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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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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6일 12시 46분 등록
동물학교

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달리기, 오르기, 날기, 수영 등으로 짜인 교과목을 채택했다. 동물학교는 행정을 쉽게 하기 위해 모든 동물이 똑같이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다.

오리는 선생보다 수영을 잘했다. 날기도 그런대로 해냈다. 하지만 달리기 성적은 낙제였다. 오리는 학교가 끝난 뒤에는 달리기 과외를 받아야 했다. 달리기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그의 물갈퀴는 닳아서 약해졌고, 수영 점수도 평균으로 떨어졌다. 토끼는 달리기를 가장 잘했지만, 수영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렸다. 다람쥐는 오르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냈지만 날기가 문제였다. 날기반 선생이 땅에서 위로 날아오르도록 하는 바람에 다람쥐는 좌절감에 빠졌다. 날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를 보였지만 다른 수업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는 독수리는 문제 학생으로 전락했다.

결국 수영을 잘하고, 달리기와 오르기, 날기는 약간 할 줄 알았던 뱀장어가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받아 학기 말에 졸업생 대표가 되었다.

교육학자 리브스(R. H. Reeves) 박사가 지은 ‘동물학교’라는 우화다. 이 우화에 나오는 동물들을 빼고 우리들을 대입시켜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선은 입시에 찌들려 사는 학생들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가장 평균적인 성적이 나오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일까?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런 인생이 행복한 삶이라고 배웠다. 과연 지금 우리는 그런가?

어릴 적 국·영·수에 목숨 거는 학생시절 이 세과목을 다 잘하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지만 어느 하나도 잘 하지 못해 좋은 대학에 가질 못했다. 그 후 나의 인생은 어느 하나도 잘 하지 못하는 이류인생으로 맴돌고 내 삶 역시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부모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자식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했는데 이놈의 농사는 잘 해 무엇해’ 라는 푸념에 나는 무능한 인간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었다. 지난 20년의 삶이 그랬다. 그런 무기력한 20년은 내게 고통이었다.

그러다 마흔이 된 어느 날 그런 과거를 곰곰이 되 집어 보는 어느 계기를 만났다. 그리고는 한동안 이러한 생각을 되풀이하였다. 이젠 늦은 일인가? 더 이상 내겐 희망이 없는 건가? 괴로웠고 답답했다. 남은 내 인생은 어떡하라고, 애꿎은 술에다 화풀이를 해댄 적도 많았다. 그러기를 한동안 지금이라도 해 보자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이제까지 잘못 산 인생이면 더 나빠질 게 무어냐 까짓거,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인데 지금에라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가 다음의 큰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찾으면 되는 일이니까. 일단 하루 2시간을 빼내어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에다 사용해 보았다. 나는 책이 보고 싶었다. 그동안도 책은 심심찮게 읽었으나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부족해 잡서를 가리지 않았던 것에서 벗어나 진짜 괜찮은 책을 보고 싶었다.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으니 책이라도 잘 보자라는 식이었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 동물농장의 한 마리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를 몇 개월 하다 보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낌이 왔다. 어떨 땐 슬쩍 스쳐가기도 하고 어떨 땐 자다가 벌떡 일어나 노트에다 쓰게도 하였다. 연구원들과 술을 먹다가도 생각에 몰입하기도 하면서 정말 조금씩 조금씩 정리되었다. 전문가가 되자, 나답게 살자, 돈도 많이 벌자, 남들도 나처럼 되게 도와주자 ······ 지난 몇 개월의 고민이 모아진 것들이다. 난 이런 내용들을 가지고 나의 꿈을 정리하였다. 이 꿈을 현실로 만들 계획도 세웠다. (내 꿈은 [5천년의 역사, 꿈]에 올렸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원선택을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기초한다. 물론 어떤 공부가 필요하고 그러자면 어떤 학원이 좋다는 기본 정보는 애들 엄마가 귀동냥을 해 와서 가족미팅에서 내어 놓는다. 그러면 아이들은 자기가 판단을 해서 결정한다. 잘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나 아이들이 배운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이 결정한 부분을 꾸준하게 매일 하지 않을 때는 엄마의 불호령이 바로바로 떨어진다. 거기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결정과 실천이 어린이들한테는 분리된 정서로 남아있을 경우가 아직 많은 나이니까.

다른 이들의 사례를 들었으면 좋겠지만 아직 내게는 그런 많은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에는 주로 내 사례가 많이 등장한다. 나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한 몫 하는 까닭이다. 나나 아이들이 동물농장처럼 살고 싶지 않은 욕망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을까? 무엇보다 나의 간절함이 이런 변화를 만들었겠지만 이 변화를 추동시킨 지렛대는 올 해 1월에 정말 우연처럼 바람처럼 찾아간 ‘내 꿈의 첫페이지’라는 프로그램이었다.

구본형 선생님께서 진행하는 ‘내 꿈의 첫 페이지’ 프로그램은 동물학교가 제시하는 사회의 일반적 통념을 거부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몰입시키자고 강조한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품삯으로서의 일을 거부하고, 자신의 꿈을 구현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보람과 의미로서의 일과 직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을 도와주는 과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우상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이 수없이 많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나에겐 이 프로그램이 나를 이만큼 바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런 유형의 일이다. 나는 이런 방식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것을 알으켜 주고 싶은 것이다. 누구든 언젠가 한번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스스로 설계한 인생을 살아야 할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 당연한 권리를 찾아 주고 싶다. 이 방식이 내가 제일 잘하는 나의 재주고, 능력이고, 아침에 일어나면 신나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직업으로 전환한 이 일이 내게 부와 명예도 가져다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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