고 있다. 그는 진실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것이다. p175

 

나는 아내와 테사, 둘에게 모두 진실을 말했다. 나는 이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p180

 

나는 그녀가 구두와 나의 반지를 팔 것임을 안다. 따라서 그녀는 내게 뺨을 맞게 되리라는 것도. 나는 얼굴을 만지진 않는다. 나는 사랑을 가지고 찰싹 때린다. 나는 이책을 그녀에게 선물로 주리라. p182

 

그녀는 음경을 사랑한다. 그녀는 음경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 음경들을 알고 있다. 누구나 이 낱말에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내가 이 낱말을 쓴 이유이다. p182

 

나는 사정(射精)해야 할 정액이 너무나 많았으므로 아내를 곧잘 속였다. 나는 콘돔을 사용했기에 성병에 감염되지는 않았다. 나는 성병이 아니다. 그러니 더 이상 아내를 배신하지 않겠다. 나는 다량의 정자를 갖고 있고 다른 아이를 위해 그걸 보존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사내아이를 선물로 받게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한다. 그러기에 그녀에게 아무런 위해가 없기를 바란다. p189

 

오늘 나는 육고기를 먹었는데 그건 신이 원했기 때문이다. 신은 중요한 것은 육고기가 아니라 올바른 삶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p189

 

나는 감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거기서 나는 삶을 발견할 것이므로. 만약에 사람들이 나를 평생 감옥에 있게 한다면, 나는 감옥에서 죽으리라. 나는 아내가 어떤 해도 입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위해를 가하기엔 너무나 그녀를 사랑한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숨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다. 모파상은 고독을 무서워했다. 몬테 크리스토는 복수를 위해 고독을 좋아했다. 모파상은 사람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고독을 끔찍하게 여겼다. p190

 

만약에 신이 나를 버린다면 나는 죽을 것이라는 걸 안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그러니 나는 사람들이 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처럼 살겠다. .. 나는 그의 목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나는 신의 도구이다. 나는 신의 사람이다. p190

 

많은 사람들이 지성이 없는 인간은 미쳤거나 혹은 바보라고 말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광인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광인은 그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p191

 

나는 아내가 나를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두렵다. 그녀는 내가 미쳤거나 나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쁜 것이 아니다. 아내를 사랑하니까 말이다. 나는 삶을 기술하는 것이지 죽음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p193

 

로몰라는 내가 전도사라고 느끼므로 나를 두려워한다. 로몰라는 전도사를 남편으로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 로몰라는 젊고 잘생기고 부자인 남편을 원한다. 나는 부자이고 잘생겼으며 젊다. 그녀는 나를 느끼지 않는다. 나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p199

 

신은 얼굴에 깃들인 감정이다. 꼽추는 신이다. 나는 꼽추를 좋아한다. 나는 못생긴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는 감정을 지닌, 못생긴 남자이다. 나는 곱사등이를 춤추고 똑바른 등의 사람의 춤도 춘다. ...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인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신이다. 신은 감정을 지난 아름다움이다. p199

 

그들은 내가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앓고 있지 않다. 나는 이성을 가진 인간이다. p201

 

그는 내가 그의 속임수들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의로 이성 없는 사람의 역을 연기했다. 그가 나를 정신병원에 집어넣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테사가 프렝켈 박사에게 나에 대한 전화를 했다는 걸 안다. 나는 그들의 속임수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나는 정신병원에 보내질 것이 두렵다. 또한 나의 모든 작품을 잃게 될 것도. 나는 내 노트들을 찬장 뒤에 숨겨놓았다. 나는 내 노트들을 잃어버리기엔 너무나 그것들을 사랑한다. p205

 

나는 테프트가 살해당했음을 알고 있다. 나는 누가 태프트를 죽였는가를 안다. 태프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리고 영국이 그를 쏜 도적놈을 보냈을 때 윌슨과 합읳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 도적놈을 안다. 그 도적놈은 죄가 없다. 그는 거액의 돈을 받았다. 그는 미국에서 도망쳤다. 나는 그의 삶을 방해하지 않겠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 사람은 가난하고 그래서 한동안 잘살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경찰이 그를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영국인은 그를 보호하고 있다. p210

