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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9일 16시 05분 등록
<변화학 칼럼 25>

마음이 담겨 있는 길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이 길에 마음(heart)이 담겨 있느냐?
카를로스 카스타네다는 <돈 후앙의 가르침>이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여행하는 길은 오직 한 가지 길뿐, 즉 마음이 담겨 있는 길이다.
어떤 길이든 마음이 담겨있는 길로 나는 여행을 한다.
여행하면서 그 길을 끝까지 다 걸어 보는 것!
그것만이 이 생에서 유일하게 가치 있는 도전이다.
바로 이 길을 나는 걷는다. 숨을 죽인 채 지켜보고, 또 지켜보면서


그는 마음이 원치 않는 길을 버리는 것은 자신이나 남에게 전혀 무례한 일이 아니라면서 길을 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오직 한 가지를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이야기한다.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느냐?”

‘그것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는 스스로 자처한 인생의 고난 앞에서도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애써 강변한다. 그리고 누군가를 원망한다. 하지만 고난까지 이르는 길을 함께 돌아보면 그 고난을 피할 수도 줄일 수도 있었던 수많은 선택의 기회가 즐비하게 깔려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린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의 선택이었음을.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기결정의 존재이다. 어떠한 내외부적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서로 다른 크기의 정신적 공간(psychic space)이 자리 잡고 있다. 그 공간 안에서 나의 반응을 결정(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존재의 차별성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행위는 기본적으로 반응(反應, response)이 아니라 대응(對應, coping)이다. 하지만 인간만의 이 천부적 능력인 ‘대응능력(coping capability)'을 우리는 어느 틈에 상실하고 있다. 자동적으로 생각하고 반사적으로 행동하거나 어느 때는 자극에 둔감하거나 결정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

수동적 선택과 능동적 선택
엄밀하게 삶은 수동적 선택과 능동적 선택이 있을 뿐이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수동적 선택은 선택당하는 것, 선택을 미루거나 피하는 것, 다른 선택없이 선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철학자 요다의 말과 비슷하다. ‘하거나 하지 않는 것만 존재할 뿐, 하려고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두 가지 선택의 구분점은 명쾌하다. 선택의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향이라면 수동적인 선택이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이라면 능동적인 선택이다. 그렇기에 선택의 또 다른 의미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택한다는 의미와 함께 그에 따른 실패의 위험성을 온전히 감수하겠다는 의미이다.

수동적 선택을 즐겨하는 사람들의 특성
1.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사실은 실패 자체라기보다 실패라고 느낄 때 자신을 향해 쏟아질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2. 자신의 내적 욕망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타인의 욕망만을 흉내 내고 살거나 타인의 욕망을 채워주는 기쁨으로 세상을 지탱하며 사는 사람이다. 그는 타인에 의해 쉽사리 자신의 선택을 바꾸고 페이스를 잃어버린다. 그에게는 ‘내일(future)도 없고 내 일(my work)도 없다.’
3. 근시안적 시야와 경직되고 닫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과거와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볼 수 없기에 선택은 미루어진다. 선택후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미처 보지 못한다. 삶에는 상품의 환불이나 교환처럼 다시 되돌릴 수 있는 선택이 많다. 잘못한 선택보다 더 안 좋은 것은 선택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것임을 그들은 모른다.
4. 자극과 대응사이의 ‘정신적 공간’이 작고 ‘대응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사람이다.
5. 삶의 우선순위가 없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선택을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때로는 이것 저것 모두 하고 싶어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공을 다 받으려 하지 마라.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인다. 그럴 때면 득실을 계산하여 어느 한 가지를 택하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몸을 던져 공을 받아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날아오는 공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하여 지금의 선택 상황을 거절하거나 바꿀 권한은 항상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그것은 선택의 회피나 미룸이 아니다. 능동적 선택이다. 내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는 것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말할 때만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하여 '예!'라고 답할 수 있는 법이다. 1984년에 <메가트렌드>라는 책을 쓴 존 나이스빗은 10대 메가트렌드 중의 하나를 ‘양자택일의 사회에서 복수선택의 사회’로의 이동을 꼽았다. 시야를 변경하고 사고의 틀을 확장한다면 우리는 사지선다형 문제를 주관식으로 바꿔볼 수도 있고 ‘multiple choice'의 문제로 바꿀 수도 있으며 어느 경우에는 내가 수험생이 아니라 출제자가 될 수 도 있다.

나는 선택한다. 고로 존재한다.
최근 주변사람들에게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쎄... 그런데 좋은 길 놔두고 뭐 하러 그리 가?”라고 대꾸한다. 순간 공감 받지 못함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마음을 좀 더 설득력 있고 생생하게 표현해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변화란 ‘선택 당함’의 삶에서 ‘선택함’의 삶으로의 전환이다. 나는 이제야 내 마음이 담겨 있는 길을 스스로 선택하려고 한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좋아한 척 살아온 삶을 이제는 떠나보내려 한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려한다. 이것은 변화의 여정에 나섰을 때 나와 맺은 굳은 약속이다.

오로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을 우리는 변화라 부른다.
Only creative & active choice can make chan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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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5.11.10 02:12:47 *.75.166.83
항상 님의 글에서 많은 공감을 하곤 합니다.

영화 'kingdom of heaven'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 예루살렘을 위해서 기사도는 잊어버려...! '
' 양심이 사라지면 예루살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은 길이란 물질적 풍요, 사회적 권위, 보편적 규범이 동시에 있는 것이었겠지요. 하지만 님은 아닌 것 같군요!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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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옥균
2005.11.10 06:58:07 *.62.200.140
사형의 글을 읽으니 문득 구소장께서 하신
'길을 떠날때는 무릇 사무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글귀가 떠오르는군요.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많이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역시 나에게 주어진 길이 있을거라 자위 하면서
희미하지만 어둠속에서도 그 길을 잃지 말기를 기도하며
다시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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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이>송창용
2005.11.10 09:47:19 *.99.120.184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좋아한 척 살아온 삶을 이제는 떠나보내려 한다.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길을 가려한다. 이것은 변화의 여정에 나섰을 때 나와 맺은 굳은 약속이다." 지나온 길이 수동적 선택으로 이루어진 길이라면 앞으로의 길은 능동적 선택으로 펼쳐진 나만의 길을 가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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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005.11.10 10:33:21 *.108.138.3
저두요..문요한님의 글에서 많은 힘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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