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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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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6일 04시 17분 등록

* 원제 : Tough Choices

. 저자  소개

 

칼리 피오리나(Carly Fiorina, 1954년9월6일~ ). 미국의 여성 기업인, 정치인.

 

"Reinventing HP"

"여러분들은 더욱 공격적이고, 치밀하며, 의사결정력이 있는 초점화된 HP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HP는 크게 생각하고 더욱 용감하게 행동하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그녀의 HP CEO 취임 일성처럼 이후 그녀는 "Reinventing HP" 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HP의 브랜드를 과거 컴퓨터나 프린터 등 정보통신기기의 벤더의 이미지로부터 탈피하여 "e-Services라는 이름의 고객을 중시하는 토탈 e-Business 서비스 제공업체" 로서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HP의 종업원들에게는 "차고의 규칙 (Rules of Garages)" 라고 하는 HP 재창조 로드맵을 그려 놓고 종업원 전원이 같은 생각을 갖도록 유도하였다. 특히 HP는 고객에게 기업 전략을 전달해주는 매체로 인프라와 어플라이언스, 그리고 e-Service라고 하는 3개의 축으로 구성된 벡터 모델을 제시하였다. 그녀는 HP의 인터넷 비즈니스의 방향을 한마디로 "e-Service" 라는 이름으로 도식화하여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개념을 확고부동하게 정립하였다.

 

텍사스주 오스틴 출신.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사학ㆍ철학을 전공하여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메릴랜드 대학교 경영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도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 AT&T에 영업사원으로 입사하여 1998, 입사 19년만에 AT&T에서 분사한 세계최대 통신장비업체 루슨트 테크놀러지의 CEO에 오른다. 1998년 포춘지가 선정한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의 자리에 올랐고, 1999년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로 전격 영입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HP가 신임 CEO로 루슨트테크놀로지 사장인 칼리 피오리나를 영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HP 주가는 2달러68센트 뛰었고 루슨트의 주가는 1달러87센트 떨어졌다. 칼리 피오리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휴렛패커드 최초의 외부 출신 회장, 대형 컴퓨터 업계 최초의 여성 회장, 세계 상위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회장 등 여러 기록을 세우며 그의 능력에 큰 기대를 모았다. 회사 내부의 대대적인 개혁을 이루어 내고, 컴팩과의 합병을 성사시키는 등 세계 최고의 여성 기업인으로 찬사를 받았다. HP측에서는 2005 2, 실적 부진과 주가 폭락을 이유로 그녀를 해고했다고 발표했으나, 그녀의 자서전『힘든 선택들』에 따르면 이사회와의 갈등이 직접적인 해임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후 그는 타이완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컴퍼니(TSMC) 사외이사로 재직하다가 유방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다. 유방암에서 회복된 후에는 정계에 진출하여 2010 11월에 있을 공화당의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후보로 선출되었다.

 

※ 칼리 피오리나 어록

Do not be afraid to make decisions, do not be afraid to make mistakes.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실수를 하는 것도 꺼리지 말라.

Leadership comes in small acts as well as bold strokes.
리더십이란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대담한 움직임 못지 않게 작은 실천도 중요하다
.

The lesson I learned at that life marker was, love what you do, or don’t do it.
인생에서 배운 교훈은 한가지다.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라.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차라리 포기하라
.

Most of the media is positioning the merger with Compaq and the recent actions by Walter Hewlett and David Packard as a fight between the past and the future.
대부분의 미디어는 콤팩과의 합병, 그리고 휼렛. 패커드의 행동을 과거와 미래의 투쟁으로 묘사했다
.

I think the dot-com boom and bust represented the end of the beginning. The industry is more mature today.
닷컴 버블이 잔뜩 부풀어 오르다 곧 터져버렸다. 버블 붕괴가 의미하는 바는? 닷컴도 (질풍과 노도의) 초창기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닷컴산업은 오늘날 더욱 성숙해졌다
.