 

내가 소설 속에서 찾는 것은 소설의 소재가 아니라 진실이다. 졸라는 소설 속에서 진실을 위장했다. 나는 위장을 좋아하지 않는다. 위장은 위선적인 원칙이다. ... 이 지구상의 온 세계가 전쟁 중이었을 동안 모든 사람은 누구나 연발권총이었다는 걸 나는 안다. 나는 모든 사람이 강도였다는 걸 알며 정부는 강도들을 옹호했다는 걸 알고 있다. 정부의 강도는 정부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니 말이다. p213

 

나는 당신의 감정을 상하게 했지만 내가 원해서 그런 건 아니었소.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오. 나는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고 그 때문에 나는 미친 체한 겁니다. 나는 당신이 날 느끼기를 바랐어요. 당신은 나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를 미쳤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나는 당신이 나를 신경과민이 아니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짐짓 신경과민인 체한 겁니다. p214

 

나는 농양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들을 제거하고 싶다. 농양은 끔찍한 것이다. 농양이 터질 땐 통증을 유발하고, 그러고 난 다음엔 피가 흘러나오는 구멍이 남게 되는 것이다. p215

 

나는 운문으로썬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시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신이 원할 때엔 나는 운문으로 쓰겠다. 나는 미처 준비 안 된 시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시를 미리 준비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느끼지 않은 시를 쓰기를 중단했다. 나는 운문을 쓰고 싶다. p218

 

나는 잠자고 있지 않다. 나는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터무니없는 얘기를 쓴다고 말할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쓰는 모든 것은 깊은 뜻을 지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의미를 지닌 인간이다. 나는 의미 없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p226

 

나는 더 멀리 갔고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나무는 내게 여기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더 멀리 갔다. 나는 그 나무가 나를 이해했기 때문에 나무와 헤어지는 게 유감이었다. ... 나는 말하고 싶었지만 내 목소리가 너무나 거셌기 때문에 말할 수가 없었다. p226

 

나는 보기 전에 느낀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안다. 나는 미리 서둘러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겠다. 나는 잘 쓰기 위해서 내 만년필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나는 나의 만년필을 이해한다. 나는 만년필의 습성을 알고 있다. ... 나는 눌러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만년필은 압력을 좋아한다. 나는 연필로 쓰는 것에 습관이 돼 있는데 그건 연필이 나를 덜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p228

 

나는 폴란드인 그리스도교도이고 나의 종교는 카톨릭이다. 나는 러시아 말을 하니까 러시아인이다. ... 나는 러시아를 사랑한다. ... 나는 만인을 사랑하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신이다. ... 나는 톨스토이다. 내가 그를 사랑하니까. p229-230

 

나는 나의 회고록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지나간 모든 것과 현재의 모든 것을 쓴다. 나는 현재이지 완료된 것이 아니다. 로이드 조지는 과거완료이고 현재가 아니다. 윌슨은 현재이고 따라서 그에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p239

 

나는 진실로 쓰고 싶지 않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나는 신문을 겁내지 않는다. 신문은 이미 나에 대해 나쁜 일들을 숱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 나는 모든 사람이 니진스키는 미쳤다고, 왜냐하면 그는 자기가 보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 쓰기 때문이라고 말하리라는 걸 안다. p242

 

아내는 보고 싶어하지만, 나는 그걸 허용치 않는다. 내가 쓰고 있는 것을 나는 손으로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마음속으로 계속 울고 있다. 나는 아내의 울음이 두렵지 않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쓰는 걸 멈출 수는 없다. 내가 쓰는 것은 아내의 울음에 귀기울이기에는 내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아내는 내가 금지된 것들을 쓸지도 몰라 두려워 한다. 그녀는 진짜 눈물을 흘리며 운다. 나는 그녀의 울음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그녀의 울음에 웃음을 터뜨린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싶지만, 내 손이 쓰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p244

