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김귀자
  • 조회 수 1894
  • 댓글 수 11
  • 추천 수 0
2007년 4월 4일 11시 50분 등록
풍류는 우아하고 멋스런 정취,

성공에 잠식되는 분잡한 삶에서
본래의 마음으로 돌아가 삶을 맛볼 수 있는 마음이다.
이는 분위기로 우러나온다.

노는 것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즐겁게, 잘 놀 줄 아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이는 돈과도 상관없고 그의 끼와도 상관없다.
함께 그 맛과 멋을 나누는 데 있다.

풍류를 바람에 비유하여 세가지 등급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원함'이다.
요샛말로 '쿨하다'와 통하는데
질펀히 놀고도
뒤끝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는 경지다.
누구와 어울려 놀아도
잘 섞이고, 눈에 띄이기에 환영받는다.
그러나 풍류객 사이에선 아직 하급이다.

두번째가 '훈훈함'이다.
흔히 '인심좋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경지다.
이 사람은 혼자 나서서 재밌게 놀기보다
다른 이들과 함께 놀 기반을 조용히 마련한다.
술 값도 잘 내고, 뒷바라지를 잘하지만 결코 티를 내지는 않는다.
이런 이들과 함께 하면
돈이 있건 없건 모두가 즐겁다.
이를 중급이라 할 수 있다.

세번째가 '맑음'이다.
이 사람은
상대를 좋아하는 내 마음 자체를 즐거워 하기 때문에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다.
현실적 이득과 상관없이 순수하게 즐기며
기꺼이 상대의 후원자가 되기도 한다.
상대로 하여금 마음으로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그와 함께 하면 그 순수한 마음에 취해
어울리는 이들이 마음으로부터 즐거워진다.
가히 풍류의 고급이라 할 만하다.



얼마전 사량도에 가서 나는 한 풍경을 보았다.

보름이 될랑말랑한 달빛 아래,
작은 배 위에선 여럿이 어울려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는 중년의 사내였다.

"나는 달이 좋아."
그는누워서 달을 보기도 하고,
앉아서 보기도 하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보기도 했다.
"나는 사람이 좋아."
와~~신나게 소리지르며 박수치기도 했다.
달빛아래서 스스로 취해버렸다.
그의 취한 모습에 다른 이들도 더불어 취해버렸다.

그의 풍류는 '맑음'
상대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즐기고 있었다.
그 마음이 다른 마음과 같이 노니기에 그 자리는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이곳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류의 고수들이 꽤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래서 즐거운 곳.
변.경.
IP *.252.33.160

프로필 이미지
뱅곤
2007.04.04 13:28:43 *.248.117.3
잘 놀다가는 게 인생 아니더냐?
아주 시원하고 맑은 글이다.
입가에 미소 띤 귀자의 얼굴과 오롯한 마음이 보인다.
그대도 가히 풍류의 고수임을 변.경.이 인정한다.
프로필 이미지
김도윤
2007.04.04 15:41:31 *.249.167.156
좋다!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07.04.04 16:21:52 *.70.72.121
어쭈!
프로필 이미지
백산
2007.04.04 17:58:10 *.109.50.48
멋지군... 더 멋지게 변하는 군,,, 부럽군....
겨울이 보람이 있었군... 축하하고 싶군.....

프로필 이미지
옹박
2007.04.04 18:19:02 *.112.72.193
변.경. 이 모야?
ㅎㅎ 사부님이 그랬단 말이지?
얼레리꼴레리~ 사부님도 ... 떼야겠다. ㅋㅋㅋ
요즘들어 부쩍 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지. 트렌드인가?
프로필 이미지
신재동
2007.04.04 18:22:23 *.219.66.78
공감간다.
변.경 => 변화경영 연구소 (센스하고는)
프로필 이미지
뱅곤
2007.04.04 20:29:04 *.202.137.101
옹박이 그걸 모르겠냐?(센스하고는)
프로필 이미지
옹박
2007.04.05 12:32:57 *.55.54.44
병곤형, 저 몰랐어요.. (센스하고는)
프로필 이미지
다인
2007.04.05 18:20:03 *.149.18.213
다들...ㅡ.ㅡ (센스하고는)
프로필 이미지
지나가다
2007.04.06 07:41:32 *.128.229.88
달도 좋았는데, 베개도 특별했다. 제주도 아이랑 좌우 대칭으로 나누어 베고 누었는데 달이 은은하고 물결에 뗏목이 너울져 인간세상이 아닌 듯 했다. 포항 사내 어당팔과 밝은 써니가 신나서 뭐라 떠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낚시대 드리운 그림자 정다운데 젊은이들 웃음 사이로 한선생 소리 들리고, 그날 사량도 앞바다는 곱기도 했지. 자연만 있어도 더불어 즐기기 어렵고 사람만 있어도 무미하다. 그날 그곳은 소리와 빛깔과 향기로 무찔러 오는구나. 돌이켜 보니 그 봄 밤이 그렇게 좋았구나.
프로필 이미지
다인
2007.04.07 05:04:52 *.102.142.177
물결에 뗏목이 너울지고,,,
바다가 곱기도 했고...
소리와 빛깔과 향기로 무찔러 오기도 하고...

사부님, 말이란 게 쓰기에 따라
그렇게도 멋들어 질 수 있네요.

그렇게 좋구나~^^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80 [7] <미래 교육> 가르침과 도움의 관점이란 [4] 써니 2007.04.21 1719
2479 미래생활사전 후속편/부제: 사랑에 관하여 [12] 海瀞 오윤 2007.04.22 1756
2478 (칼럼007)족보와 뿌리 찾기 [3] 素田최영훈 2007.04.22 2021
2477 책 한권 고르는 것의 어려움 [5] 김도윤 2007.04.22 1519
2476 클릭! 꿈속으로.. [8] 박소라 2007.04.22 1598
2475 나무, 느티나무, 나 그리고 안식처 1 [4] 好瀞 김민선 2007.04.22 1581
2474 나무, 느티나무, 나 그리고 안식처 2 [4] 好瀞 김민선 2007.04.22 1622
2473 미래, 그것은 즐기는 자의 몫 [6] 香仁 이은남 2007.04.22 1590
2472 일상의 재발견 [7] 옹박 2007.04.22 1742
2471 충격! 게시판 조회수 분석 2 [8] 香山 신종윤 2007.04.23 4419
2470 재능해석 결과보고서-온라인 버젼 [1] 이기찬 2007.04.23 1562
2469 인식한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나의 스승과 동료들 [6] 賢雲 이희석 2007.04.23 1652
2468 복리의 마술 그리고 지(知)테크 [8] 香山 신종윤 2007.04.23 2113
2467 미래 기업의 프로토타입: 브레인리저브(BrainReserve) [6] 時田 김도윤 2007.04.23 2145
2466 일상 속 쉼표 [9] 오윤 2007.04.25 1670
2465 '완전 처음인데요' [11] 한정화 2007.04.25 1735
2464 팜므 파탈, 쀼뜌르 파탈 [5] 校瀞 한정화 2007.04.25 1652
2463 경총회관을 다녀와서.. [2] CHOI 2007.04.25 1643
2462 황금부처 [15] 김귀자 2007.04.26 2569
2461 [28] 글로 만나 친구가 된 여인에게 (새빨간 거짓부렁) [8] 써니 2007.04.26 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