I think reinvention for all of us is not a nice-to-do, it’s a got-to-do.
리인벤션은 생존의 기본 조건이다.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

You have to master not only the art of listening to your head, you must also master listening to your heart and listening to your gut.
이성에 귀를 기울이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감성도 중시해야 하며, (큰 내를 건너는) 용기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글귀

 

프롤로그

 

내 영혼은 나의 것이다

 

결국 이사회는 나를 대면할 용기가 없었다. 이사들은 내게 감사 인사도, 작별 인사도 하지 않았다. 13

 

지명관리위원회의 의장은 칼리, 이사회는 최고위직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했어요.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13

 

난 옳다고 생각한 대로 행동했다. 내가 믿는 것에 모든 것을 바쳤다. 실수도 있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한 선택과 그 결과를 평온하게 받아들였다. 내 영혼은 여전히 내 것이었다. 15

 

1. 부모님께 받은 선물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느냐는 어떻게 시작하느냐와 관계가 있으니,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19

 

계모가 애정도, 관심도 주지 않아서 어머니는 불행하고 외로운 유년기를 보냈다. 어머니는 친어머니만 칭찬할 뿐, 계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어머니는 집에서 도망치고 나서야 진짜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듯하다. 20

 

집안에 남은 유일한 남자인 아버지의 어깨가 너무 무거워졌다. 형과는 대조적으로 아버지는 작고 병약한 아이였다. 폐 기능이 심하게 떨어졌고, 척추 하나가 없는 채로 태어났다. 할머니는 이런 신체적 문제(아버지는 그것을 기형이라고 불렀다) 때문에 여러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결국 의사들은 격심한 신체 활동은 피해야 하며, 풋볼은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텍사스의 젊은이들에게 풋볼은 통과의례와 같아서, 아버지는 신중히 적응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대단한 의지력으로 고교팀에서 뛰어난 선수가 되었다. 필드에서의 격렬함은 전설적이어서, 신체적인 결함마저 무마시켰다. 21

 

부모님은 모두 증명할 것과 피해야 될 것이 있다고 느끼면서 성장했다. 그들은 강하고 독립적이면서, 동시에 몹시 불안정했다. 그들은 자신과 자식을 위해 더 나은 삶을 꾸리겠다고 결심했다. 두 분 다 교육과 노력으로 더 나은 삶을 모색해야 했다. 그들은 근면과 극기와 의지를 가치 있는 삶과 훌륭한 인품의 기본 요소로 여겼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고전적인 방식으로 역사, 문학, 라틴어를 교육받기를 원했다. 그는 학자(법학 교수)였고 자녀도 그러기를 바랐다.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모든 것을 자녀에게 해주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는 네 살에 프랑스어 교습을 받았고 일곱 살에 오페라를 보러 갔으며 박물관에 가고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 어머니는 아들딸이 똑같이 문화적이고 세련되며 성공하기를 바랐다. 아버지가 본인의 커리어로 자신의 성공을 판단한 반면, 어머니는 자녀들로 자신의 성공을 판가름했다. 22

나는 두 분의 어릴 적 이야기를 알았기 때문에, 부모님을 잃을까 봐 걱정하며 자랐다. 그것은 강박관념의 수준이었다. 이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은 심연에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런 꿈을 자주 꾸곤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심한 악몽과 생생한 망상에 시달렸다. 일주일에도 몇 번씩 두려워하며 깨어나, 부모님 침대 옆에 조용히 서 있곤 했다. 22

 

우리는 기품있는 중산층 가정이었다. 전업주부인 어머니와 학자인 아버지, 그리고 세 자녀가 있었다. 부모님에게 성공은 명성과 재력이 아니었다. 궁극적으로 성공의 기준은 개인의 품성과 인격이었다. 우리가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성품은 모든 것이었고, 성품이란 솔직함과 고결함과 진정성으로 정의되었다. 솔직함은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었고, 고결함은 원칙을 지키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었다. 진정성은 믿는 것을 아는 것, 본래 모습대로 되는 것, 그 둘을 위해 싸우는 것이었다. 부모님에게 성공이란 겉모습이 아닌 내면으로 평가되었다. 부모님이 내 정신이나 성격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으리란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다. 23

 

클라라는 좋은 책을 열심히 읽는 것을 좋아했다. 어머니는 딸의 창의성과 예술적인 기질을 반겼다. 언니는 어머니처럼 화가는 아니었지만, 어린 나이에 재능 있는 작가가 되었다. 23

 

나는 일찌감치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나는 부모님을 상화하고 우상화했다. 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늘 우수한  성적을 얻었다.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집안의 외교관이 되었다. 모든 가족의 다툼에 개입해서, 모든 사람의 입장을 듣고 모두와 공감하고 간격을 메울 방법을 궁리했던 것이다. 부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순종적이고 근면하며 활달하고 믿음직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그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느끼는 때가 많았다. 형제자매에게 나는 늘 밉살스런 천사표 내숭이었다. 24

 

부모님 모두 매사에 탁월함을 추구했다. 아버지는 타고난 선생이자 진정한 지식인이었다. 공부는 단순히 생활 수단만은 아니었다. 공부는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어머니는 개성적이고 재는 있는 화가였지만, 자녀 양육을 위해 그림을 접고 자식들에게 온 힘을 쏟아 부었다. 부모님의 기대치는 높았고, 때로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들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고, 그들을 실망시킬까 봐 겁내며 자랐다. 24