 

나는 그녀를 이해시키기 위해 그녀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성벽들을 안단 말이다. 그녀는 착한 심성을 지녔지만, 자주 울화통을 터뜨린다. 왜냐하면 그녀는 남편과 싸우기 때문이다. p246

 

만약에 당신의 뜻이라면 나는 절벽 속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나는 구제될 것입니다. p251

 

과학자들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신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를 느끼지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머니들이 나를 훨씬 잘 이해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네들은 아이를 낳을 때만다 죽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p257

 

그는 많이 쓴다. 그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그는 종이 위에서 창조한다. 그는 많은 종이를 가졌으니, 쓰는 일을 전혀 괘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쓰며, 그런 다음 사람들은 그의 관념들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p268

 

혼자가 되자, 나는 자위를 했고 매춘부들을 좇아 다녔다. 나는 매춘부들을 좋아한다. 디아킬레프는 내가 싫증이 났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싫증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춤추는데 바빴고 나 자신 발레들을 구성했다. p275

 

나는 그를 처벌하고 싶지 않다. 누구나 그의 과오를 알 수 있도록 그걸 폭로함으로써 이미 그를 벌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벌했다. 모든 사람에게 나 자신에 대해 말했기 때문이다. p279

 

나는 사람들을 실수에 적대하도록 부추기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심판할 권리가 없다. 심판은 신의 몫이지 인간들의 것은 아니다. 볼세비키들은 신이 아니다. 나는 볼세비키가 아니다. 나는 신속의 인간이다. 나는 신의 입으로부터 이야기한다.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만인에 대한 사랑을 원한다. p279

 

따라서 나는 인간들을 피로써 양육하지 않는다. 교회들이 이해해온 것처럼 그리스도는 피로써 인간들을 양육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기도하러 가지만 그들은 술로 가득 차게 되고, 이것은 그리스도의 피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스도의 피는 사람들을 취하게 하지 않고 분별 있게 만든다. 카톨릭 신자들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가장적인 수단을 쓴다. 카톨릭 신자들은 흰면병을 삼키고선 자기들이 주님의 영과 육을 삼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육신 속에 깃들인 영혼이다. 나는 영혼을 지난 육신이다. 신은 육신이나 영혼 어느 하나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p283

 

그리스도는 자신이 육신 속에 깃들인 영혼이라 말했지만, 교회는 그의 가르침을 왜곡했으니, 그들은 그를 살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을 그를 죽였다. 그는 많은 돈을 받은 가난한 사람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 가난한 사람들은 그 후 모두 스스로 목을 맸다. 그들은 그리스도 없이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p283

 

나는 결혼한 지 5년이 넘었다. 나는 디아길레프와도 5년 동안 함께 살았다. p291

 

나는 푸슈킨을 베꼈다. 그의 시를 베낀다면 나도 푸슈킨처럼 시와 소설을 쓰는 법을 터득할 것이라 생각하면서. 나는 엄청난 양을 베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튼짓이라 느끼고 그만두었다. p293

 

때때로 나는 나의 수음 단짝인 이사예프와 함께 양호들을 사곤 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지만 그가 내게 가르쳐준 행위는 나쁜 짓이라고 느꼈다. 나는 수음을 하고 싶을 땐 고통을 느꼈다. 나는 잠자리에 들 때마다 번번이 그걸 하고 싶었다. 이사엔코는 내가 수음에 빠진 걸 눈치챘지만 내게 아무런 끔찍한 말도 하지 않았다. p302

 

나는 나의 성욕과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스스로 그걸 강요했다. ‘그러면 못써’라고 자신에게 타일렀다. 나는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 나는 수음을 포기했다. p303

 

나는 <신약>을 즐겨 읽지 않았다. 그걸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 나는 신약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내게 한결 이해하기 쉬었다. p306

 

그래서 백치인 척했던 것이다. 나는 백치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신경과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경과민인 사람들은 광기에 지배당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광기가 두려웠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p306

 

나의 위는 깨끗하다. 나는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송아지가 도살당하는 걸 보았다. 그리고 돼지도. 나는 그걸 보았고 그들의 눈물을 느꼈다. 그들은 죽음을 느꼈다. 나는 죽음을 보지 않으려고 그 자리를 떴다. p309

 

나는 운문으로 조금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도처에 있다.

