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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16일 08시 33분 등록
1968년 '통일 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옥중생활을 했다. 통일혁명당 사건은 1968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통일혁명단 간첩단 사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그 규모에 있어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조직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김종태, 이문규, 김질락이 사형당했고, 신영복은 보통군법회의와 고등군법회의에서 모두 여섯차례나 사형에 해당하는 죄목으로 꼬리표가 붙었다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통일혁명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김질락 외에는 통혁당 지도간부인 김종태나 이문규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음에도 통혁당의 지도간부로 간주된 무기수, 신영복이 이렇게 탄생했다. 그는 나중에 중앙정보주에 가서야 자신이 통혁당 지도부가 된 것을 알았다.  지금은 중고등학생 권장도서이기도 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신영복 교수가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투옥중에 집필한 책이다.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2006년에 정년 퇴임했다. 퇴임 당시 소주 포장에 들어가는 붓글씨를 그려주고 받은 1억을 성공회대에 기부했다. 현재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재직중이다. 

감옥에서 '인간성이 개조'되는 자기혁명을 이루어낸다. 밑바닥을 살아온 사람들과 24시간 맨살을 부대끼며 살았다. 이들을 통해 자신이 지식청년으로서 '먹물성'을 통절히 비판하고 뼈아픈 반성을 한다. 감옥에서는 서로가 알몸으로 부대끼며 살기에 과거와 생각을 공유하게 되고 자신의 삶과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10여년간 교도소에서 직접 노동을 하면서 온몸으로 고통을 느끼며 경험했다는 사실에 그의 인간개조론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는 서예에도 조예가 깊다. 이 역시 옥중에서 익혔다. 감옥 20년의 삶이 인생을 바꾼 진정한 '나의 대학 시절'이었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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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는 유교 고전인 '시경' '서경' '주역'에서 시작하여 '논어' '맹자'를 거쳐 도가 사상의 텍스트인 '노자' '장자'를 말한다. 나아가 '묵자' '순자', 불교의 화엄학을 지나 성리학의 '대학' '중용'까지 간다. 동양사상을 이렇게 두루 살필 수 있는 것은, 그가 방대한 동양고전을 꿰뚫고 있다는 반증이다. 

방대한 텍스트를 이야기하면서도, 중심을 꿰뚫는다. 바로 '관계론'이다. 서양사상이 '존재론'이라면, 동양은 '관계론'에서 시작한다. 신영복의 고전독해는 과거의 가치를 현재와 미래에서 되살려 음미하며, 인간과 사회 및 우주를 관계주의적으로 이해한다. 기원전 7세기부터 기원전 2세기에 이르는 춘추전국시대, 즉 부국강병이라는 목표 아래 각축을 벌이던 무한경쟁시대에 터져 나왔던 거대 담론들을 '고전'을 통해 오늘의 상황에 연결한다. 현대 자본주의, 그것이 관철하고자 하는 세계체제와 신자유질서는 춘추전국시대 상황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책을 읽고 의심했다. 시간은 강물과 같다. 시간은 여기에서 저기로 흐른다. 디지털 시대는 시공간을 순차적이 아니라, '내키는 대로' 재배치한다. 현재를 과거의 결과가 아니라,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다. 고령화 사회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상품과 상술이, 다가오지도 않은 '고령화 사회'때문에 생겼는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준비하기 위해, 재테크와 노후준비로 여유가 없다. 그의 '강의'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하다. 현실은 과거로 만들어지고, 사람은 그 과거, 현재가 된 원인들을 배울 필요가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라 폭군 걸왕 이야기다. 저자는 오늘날 사람들이 '걸왕의 독락'을 행복의 조건으로 삼고 있음을 본다. 개인적인 정서 만족만을 낙의 기준으로 삼는다. 타인과의 공감이 얼마나 한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해 무지함을 질타한다. 타인과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상처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혼자서 놀아도 즐겁게 만드는 것이 현대 자본주위가 돈을 버는 방법이다. 기형적으로 부풀려진 에고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면 쉽게 상처 받는다. 사회는 더 현란해질 것이고, 개인은 더 고독해질 것이다. 

'강의'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처럼 현실에 기반을 둔다. 신영복 교수의 사상은, 땅에서 시작한다. 그의 책은 땅과 생각을 이어주는 다리다. 난 이 책을 책으로 보고 싶지가 않다. 나의 마음의 온도를 재는, 온도계로 보고 싶다. 내 인생은 따듯한 인생이 될까? 그렇다면, 지금 내 마음의 온도는 따듯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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