 

베토벤의 음악에서는 고뇌와 두려움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은 숭고했고, 고통과 아름다움에서는 궁극적으로 승리했다. 25

 

나는 뉴욕, 코네티컷, 캘리포니에서 초등학교를, 캘리포니아와 영국에서 중학교를, 아프리카와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이렇게 이사를 다니면서 사람들에 대해 많이 배웠다. 변화에 대해서도 그러했다. 25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가 자신에 대해 물어보면 좋아한다. 쏟아지는 관심에 흐뭇해 하고, 누군가 귀담아 들어주면 기분 좋아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친구들을 빨리 사귀었고, 내 위치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26

 

아프리카에서는 반에서 유일한 백인이었다. 이로 인해 고향에 살고 있는 소수의 흑인들이 어떤 심정일지 생각해 보곤 했다. 26

 

나는 아버지의 제자들이 찾아와서 저녁 식탁에서 벌이는 열띤 논쟁에 귀 기울였다. 작지만 강력한 부족에 대한 충성심과 크지만 추상적인 국가라는 관념이 충돌할 때, 국가를 세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흐른 후 HP에서 임원진과 부서 간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자, 가나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천개의 부족들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27

 

어릴 때 나는 재능을 선물 받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선물은 부모님이었음을 이제야 느낀다. 29

 

2. 이방인

 

화학, 생물학, 물리학, 경제학, 인류학, 천문학, 음악 과목을 수강했다. 새로운 지식을 잡다하게 얻는 것은 들뜨면서도 겁나는 일이었다. 난 집에 보내는 편지에서, 내가 아는 게 얼마나 없었는지 깨달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의기양양해 했다. 또 내가 배우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역사와 철학이야말로 내 열정을 사로잡아버렸다. 30

 

내가 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에 끌렸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방금 이사를 왔기에 이방인이라는 제목과 나를 연결시켰을 것이다. 그것은 야심 찬 선택이었다. 실존주의 철학은 영어로도 어려웠을 텐데 프랑스어로 읽어야 했으니. 어려워서 부담이 큰 작품이었다. 실제로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내게 깨달음을 주었으며 대단한 사상을 담고 있었다. 철학이 행동하도록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기로 한 어느 남자의 이야기였다. 선택의 힘과 중요성, 정체된 것보다는 이루어가는 움직임, 이런 것들은 내게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 심오한 사상이었다. 자신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자신의 처지를 선택하지는 못해도, 그 처지에 대한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 신분은 고를 수 없더라도, 그 이상이 되겠다고 선택할 수는 있다. 선택을 그만두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 31

 

헤겔은 카뮈만큼이나 내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정반합의 철학, 즉 맞선 것처럼 보이는 사상끼리 화해할 가능성은 탁월하면서도 현실적인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비즈니스에서 이것을 정신적 모델로 사용했다. 31

 

윤리학을 공부하면서, 옳고 그른 데는 뉘앙스가 있어 복잡할 수 있으며, 해결하려는 노력이요구된다는 걸 배웠다. HP에서 소비자 정보의 소유권에 대한 문제와 씨름하면서, 예전에 배운 교과목들을 떠올리곤 했다. 그 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사업상의 기회였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인 문제였다. 결국 우리는 소비자 정보를 파는 데 따르는 사업적인 기회를 포기하기로 했다. 윤리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의 정보는 소비자의 것이며, 그것을 팔지 않고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결론지었다. 32

 

샤워실의 타일을 멍하닌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로스쿨에 다니는 이유를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시 난 스물두 살이었고, 인생의 목적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것일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진 능력과 재능을 모두 발휘하려면, 나 자신을 가지고 뭔가 이루려 한다면,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찾아내야 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두통이 가셨다. 나는 샤워실에서 나와 부모님을 실망시키러 갔다. 행복해지려거든 다른 사람들을 너무 신경 쓰면 안 된다라고 알베르 카뮈는 말했다. 내게 중대한 결정을 내릴 시점에 도달하니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두려웠지만 행복했다. 그날 나는 어른이 되었다. 스스로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니까. 그 선택을 하면서 외로웠고 결과가 두려웠지만, 잘한 선택인 것만은 분명했다. 36

 

3. 다음 직장을 생각지 말라

 