나는 쓰고 싶고 쓰고 싶다. 나는 말하고 싶고 말하고 싶다.

나는 말하기를, 말하기를 바란다. 나는 쓰기를, 쓰기를 바란다. p310

 

나는 세익스피어와의 어릿광대들을 좋아한다. 그들은 유머가 풍부하지만 때때로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신이 아니다. 나는 신 안에 깃들인 어릿광대이다. 그래서 나는 농담을 좋아하는 것이다. p318

 

아내는 고기를 먹고 싶어했다. 나는 수프를 거절했다. 그것은 고기로 조리되어 있었다. 아내는 화를 냈다. 그녀는 내가 음식에 대해 까탈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고기에 대해서 까탈부리는 것이다. p326

 

나는 육식을 그친 이래 성욕을 느끼지 않았다. 고기는 끔찍한 것이다. 고기를 먹는 아이들은 자위행위를 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소년 소녀들이 수음에 빠져든다는 걸 안단 말이다. p327

 

나는 육체적 힘이란 음식으로부터가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p330

 

나는 아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지겨움을 느꼈다. 나는 우연히 결혼했다. 남미에서 결혼했는데,... 증기선 아봉 호 선상에서 나는 아내를 소개받았다. .. 나는 아무 생각없이 결혼했다는 걸 말해야겠다. p342

 

나는 돈을 원치 않았다. 나는 단순한 삶을 원했다. 나는 극장을 사랑했고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호되게 일했다. 그러나 후에 나는 내가 호감을 사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므로 열의를 잃고 말았다. 나는 나 자신 속으로 은퇴했다. 나는 너무나 깊이 자신 속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p344

 

사랑을 원한다. 나는 사랑이다. 나는 수성(獸性)이 아니다. 나는 피에 굶주린 짐승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다. 나는 인간이다.

신은 나의 속에 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안에 있다. 나는 ‘그’를 원한다. 나는 ‘그’를 찾는다. 나는 내 원고가 출판되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개선을 기대한다. 그걸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나는 알지 못한다. ... 신은 나를 찾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를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p350

 

2부 죽음

나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나는 살고 기뻐했지만, 사람들은 나를 사악하다고 했다. p353

 

그녀는 내가 쓰는 모든 것이 진실임을 발견할 때 섬뜩하게 놀라리라는 걸 나는 안다.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므로 슬퍼할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진실을 썼다는 걸 그녀에게 말하리라. 하지만 그녀는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녀가 나와 함께 살고 싶어하지 않으리라는 건 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나는 일체의 진실을 말하고 싶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에게 숨길 수가 없다. 나는 삶과 죽음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싶다. 나는 죽음을 설명하고 싶다. 나는 죽음을 사랑한다. 나는 죽음이 무엇인지를 안다. 죽음은 끔찍한 것이다. 나는 여러 번 죽음을 느꼈었다. p356

 

나는 지금은 이전에 살았던 대로 살고 싶다. 이 책을 끝마치고 나서 나는 이전에 살았던 것처럼 살진 않겠다. p359

 

나는 신이 아니다. 나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짐승이고 포식동물이다. 나는 매춘부들과 사랑을 하고 싶다. 나는 불필요한 인간처럼 살고 싶다. p359

 

