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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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쌓여가는 책들을 보면서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리하는 방법에 관한 책을 사보다니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으나 읽고나서 대 만족이다.
1.
궁핍했던 시절을 지냈던 덕택에 몸도 마음도 무엇을 쌓아놓는데 익숙해져 있다. 필자가 말하는 내용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인간의 신체는 기아 상태를 기본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본래 동물은 늘 식량을 찾아 우왕좌왕하는 존재다. 초식동물은 영양효율이 나쁜 식물을 늘 먹고 있고, 육식 동물은 도망가려는 먹이를 쫓아 뛰어 다닌다. 일단 먹잇감을 사냥하여 배를 채우고 나면 다음에 배고파 질 때까지 뒹굴거리며 논다.
자연 속에서는 기아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의 신체는 기아에 대응하는 구조로 되어 있고 우선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꼬르륵”하는 소리나 위의 통증으로 확실하게 내보내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인간만이 남아도는 식량을 갖고 있다. 남아도는 식량에 둘러싸여 스스로 식사나 영양을 관리해서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기아에는 대응할 수 있는 신체도 과식 상태에는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배가 꽉 찼는데도 맛있는 것이 나오면 또 먹고 싶다. 눈으로 보고 맛있을 것 같으면 또 먹는다. 시간이 되었으니 식사한다. 와 같이 한이 없다. ? P22~23”
2.
작가는 인간만이 음식의 과잉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인간이 개입된 경우기는 하지만 동물들 또한 식량과잉의 문제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해 전에 아이랑 지역에서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들은 이야기다. 사람들은 흔히들 공원에서 비둘기나 오리 그리고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고는 한다. 그런데 세심히 관찰해 보면 공원의 비둘기나 오리 금붕어 또한 비만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환경단체의 선생님께서 비둘기나 오리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환경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다. 비둘기의 경우 먹이를 주는 족족 먹어서 자기집에 일부를 저장해 놓는데 그 저장해 놓은 먹이를 먹을 겨를도 주지 않고 인간들이 계속 주기 때문에 비둘기의 집에는 쥐들이 난리라고 한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쌓아두려는 속성은 비슷한가 보다.
3.
풍요로운 세상을 살게 되면서 쌓이는 것은 식량만이 아닌 것 같다. 욕망도 쌓이고 책도 쌓이고 물건도 쌓이고 “살”도 쌓이고. 3~4년에 걸쳐 몸무게를 조절하면서 느꼈던 것이 더하는 작업보다 빼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욕망 ? 먹고 싶은 욕망, 하고 싶은 욕망, 가지고 싶은 욕망-을 뺀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 물건은 사용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난다. ‘아깝다’는 말로 봉인하면 결국 물건을 죽이는 꼴이 된다. 사용하는 물건은 따로 간직해 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린다. 봉인을 풀고 손을 움직이면 물건의 가치가 보이게 된다. P11”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말만 살짝 바꾸어 보니 이런 식으로도 통한다.
책은 읽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살아난다. “아깝다”는 생각으로 혹은 언젠가는 읽어보겠지 하는 생각으로 놓아두기만 한다면 결국 책을 죽이는 꼴이 된다. 자주 읽을만한 책은 따로 간직해 두고 읽지 않는 책은 버린다. 책을 손에 들고 읽게 되면 책들의 가치가 보이게 된다.
오랫동안 쌓아두었던 책들을 정리했다. 열심히 공부했던 자취가 남아있는 그러나 졸업하고 몇번 본 기억을 빼고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전공책들을 비롯하여 첨단분야를 하는 덕택에 이미 오래된 정보가 되어 버린 컴퓨터 관련서적들을 정리했다. 그동안도 몇 차례 정리한 적이 있지만 이토록 대대적으로 정리해 버린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깝다고 나두었던 책들도 다시 읽을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바로 긍정의 대답이 나오지 않는 책은 무조건 버린다는 원칙으로 책을 정리하였다. 올해 들어 읽었던 책들을 두번 읽어보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래서 오히려 책을 분류하기가 더 쉬웠는지 모른다. 다시 한 번 더 읽을만 한 책이 아닌 경우는 무조건 정리대상에 올렸다.
4.
이제 물건 뿐만 아니라 욕망을 빼는 작업을 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답시고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버리지 못함이 문제인 것 같다. 이 가을에 버리는 것을 통하여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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