<미션 임파서블>에는 여자 스파이가 나왔다. 비즈니스를 아는 여자였는데, 내 눈에는 멋지게 보였다. 그녀의 이름은 시나몬으로(바바라 베인이 연기했다), 우아하고 능력 있었다. 언제나 멋있고, 지성이나 미모를 숨기지 않는 여자였다. 그녀는 남자 요원들에게 완전한 동료였다. 하지만 적은 그녀를 과소평가하기 일쑤였고, 결국은 보기 좋게 당했다. 나는 어른이 되면 시나몬처럼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38

 

마커스&밀리챕에서의 안내원 생활은 그 후 커리어에 관련된 조언을 하는 데 밑바탕이 되었다.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지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몰두하라.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우라. 각 업무의 한계가 아닌 가능성에 집중하라. 내게 기회를 줄 사람들을 찾으라. 41

 

또 그들은 내게 귀중한 경영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상사의 신뢰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내게서 잠재력을 보았기에, 나도 내 안에서 잠재력을 찾기 시작했다. 41

 

4. 새로운 두려움

 

누군가를 믿어줌으로써 그들이 그 자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작은 일이지만 엄청나게 뛰어난 리더십이 있는 행동이다. 45

 

훌륭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존경하는 사람이다. 나쁜 지도자는 부하들이 경멸하는 사람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부하들이 우리가 해냈다고 말하게 하는 사람이다.(『 손자병법』) 46

 

시간이 흐르면서, 제품을 판매할 때는 회사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또 타인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도 익히게 된다. 야심 있는 임원이라면 적어도 영업 업무 경험이 한 번은 있으리라 믿는다. 47

 

역할 놀이에서의 나처럼, 새롭고 낯선 일에 당면하면 (상당히 간단하고 무의미한 일인데도) 사람들은 두려움 때문에 움짝달싹 못하기 일쑤이다. 회의실에서 긴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두려움을 극복할 때마다 더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사람들은 관리자가 할 일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리더가 할 일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믿는다. 48

 

5. 숙녀가 일어날 때까지는

 

늘 새로운 환경에 맞닥뜨리면 하던 대로 했다. 많이 묻고, 대답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자료를 읽었다. 50

 

반드시 넘어야 하는 장애를 항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장애를 어떻게 넘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54

 

1년 반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는 것을 믿어야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추진하는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기회만 쫓으면 초라해지기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더 힘겨운 도전이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런 종류의 도전에는 팀 전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58

 

7. 얼굴 마담

 

나는 그들을 설득할 수 없으면, 그들보다 끈질기게 버티는 식으로 대처했다. 68

 

내가 자라면서 배운 것, 사람의 가치는 직위나 직책이 아니라 됨됨이와 본인이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 69

 

8. 할 수 있다하겠다

 

나는 도전 대상이 필요했다. 이번 인사이동이 회사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내 손으로 진짜 변화를 일구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업무, 그게 내가 추구하는 일이었다. 76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그가 더 출중해서가 아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은, 상사가 책임을 더 많이 지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 직원들을 대신해서 나서고, 그들이 감당할 필요가 없는 이들을 막아주는 것도 상사가 감당할 책임 중 하나이다. 85

 

그날 나는 가끔은 사랑받는 것보다 존중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난 정말 화가 나면 목소리가 아주 낮고 담담해진다. 소리가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낮아진다. 그와 합리적으로 대화할 수 없으니, 그가 이해하는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 힘의 언어로, 나는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86

 

11. 목적지가 아닌 여정

 

경제적인 면에서 시장은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 것의 집합체이다. 게임 이론은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예상하고 설명하려는 양에 관한 이론이다. 이론에 다르면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그럴 거라고 믿는다는 이유 때문에 비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행동을 조종할 수 있다. 이성만큼이나 감정이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대규모 집단, 책임있는 임원들, 개인 할 것 없이 처신할 때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도록 자극받을 수 있다. 123

 

『안티고네』를 읽은 후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나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깊이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새해 무렵에 일종의 연중 점검을 하는 것이다. 해마다 스스로 조용히 묻는다. 그동안 내가 내렸던 결정에 마음이 편안한지. 내 영혼이 여전히 나의 것인지. 125

 

목표는 중요하지만,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임을. 그 길을 따라서 옮기는 걸음걸음이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127

 

12. 정면충돌과 이해

 

어디선가 분노는 자제할 때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대목을 읽은 적이 있었다. 분노를 사용하라. 터뜨리지 말고. 136

 

내가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날 존중하지 않는다. 또 자존감은 내게 어떤 경우라도 부적절한 언어폭력은 참지 말라고 요구했다. 137

 

사람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대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그 말을 6번은 들어야 한다. 138

 