나는 증권거래소에서 도박을 하겠다. ... 나는 이기주의자이다. 나는 짐승이요, 포식동물이다. 나는 자위행위와 심령술을 습관화하리라. ... 모든 사람이 나를 두려워하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또한 나를 정신병원에 처넣으리라는 것도. 하지만 나는 괘념치 않는다. 나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죽음을 원한다. 만약에 신이 원한다면 나는 내 골을 날려버릴 것이다. 어떤 것에도 나는 대비할 것이다. p360

 

나는 그네들을 핥는 동물들을 갖고 있던 여인들을 알고 있다. 나는 핥는 사람들을 안다. 나는 곧잘 아내를 핥곤 했다. 나는 울었지만 그래도 핥았다. 나는 끔찍한 일들을 알고 있는데, 그건 디아길레프로부터 그런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다. 디아길레프는 내게 모든 것을 가르쳤다. 나는 젊었고 어리석은 일들을 저질렀지만 더 이상 이 같은 일들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 p362

 

나는 많은 의사들이 이런 처방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남자는 매일 그의 아내와 성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나는 여성과 사랑을 나누려는 남자에겐 이것이 본질적인 것이라고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즉 그것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나는 사람들이 단지 과대한 욕정을 지녔기 때문에 이 짓을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정욕에 대한 숱한 시들을 나는 알고 있다. 정욕은 끔찍한 것이다. p363

 

나는 아내에게 아이를 갖게 하기 위해 그녀와 성교하고 싶은 것이지 욕정 때문이 아니다. 나는 정욕을 느끼고 싶지 않다. 나는 정욕 같은 감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살고 싶다. 나는 신이 그걸 바랄 것이기 때문에 정욕을 느낄 것이다. p363

 

독일의 많은 교수들이 사람들에게 아이들을 낳으라고 명령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많은 병사들을 원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는 것도. p364

 

비평가들은 항상 자기들이 예술가들보다 영리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주 저들의 지위를 남용하며 예술가의 공연에 대해 질책하곤 한다. 예술가들은 가난하다. 그래서 비평가들과 직면했을 때 떠는 것이다. 그들은 상처를 입고 기분이 상한다. 그들의 영혼은 흐느껴 운다. p369

 

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 나는 어머니가 알게 될까봐 두려웠다. p376

 

나는 조금밖에 먹고 싶지 않다. ...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 .. 나는 사랑하고 싶다. p393

 

왜냐하면 나는 나의 삶을 위해 투쟁했기 때문이다. 나는 참호 속에서가 아니고 가정에서 싸웠다. p396

 

그녀는 나를 가난뱅이라 생각했으며,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돈을 쓰게 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다. 그녀는 돈을 좋아했지만 그 가치를 깨닫지는 못했다. 나는 돈의 가치를 깨달았기에 돈은 중요하지 않은 척 가장했다. p397

 

나는 가장했고 사람들은 나를 이해했다. 나는 가장하고 싶지 않았지만 신이 내게 그걸 원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복종했다. p400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대체 니진스키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는 신이 그에게 이것을 하라 저것을 하라고 명령한다고 말하지만 그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잖아.”라고. 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 p400

 

나는 법정에 가야 할 경우에 대비해서 이 펜을 꼭 숨겨두겠다. p406

 

나는 차에 취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커피에 취한 사람들도 알고 안다. 그리고 시가와 궐련에 취한 사람들도. 나는 온갖 유형의 취한 사람들을 알고 있는데 그건 나 자신이 그것들을 시도해보았기 때문이다. ... 의사들은 음주와 흡연을 금하면서도 저들 자신은 그들이 금지한 일들을 한다. 그러니 환자들은 그들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p408

 

나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싶다. 사람들은 날 이해해주리라. ... 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기를 바란다. ... 나는 그들로 하여금 사랑을 이해하도록 하겠다. 나는 사람들이 영적인 죽음을 좋아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사람들이 신에 의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p410

 

많은 사람들이 “니진스키는 미쳤다. 그는 댄서이고 배우이기 때문이지”라고 말하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니진스키는 자신의 처와 모든 사람을 학대한다. 왜냐하면 그가 쓰는 것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지.”라고. p411

