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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2일 01시 24분 등록

 1929년부터 1934년까지의 5년간이었다. 나는 뉴욕 주 우드스톡의 작은 오두막에 살면서 그저 책만 파고들었다. 그저 읽고, 또 읽고, 읽으면서 노트 필기를 했다. (……)

그 5년 동안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비록 잠시 동안이라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은 확신하고 있었다. 한 번은 작은 서랍장의 맨 위 서랍 안에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넣어 두고는, 그 돈이 거기 남아 있는 한 아직 빈털터리까지는 아니라고 자위한 적도 있었다. 정말이지 놀라웠다. 나는 아무런 책임도 지고 있지 않았다. 전혀. 정말 재미있었다. 일기를 쓰고,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써 보았다. (……)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완벽한 삶을 산 것 같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내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순간에 맞춰 나타나 주었다. 내가 그 당시에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5년 동안 직업도 없이 지낼 수 있는 삶이었다. 그게 가장 절실했다.
- 조지프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신화와 인생> 중에서


비교종교학자이자 신화 연구가인 조지프 캠벨이 20대 중반의 자기 삶에 대해 회고한 내용입니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의 20대 중반은 초라했습니다. 대공황으로 인해 직업을 구할 수 없었고, 다 잡은 박사학위를 포기해야 했으며, 가진 재산은 당시로써는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몇 천 달러가 전부였습니다. 책값을 지불하기 어려워 서적상에 부탁해 외상으로 책을 구입해야 했고, 우드스톡에서 임대한 집은 수도시설도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는 이 시기에 자신의 소명을 위해 1만 시간을 채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훗날 캠밸 자신도 이 5년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으며, 이 시기에 “기본적인 독서와 공부는 거의 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자유로웠으며 그야말로 경이로웠다”고 덧붙입니다.

저는 두 달 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가난해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쫓을 것이고, 읽고 싶은 모든 것을 읽고, 쓰고 싶은 모든 것을 쓸 것이다.” 앞으로 5년 동안은 오직 소명을 따르겠다는 다짐을 하는 데 용기를 주고 모범으로 삼을 레퍼런스를 보여준 사람이 바로 캠벨입니다. 감히 저를 캠벨과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캠벨 속에서 저를 느낍니다. 그리고 그가 그랬듯이 저는 저답게 5년을 보낼 겁니다.

잘 안 될 때도 있고 위기도 올 겁니다. 그러면 캠벨의 해준 이야기를 기억할 겁니다. “어느 아메리카 인디언 소년이 입문제의를 행할 때 이런 조언을 얻었다. ‘삶의 길을 가다 보면 커다란 구렁을 보게 될 것이다. 뛰어 넘으라.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넓진 않으리라.” 뛰어 넘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러면 거기서 다시 시작할 겁니다.

IP *.251.7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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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06.22 04:06:39 *.204.150.145
캠벨은 아직 그 여운이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선배의 5년 아주 의미있는 시간들이 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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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6.22 15:47:27 *.251.74.213
누나, 자주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마워요.
'심한 아이(I)'라고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누나는 '따뜻한 소녀' 같아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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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09.06.23 15:19:44 *.43.130.57
 말해서  젊은시절(?)
난  정말 하고싶은 것이 있었다.
 독일문학과  음악사를 공부하고 싶었고
직업외교관이 되고싶었다.
그러나
모두들 말렸다.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내 용기없음을 탓하고 가지않는길에 회한과 아쉬움으로
많은 날들을 그렇게 보냈다. 

돌아보건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타인에게 허락을 구하고자 했고 
안된다면 안되는 것이양 나를 달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승완이의 용기있음에 박수를 보내고 현명함을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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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6.24 00:09:33 *.234.26.137
누나, 고마워요.
긴 호흡으로 가보고 싶어요.
누나, 우리 책 말고 다른 어린이 책 쓰고 있단 이야기 들었는데
잘 진행되고 있나요?
우리 책 나오면 소박하고 근사하게 출판 파티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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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윰
2009.06.29 11:49:38 *.196.56.187
앞으로 5년 동안 가난해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쫓을 것이고, 읽고 싶은 모든 것을 읽고, 쓰고 싶은 모든 것을 쓸 것이다. - 이말이 참 가슴에 와닿네요.그리고 저에게도 아직늦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힘내세요.
진정한 열정은 '놓지않는것' 이라고 합니다. 승완님의 찬란한 5년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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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윰
2009.06.30 14:48:11 *.196.56.187
아- 기억하시네요^^ 감사합니다.
책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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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06.29 15:23:14 *.251.74.23
소녀윰 님, 격려 고마워요.
늦지 않았음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없다면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기 어려우니까요.

전에 저와 승오가 쓴 책의 제목 공모글에 댓글 달아주셨었지요?
책 출간되면 보내드릴게요. 출간 예정일은 7월 10일이에요.
소녀윰 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개인정보는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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