변화를 촉구하는 리더에게는 신빙성이 필요하다. 내가 신빙성을 갖고 해외사업의 가능성에 대해 말하려면, 그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었다. 공부가 아닌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그래서 출장을 많이 다녔다. 출장을 다니면서, 실제로 밖에 나가보면 상황이 얼마나 다른지에 또 한번 놀랐다. 138

 

이탈리아에서는 인생에서 좋은 일들을 함께 즐기면서 체면을 적절히 지키는 시간을 통해서 신뢰와 존경이 쌓인다. 141

 

술을 홀짝거리지 않고 단숨에 목구멍에 넘긴다. 그러면 알코올이 체내에서 더 천천히 흡수된다. 146

 

13. 힘의 결과

 

낙담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면서 뭔가 포기할 마음을 먹으려면, 뭔가 얻는 게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날씬한 몸매를 얻을 수 있다면 초콜릿을 포기할 마음을 먹는다. 149

 

목적을 혼자서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목적과 세부 지침이 마련되면 강한 사람들에게 달라붙는다. 똑같이 강하고 성공적인 사람들은 상대방과 의견이 다를 경우 공개적으로 정면충돌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상대의 성공이 본인의 부족함을 강조하기 때문에 미워한다. 자기보다 더 성공한 사람들을 질투하기도 한다. 질투와 미움은 열등감이나 부족함의 감정이고, 그런 감정들은 반항심과 불공정한 싸움을 벌이고 싶은 본능을 일으킨다. 153

 

14. 변화하려는 마음

 

비즈니스에서 정말 시너지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본사에 물어보면 안 된다.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물어서도 안 된다. 영업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안다. 고객들이 정말로 돈을 더 쓸 의향이 있거나 계약건이 더 발생한다면, 그것은 시너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160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과 비슷하다. 새로운 운동  습관, 새로운 식이요법, 새로운 골프 스윙, 새로운 일. 처음에는 무척 어렵다. 부자연스럽고 노력이 많이 요구된다. 때로는 포기하고 예전방식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꾸준히 해나가면, 시간이 흐르면서 새 습관이 점점 수월해지다가 결국 몸에 배게 된다. 나는 변화에 익숙했다. 변화를 겪을 때마다 좋은 일이 생길 수 있음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래서 변화에 당면하면 기회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172

 

그날 나는 대단히 중요한 것을 배웠다. 미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잘 아는 불만스러움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173

 

마음과 대화 속에서 그들은 떠나온 곳으로 계속 돌아가곤 할 테니까. 그리고 나는 경험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다. 다시 에 돌아갈 길이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 미래와 대면하기가 수월하리라는 것을. 173

 

15. 한 장을 넘기며

 

광고와 마케팅은 진솔할 때만 대단해진다. 회사의 포부와 능력과 선택이 진실하게 담겨야 한다. 그러므로 진솔한 광고와 마케팅은 특정한 전략과 운용 결정의 결과이지, 낱낱이 흩어진 캠페인이나 탐욕스러운 사고방식의 결과가 아니다. 물론 마케팅과 광고는 의사소통의 한 형태이다. 또 의사소통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청중은 단 하나이다. 전문가들은 청중이 많다고 주장할 것이다. 직원들도 있고, 고객들, 주주들, 지역사회도 청중이라고들 한다. 나는 실제로 이 주체들이 하나라고 믿는다. 우선 테크놀로지가 그렇게 만들었다. 178

 

진솔한 의사소통이란 단순히 현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다른 그룹들에도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주주들에게는 이렇게 말하고, 직원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면서 진솔함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178

 

미국 비즈니스계의 특성은 협상 내용이 문건으로 작성되어야만 효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179

 

외부적으로 모든 이를 하나로 모을 가치 있는 목표가 없는 경우, 언제나 내부에서 이해 다툼이 일어난다. 183

 

16. 버스를 타고 앞으로

 

리더가 외로운 것은 그것이 열정과 냉정, 둘 다 요구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팀의 일부이지만, 한 발자국 물러서서 선명하게 볼 줄 알아야 한다.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어야 힘든 결단을 내릴 수 있다. 190

 

모든 사람이 그 유머를 즐거워한 것은 아니지만(몇 사람은 천박하고 불손한 짓으로 여겼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상대가 알아들을 만한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핵심을 찔러 표현했을 뿐이다. 201

 

17. 고독

 

그래 안다. 하지만 네가 더 가까이 살면 좋으련만. 그러더니 어머니는 먼 곳을 응시하면서 덧붙였다. 혹시 누가 아니. 어느 날 네가 휴렛팩커드의 CEO가 될는지