 

나는 배우가 아니다. 나는 결함을 지닌 인간이다. 와서 나를 보라. .. 나는 결함을 지니고 싶다.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때 나는 결함 없는 사람이 되리라. 나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p413

 

나는 많은 글을 스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이 순교자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는 신을 위해 순교자들을 좋아한다. 사람은 돈없이 살 수 없기 때문에 돈을 위해 일해야 한다고 모두들 말하겠지. 나는 눈물을 머금고 이런 사라들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는 사람들과 같다고 말하리라. 나는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눈물이 솟구친다. p421

 

만년필 때문에 지쳤지만 나는 쓰겠다. 내 원고를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들을 완성하고 싶다. p429

 

나의 욕정은 나를 거의 파멸시켰다. 나는 허약해진 걸 느꼈다. 나는 <유희>를 창작할 수 없었다. p448

 

나는 디아길레프가 이 이야기들, 다시 말해 <판>과 <유희>의 이야기를 생각해 낸 건 자기라고 말한다 해도 아주 만족한다. 왜냐하면 이 발레들은 내가 디아길레프와 함께한 생활에서 영향을 받고 창작됐기 때문이다. <판>은 나이고 <유희>는 디아길레프가 꿈꾼 삶의 일종인 것이다. p449

 

나는 억류당해 있을 때 그녀가 삶에서 연기를 한다는 걸 알아챘다. 나 역시 신의 의지라고 말하면서 삶에서 연기를 한다고 누구나 말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p451

 

(이런 식으로 4페이지 이상 더 계속되지만 거의 번역이 불가능한 ‘언어 유희’의 반복이라 여기선 생략한다) p513

 

 

 

3. 내가 저자라면

 

신들린 사내의 춤추는 이야기, 선생님은 왜 이 책을 고르셨을까.

우리는 선생님의 공언대로 인류 최대의 강사들을 그들의 무덤에서 불러내어 하나씩 하나씩 만나보고 있다.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서, 시인, 발레리노, 정신분석학자, 수많은 철학자들과 영웅들의 삶의 궤적을 쫒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글과 사진을 통해, 그들과 다시 만나고 그들의 내면세계와 내가 하나로 이어지는 강줄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 중이다.

 

짧다. 그의 글은 써지는 것보다 더 앞서 넘어질 듯이 달리고 있다. 말은 매우 간결하고, 몇가지의 말이 -느낀다. 이해한다. 생각한다. 사랑한다.- 계속 반복되고 있다. 그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하고 글을 썼다. 나도 마찬가지다. 평일에는 네 다섯 시간, 주말에는 서너 시간 정도만을 자고 글을 읽고, 쓴다. 가끔씩 비몽사몽간에 꿈인지 현실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매춘을 하고, 증권거래를 하고. 테사와의 불륜도. 디아킬레프와의 동성애도. 모두 그의 삶이다.

 

니진스키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채식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안의 신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해왔던 일 인양 나는 채식을 시작했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나는 외롭다. 부부생활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있고, 이미 오래전부터 아내는 무언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의 일기를 훔쳐봤고, 결국 하나씩 하나씩 숨길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우리는 그 의미를 해석해내야만 했다. 세상의 기준, 모범생으로 살아 온 나와 아내, 그리고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나. 그로 인해 힘들어 하는 아내, 세상에 다 말하지 못하고 사는 나. 그런 나를 다 갖지 못해서 힘들어 하는 아내. 사랑의 방식과 사랑에 대한 오해. 집착.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일기를 쓰면서 그리고 채식을 고집하면서 정신과 육체의 고통을 견뎌내고 있다.

