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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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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1일 09시 24분 등록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 - 러닝머신과 책읽기

완당의 칠십이구초당(사물의 많음을 나타내는 뜻으로 만년에 완당이 즐겨 사용한 아호)시절 현판 글씨 중에 <일독一讀 이여색二女色 삼음주三飮酒>라는 작품이 있다. 내용이야 첫째는 독서(공부), 둘째는 여자, 셋째는 술이라는 뜻이다. 우리 연구원 중 된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술 좋아하는 호인이 이를 제식대로 해석하여 “책 한권 읽을 동안에 섹스를 두 번하고 술을 세 번 마신다.”고 하여 미소 짓게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완당을 말년까지 지켜준 힘은 공부하는 행복, 제자를 가르치는 즐거움, 예술 하는 열정이었다고 한다. 그 중 공부하는 것의 행복이 제일 컸다고 말한다. 그래서 “평생조지력平生操持力 ······ 방지학위복方知學爲福” 이란 자작시도 남겼다. 평생을 버티고 있던 힘이 공부하는 복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뜻이다.

‘공부하는 것의 행복’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깨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는 책 보는 도중에라도 누군가 한 잔 하지라는 연락이 오면 덮고 나가는 것을 보면 세속의 즐거움이 아직 더 커다는 것에서 익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승께서는 하루 2시간을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이 ‘건너뛰고 지름길에 연연해하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가 전문가에 이르는 방식’임을 배우는 것이라 하였으며, 또한 그 2시간이 ‘기본을 중시하고 원칙에 충실한 독학으로 스스로를 필요한 인재로 만들어 가는 방식’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제대로 2시간을 활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뜻일게고 사실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해보지 않은 분은 잘 모를 것이다.

작년 봄에서 여름 어느 때인가 러닝머신을 구입하였다. 몸에 이상 징후도 발견되었거니와 예전에 헬스장에서 하던 방식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어서였다. 그것은 걷는 운동을 하면서 책을 보는 방법이었다. 사람들은 아니 적어도 나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채 30분을 집중하지 못하는 병적인 꿈틀거리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다. 그래서 부친께서 어릴 적 그런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차는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다. 마찬가지로 나이든 지금에도 도서관에 가지 않고서는 제대로 30분 이상을 집중해 본적이 별로 없다. 화투(고스톱?)나 당구 등 음주가무에 관계된 것 빼고. 가장 심각한 장애요인이 핸드폰이다. 도서관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끄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기도 하고 전화가 없으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핸드폰증후군이 있는 것 같기도 할 정도이다. 나머지 장애요인들도 있지만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어쨌던 구입하고 나서 한 동안 재미있게 운동을 하였다. 올 해 들어 마라톤을 한다고 러닝머신을 방치하기는 했지만 운동하고 책 읽는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대단히 유익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지금부터 그 비결(?)을 공개하기로 하자.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중에서 시판하는 일반 러닝머신이다. 나는 홈쇼핑에서 60만원대 제품을 구입하였다. 러닝머신 위판에 보면 디지털계기판이 있다. 맥박, 칼로리소모량, 시간, 속도 등이 표시되는데 그 계기판위에다 간이 책걸이판을 만들고 책을 놓고 긴 고무줄로 계기판 전체를 묶으면 준비 끝. 간이 책걸이 도구는 세탁소에서 일회용 옷걸이를 2개를 구해서 모양에 맞게 철사로 묶어 계기판에 걸친다. 절자 모양의(히틀러 문양 비슷한 거?) 형식으로 하면 된다. 사진이 한 장밖에 올라가지 않아서 다음 목록에 올려 놓도록 하겠다. 그리고 문방구에서 파는 긴 고무줄을 묶어 계기판 전체를 묶는데 이는 책이 고정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걸으면서 책보면 된다. 아주 간단한데 글로 풀어 쓰려니 참 어렵다. 전문가의 능력은 어려운 것을 쉽게 하는 것인데······ 아직 전문가의 경지는 멀고 험한가 보다.

집이나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으로 운동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리라. 그분들에게야 이런 얘기가 별무소득이겠지만 걸으면서 읽는 재미를 들이시려 하는 분들은 걷는 방식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우선 처음 10분은 시속 5km로 걷는다. 그리고 10분마다 0.5km씩을 올린다. 걷는 속도가 최고 7km를 넘어서지는 않는다. 그 이상은 책보는데 어지러움을 느끼고 글씨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약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몸에 무리를 느끼지 않을만큼만 하면 좋다. 시간당 평균 30~40page 정도를 보는데 보다가 지루하면 다른 생각도 하기도 하고 하여튼 내 몸에 편하게 본다. 주 4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느껴진다.

이 방식이 내게 주는 장점은 첫째, 운동과 책읽기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 시간만큼은 여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이 울려도 받으러 갈 수 없다. 그리고 다른 어떤 일이 생겨도 몸에 땀이 흐르는 즐거움을 바꾸고 싶지 않다. 세 번째, 나의 하루 일정을 소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직 이러 저러한 바깥일을 하고 있는 게 많아 오후에는 거의 외부에서 생활을 한다. 그러다 보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아직은 새벽과 오전밖에는 없다. 오전은 다들 학교가고 출근하고 나밖에 없는 공간이라 집중하기 참 좋은 시간이다. 특히 오전시간이 나는 참 좋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한 번 시도해 보시라. 의외로 재미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러 저러한 글을 쓰면서 내 자랑을 참 많이도 한 것 같다. 마라톤에서부터 하루를 보내는 방식, 사람만나는 것에서 책읽는 자랑까지. 그런데 사실 별 내세울만한 것은 너무도 미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완당같은 불세출의 인재도 아니고 아직 스승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부족한 사람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이렇게라도 쓰고 남들에게 알려야 스스로 자극이 되어 조금이라도 열심일 것 아닌가 하는 심정에서 쓰는 것이 많다. 난들 왜 욕심이 없겠는가. 스스로를 수련하여 빛나는 부의 원천이 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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