어머니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그 회사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는 큰소리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글쎄,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그러자 어머니가 대꾸했다. 그건 모른단다, 칼리. 사람 일은 몰라. 207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쉴 때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가끔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히 떠올라 숨을 쉴 수가 없다. 매일매일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가 자랑스러워 하시도록 매일 노력한다. 어머니는 너무 이른 나이에 급작스럽게 돌아갔지만, 평생의 삶은 축복이었다. 나는 생의 마지막에 어머니가 용기를 내는 것을 목격함으로써, 나 지신을 찾았다. 어머니가 무엇을 선택하고 감내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이후로 내가 겁내던 것을 이기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다른 두려움들은 모두 하찮아 보였다. 209

 

18. 채용

 

목표를 너무 낮게 설정하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경쟁사와 시장과 비교할 때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막대를 높이 올리면, 내부적으로는 목표에 못 미칠지는 몰라도 외적인 목표물에 대해서는 초과 달성할 수도 있었다. 214

 

19. 그거, 아르마니 슈트인가요?

 

조직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도 리더의 임무 중 하나다. 리더가 조직을 과소평가하면, 조직의 업무 수행력은 떨어진다. 리더가 조직의 역량을 과대평가하면, 조직은 리더를 실망시킨다. 리더가 할 일은 정확히 평가하고, 기술과 팀과 자신감을 키워 조직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일이다. 232

 

나는 평생토록 리더십은 직위나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리더십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과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리더십은 청렴한 인품, 능력의 크기, 사람들과의 능률적인 협동과 관계된 것이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이끌 수가 있다. 높은 자리뿐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도 리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봤다. 233

 

 새벽 2에 호텔에 도착해서 루슨트 테크놀러지의 직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직원들은 월요일 아침에나 편지를 읽겠지만, 나는 잠들기 전에 한 장을 넘겨야 했다. 잠에서 깼을 때는 휴렛팩커드에 성심을 다하고 싶었다. 234

 

20. 천 개의 부족들

 

사각형에 HP리더십 틀이라고 적었다. 사각형의 맨 위 직선에는 전략과 포부라고 썼다. 회사의 전략은 자원을 어떻게 투자하느냐를 결정하며, 회사의 포부는 투자를 하는 이유와 목적을 반영한다. 시계 방향으로, 오른쪽 세로선에 구조와 조정이라고 적었다. 이는 회사가 어떻게 조직하고 운용해서 목표를 달성하는가를 말한다. 아래 가로선에는 보상과 평가라고 썼다. 회사는 평가하는 것에 가치를 두며, 가치 잇는 것을 평가하고, 사람들은 보상받는 것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보상은 실적을 이끌어낸다. 마지막 세로선에는 문화와 행동이라고 적었다. 매일의 행동 양식과 회사의 습관과 개성은 형식을 갖춘 조직 구조와 규칙의 형태로는 나타낼 수 없지만 강력한 요소들이다. 254

 

21. 리더가 되겠다는 선택

 

리더는 인품, 능력, 파트너십의 3가지로 가늠된다. 리더들은 솔직하고 용기 있다. 리더들은 강점을 알아서 이용하고, 약점은 타인의 기술에 의지하고 계속 배우고 적응하는 것으로 보강한다. 리더는 도움이 필요할 때를 알고 그것을 찾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구할 때를 알고 도움을 제공한다. 리더는 강력한 또래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리더는 생김새, 체격, 피부색을 불문하고 조직의 모든 직위에서 나온다. 리더는 언제, 어디서든 나올 수 있지만, 처신과 접근 방식은 일관성 있고 꾸준하다. 리더들은 다른 리더를 알아보고 지원하면 격려한다. 내 밑에 몇 명의 리더가 있는 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256

 

승리는 장담한 것 이상의 일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승리는 필요한 일을 이루어내는 것을 뜻한다. 우수하다는 것은 실패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위해 항상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267

 

22. 변화의 전사

 

나는 직원들에게 투우에 대해 말했다. 소들은 나름의 카렌시아를 갖고 있다. 카렌시아  소가 위협을 받을 때 돌아가는 특정한 자리를 뜻한다. 투우가 계속되고 더 자주 위협을 받으면, 소는 몇 번이고 카렌시아로 돌아간다. 소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난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신을 더 큰 위험에 빠트리는 셈이다. 소는 점점 더 쉬운 공격 상대가 된다. 우리는 편안한 구역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예전 그대로 익숙한 곳으로 물러날 수가 없다. 277

 

24. 큰 아이디어, 소소한 세부사항

 

내 경험으로 볼 때 리더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 리더십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배우고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302

 

리더는 인품, 능력, 협동성으로 정해진다. 302

 

25. 사슬톱 칼리

 