 

그의 신은 참 변덕스럽다. 하지만 그는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사랑하니까, 니진스키는 톨스토이도 되고, 테사도 되고, 그의 아내도 되고... 신도 된다. 사랑하니까. 그것이 니진스키가 신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그의 신이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사랑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존재로 몰입한다. 그리고 그들이 되어 느끼고 사랑하고, 살아간다. 천상 배우고, 신들린 춤꾼이다. 그래서 그의 글쓰기도 그는 그 자신이 쓴다기보다는 그의 신이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드시 연대순으로 쓸 필요는 없다. 어느 한 순간의 시점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쓸 필요는 없다. 자기가 담고 싶은,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얼개로 얽어서...

 

아파해라. 고통이 닥치거든 피하지마라. 당당히 맞서 아파야 한다. 제대로 아프고 난 사람만이 사랑을 말할 수 있다. 아픈 사람의 가슴을 보듬을 수 있다.

버려라. 죽음에 이르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 순간까지도 버리지 못하면, 죽음은 고통이 된다.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

비워야 한다. 다 비운 그릇만이 새로운 것을 새롭게 채울 수 있다. 가장 마지막에 자신이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바로 목숨이다.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사랑, 아니 그 목숨같은 사랑마저도 버릴 수 있다면.

 

그는 세상이 자기를 미쳤다고 부를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 가는 대로 살았다. 맘 가는 대로 사랑했고, 미치도록 사랑했다. 그렇게 미쳐보기 전에 미치라고 말할 수는 없다. 참 무섭고도 겁나는 일이다.

 

그는 시를 쓰고 싶어라 했지만, 그다지 잘 쓰는 거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시로 그려보는 일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전에 고은은 ‘만인보’를 통해 자신이 평생 동안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보려 하였다. 자신이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결국 그들의 모습은 내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누구의 이야기를 쓰는 상관없이 그것은 곧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역사를 기록할 사람은 자기 자신 뿐이다. 친한 친구라 할지라도, 같이 살을 맞대고 살았던 부부라 할지라도 결국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이해에는 한계가 있다. 내 삶의 주인공이 나이듯, 내 전기의 작가는 나뿐이다. 간혹 자서전을 남의 손을 빌어 쓰는 이들이 있다. 제 손으로 빚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 목적은 뻔하다. 위세. 과장. 가식. 세상에 이름 남기기 위한 허영일 뿐이다. 감동을 내지 못할 뿐이다.

 

물론 <일기>가 집필되던 1918-1919년 사이 니진스키의 정신적 상태 때문인지, 평소 언어적 소통에 장애가 심했던 탓인지, 그의 글은 일반적으로 읽히기가 매우 곤혹스럽다. <역자 해설>의 도움이 아니면, 니진스키 주변의 인물들과 각각의 관계 등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운문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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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21 09:40:05 *.30.254.28
언뜻 보면 천상병 시인이 보이고
언뜻 보면 김남주 시인이 보이지만
너는 신진철 시인이잖니..너의 길을 성큼 성큼 걷기를..
진철아..광합성 많이 하고, 가끔 고기도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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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13:22:21 *.145.204.112
채식주의자 였구나
살이 없는 그대가 부러운 나는 오늘도 점심으로 돈까스다..ㅎㅎㅎ
내게 시인들은 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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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16:48:53 *.106.7.10
며칠동안 남의 살을 먹지 않으면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때로는 허전함을 폭식으로 달래려는 허무한 시도를 하는,,,
그래서 약한 사람일수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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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22:55:25 *.212.98.176
기구에 모래 주머니를 다는 이유는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 때문인데
그 마저 내어주고 나면 기구는 무슨 낙인가. 그게 인생이라면 참 부질없다.
아파하고 상실하고 그래도 더 내놓으라면 홀연히 사라져주는 그 뜬금없음을
나는 아직 감당하지 못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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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22 07:10:57 *.186.57.59
발리에서는 그냥 손으로 음식을 먹는단다.
수저,포크 쓰는 것은 남을 통해 대신 사랑하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단다
헐.. 남을 통해 대신하는 사랑,
난 콘돔을 쓰지 않는다.
(ㅎㅎ 쓸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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