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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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산다는건 장작불 같은거야
먼저 불탄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불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은 놈은 마른 놈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마침내
활활타는 장작불같은거야
우리가 산다는건 장작불 같은거야
장작 몇 개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여러 놈이 엉켜붙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침내 활활 타 올라 쇳덩이를 녹이지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 시를 보게 되었는데 예전의 감흥이 다시 떠올랐다. 백무산의 ‘장작불’ 시를 처음 들은 건 지금으로부터 대략 20년 전인 대학시절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당시 이 시는 노래로 만들어져 소위 운동가요로 불려지곤 했는데 이 노래를 잘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어떤 모임의 뒷풀이에서였던가? 교회 목사님이신 선배의 우렁찬 목소리로 이 노래를 들었는데 은혜가 충만했다. 영빨 지대루 받았다. 할렐루야~
우리는 장작불에 던져지는 장작들이다. 먼저 던져진 놈, 나중에 던져진 놈, 아직 안 던져진 놈, 마른 놈, 뚱뚱한 놈, 젖은 놈…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이 놈들이 한데 어울리면 활활타는 장작불이 된다. 물론 부지깽이가 한 몫한다. 이 놈들은 뒤엉키면서 자신의 생김새와 조건에 따라 자신의 길을 찾는다. 먼저 불 붙은 장작은 아직 불이 붙지 않은 장작들을 서서히 뜨거워지게 만들고, 아직 불이 붙지 않은 장작은 불이 붙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침내 불이 붙은 놈은 더 뜨겁게 오래 불이 붙는다.
하루를 되돌아보자. 서로 만나고, 웃고, 울고, 고민하고, 먹고 마시고, 키스하고, 후회하고, 깨닫고, 그리워하는게 우리의 인생살이다. 겉으로는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지만 우리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삶을 살고 싶어한다. 세게 타오르는 장작불이 되고 싶다. 하지만 아무나 장작불이 될 수 없다. 먼저 뜨겁게 타올라야 한다. 우리 삶은 정녕 뜨거워야 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붓고 가는 게 인생이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건 장작 몇 개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여러 놈이 엉켜붙어야 한다. 몸을 맞대고 부벼야 쇳덩이를 녹일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맞대지 못하면 그을음과 잿더미만 남을 것이다.
자~ 여러분~ 다시 세상 속으로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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