2001년 초반 무렵, 나는 경제 침체를 넘어서는 뭔가를 보고 있었다. 우리  산업에서 일어나는 일은 단순히 주기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이것은 구조적인 변화였다. 우리 고객들은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테크놀러지에 너무 많은 돈을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엉뚱한 물건에 투자했으며,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했다고 느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테크놀러지에 돈을 쓸 의향이 없었고, 돈을 쓸 때는 더 많은 것을 기대했다. HP가 경쟁한 테크놀러지는 중추가 되었고, 모든 비즈니스의 핵이었다. 우리의 테크놀러지는 일상생활에 더욱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310

 

경제적으로 불황일 대는 회사의 모든 단점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경제 침체는 회사 경영상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한때 숨겼던 문제들을 더 이상 못 본 체할 수가 없어진다. HP친절함만 가지고는 부족했다. 우리는 정직해야 했다. 나는 경영진을 비롯해 더 많은 조직과 진실을 말할 필요성에 대해 의논했다. 316

 

나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코너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그들의 신념을 테스트한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강하게 방어하는지를 본다. 도전을 받으면 뒤로 빠지는가, 아니면 견해를 더욱 주장하면서 버티는가? 압박을 받았을 때 더 풍부한 데이터를 제시해서 견해를 보강하는가, 아니면 목소리만 키워서 같은 말을 반복하기만 하는가? 그런 것을 보고 판단한다. 316

 

27. 채택해서 밀고 나가기

 

초기에 회의 석상에서 어느 고객이 내게 말했다. 기억하십시오, 칼리. 이것은 당신들의 합병이지 우리의 합병이 아닙니다. 그는 정중하게 나를 일깨워주었다. 합병 계약의 핵심은 고객들에게 더 잘 봉사하려는 것이므로, 회사 내부에 치중하느라 고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은 우리의 결정으로 인해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어도 안 되는 것이었다. 353~354

 

29. 권력 정치

 

모든 리더에게는 때가 있는 법이고, 언젠가는 저도 끝을 맞이할 겁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함께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383

 

30. 내 영혼을 가졌다는 것

 

이사회가 맡은 일은, 경영진의 사고와 예측과 계획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사회 석상에서 건전한 대화와 토론을 해야 합니다. 모든 의견을 경청하고, 모든 아이디어를 검토해야 합니다. 저는 열정적인 사람이고, 이 이사회를 솔직하게 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런 토론을 하면서 분노하거나 변명하거나 마음을 닫는다면, 저는 실패한 것입니다. 건전한 토론 후에는 결정의 시간이 옵니다. 또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실행하는 기간이 있어야 하고, 그 기간동안 우리는 정한 길을 고수해야 합니다. 398

 

하지만 이후 몇 주일간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HP직원들이 보낸 수천 통의 이메일이었다. 그들은 상상도 못했던 업적을 나와 함께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내게는 이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406

 

인생은 항상 공정하지 않다. 나는 말 그대로 빅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맡은 일을 완수했다. 실수도 했지만, 변화를 이루어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와 내가 믿는 것에 내주었다. 나는 힘든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수 있었다. 잃어버린 사람들과 목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지만, 내 영혼을 잃었다는 슬픔은 없었다.

 

에필로그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다

 

HP는 나를 소진시켰다. 내 삶 전체가 HP를 둘러싸고 펼쳐졌다. 달력의 매 순간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그게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내게 HP, 직원들에게도 말했다시피 직장 이상, 사랑의 노동이었으니까. 하지만 자유와 자연스러움은 희생되었다. 항상 걱정거리가 있었다. 기쁨의 순간이란 영혼이 무게 없이 둥둥 떠다니는 순간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캐럴에게 대답했다. 그냥 행복해지고 싶어요. 412

 

나는 평생 축복 받았다고 믿는다. 오늘도 축복 받았다는 기분이 든다. 기회와 경험을 누리는 축복, 걸어온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축복, 상상도 못할 정도의 재정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축복, 사랑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축복. 나는 살면서 난 두렵지 않아란 말을 여러 번 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되뇌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려고 그 말을 외쳐보았다. 그리고 오늘, 정말 그렇다는 걸 안다. 내 영혼은 나의 것이며, 나는 평온하다.

 염소 냄새가 독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수영장에 울린다. 아이들이 풀에 다이빙을 하는 바람에 종이에 물이 튄다. 2005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내가 바라던 것을 얻었다는 것을 안다. 내 삶은 자연스런 기쁨의 순간으로 충만하다. 나는 행복하다. 413

 

 

. 내가 저자라면

 

이 책은 여성이자 로스쿨 중퇴자라는 Minority로서의 한계를 딛고 들꽃 같은 생명력으로 비즈니스 계의 정상에 올라 혁신을 주도하다가 주류사회에 의해 장렬히 烹() 당한 남다른 영혼에 대한 이야기이다.

 

칼리 피오리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미국 주류 지배계급) 출신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비주류이다. 그녀가 선택한 분야가 리더로서의 여성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비즈니스 계이기 때문이다. HP CEO로 취임하면서 그녀는 대형 컴퓨터 업계 최초의 여성 회장, 세계 상위 20대 기업 최초의 여성 회장 등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녀는 시작부터 참 힘든 선택을 했다. 데이터와 선례에 의지하는 현실주의자였다면 결코 발을 들이지 않았을 이 바닥에 그녀를 이끈 것은 변화를 즐기는 태도배움의 기쁨이었다. 성공의 열쇠이기도 한  자산들을 물려준 부모님이 그녀에게는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될 수밖에 없었으리라.

 

칼리 피오리나는 왜 자서전의 제목을 ‘Tough Choices’라고 정했을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선택’, 특히 힘든 선택이 오늘의 그녀를 있게 한 밑거름이다. 이 책은 30장의 소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었다.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갈구하던 중산층 소녀가 스물 두 살의 어느 날, 로스쿨을 중퇴하고 영혼의 자유를 선택하게 되기까지 과정이 1~2장을 꾸미고 있다. 30장 중에 두 개 장에 불과하지만 가족사와 자신의 얘기를 포인트를 짚어 밀도 있게 서술하고 있다. 1~2장에서 그녀의 캐릭터와 성공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와 철학이 그녀의 전공이었다지. 서술의 퀄리티가 인문학의 승리라고 할 만하다. 그녀의 서술방식 중 문단 말미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스타일이 특히 마음에 든다(‘내 영혼은 여전히 내 것이었다.’, 이런 것들).

 

3~30장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HP CEO로서 은퇴하기까지 시기를 다루었다. 그녀는 힘든 선택들을 통하여 타고난 천복(bliss)을 일찍이 깨달았고, 그것을 고도로 활용하여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성공 스토리를 일구어냈다. 그 성공의 뿌리에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담겨져 있었다. 『안티고네』가 그것이다. 그녀는 안티고네를 화두로 매년 새해 벽두에 자신의 행동과 동기를 깊이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 동안 자신이 내렸던 결정에 마음이 편안한지. 내 영혼이 여전히 나의 것인지. 자칫 조직의 논리에 실종될 수 있는 개인의 영혼을 그녀는 그렇게 보존하고 키워왔던 것이다. 자신을 설득할 수 있는 명백한 핵심가치에 충실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말단조직과도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진척되니 지난 한 달간 읽었던 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핵심가치공동의 발전이 그것이다. 잭 웰치가 사명이라 한 것, 아니타 로딕이 영성이라 한 것, 안철수영혼으로 표현한 것이다. 네 명의 기업인은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핵심가치를 도출하여 그것이 구성원과 혼연일체를 이루도록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노력은 브랜드실적으로 결실을 맺었다.

 

핵심가치는 기업의 발전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의 공동 발전을 철학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 구성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가치, 일부 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가치로는 기업을 한 몸처럼 경영해 나갈 수 없다. 여기서 공헌이라는 보다 보편적인 생각의 종자가 도출된다. 공헌이란 공동의 노력으로 파이를 키워 구성원 각자에게 돌아갈 몫을 키우는 것이다. 또는 공동의 노력으로 효용을 최적화해 구성원 각자에게 돌아갈 害()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관점을 사회로 넓히면 구성원의 범위는 이웃과 환경으로 확대된다.

 

우리가 머무는 곳이면 어디든 경영해야 할 대상은 있기 마련이다. 가정이든 회사든 나 자신이든 그것과 하나될 수 있는 핵심가치를 찾아내고, 꾸준히 가치를 구현해 나가는 것- 나의 영혼을 나의 것으로 보존하는 길이리라.

IP *.212.9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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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9.27 00:03:29 *.34.224.87
장렬히 팽 당한 남다른 영혼!
상현스러운 표현....ㅎㅎ

변화를 즐기는 태도와 배움의 기쁨...
안티고네... 그렇지...맞다..아하...
400페이지의 방대한 양에서 정확히 맥을 짚어내는 능력..
그것이 공헌까지 도출된다....

동기의 리뷰를 보는 것은 또 다른 배움...
땡큐!!

연구원의 북리뷰...방식...
뭐랄까..깊고 넓게....
참 많이 배우게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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