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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1일 00시 39분 등록
현명한 사람은 제 시간에 할 일을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할 일을 한다.
- 하이너 리푸너


바쁨에 대하여

직장인의 하루는 바쁘다로 시작해서 바쁘다로 끝난다. “요즘 어떻게 지내?” 이렇게 물어보면 대답은 “바뻐, 힘들어, 피곤해” 세 가지 중의 하나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얼마나 바빴느냐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바빴느냐가 중요하다.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치고 성과가 좋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바쁘다는 사람치고 중요하고 도전적인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는 ‘바쁨’ 자체를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바쁘게 사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지만 어느 순간 절대 바쁘다는 핑계는 대지 않기로 했다. 우리 모두 바쁘다는 것을 핑계대기 전에 먼저 자신의 게으름을 살펴야 한다. 맹자는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여전히 책을 읽지 못한다.’고 말했다. 변화경영 전문가 구본형은 ‘바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밀한 깨달음을 주고 있다.

우리는 오래 동안 바쁨이 미덕인 사회 속에 살아왔다. 그리고 바쁘다는 것이 일을 잘하고 있는 증거라고 오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패스트푸드는 시간이 모자라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이다. 그러나 그것은 좋은 음식이 아니다. 음식 먹는 시간을 절약하여 번 시간으로 달리 써야 할 더 소중한 곳은 없다. 더 빨리 하면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우리 존재의 소중한 형태들- 사랑, 취미, 배려, 이해, 가족, 친구 같은 것들은 오래 동안 천천히 숙성되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것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슬로우푸드 같은 것들이다. … 바쁘고 일이 많으면 우리는 사랑을 잃게 된다. 사랑조차 노동이 될 때 우리는 비참해 진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어떤 사람은 너무 바빠서 일 이외에는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 사람인데, 입으로 ‘바쁘다’를 달고 사는 사람에 비해 오히려 책을 한 권 더 읽고 대인관계도 좋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데 왜 이 사람이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시간관리 십계명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자원이 바로 시간이다. 눈에 보이는 공간, 즉 땅이나 건물은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지만 시간은 손에 쥐려고 하면 할수록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그렇다고 없는 시간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는 것이다. 사소한 것으로 채울 지, 중요한 것으로 채울 지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관리한다기 보다는 우리의 삶을 관리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시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것도 잘할 수 없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 10가지 원칙을 마음에 담을 필요가 있다.


1. 시간을 스스로 분석하라.

피터 드러커는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분석하는 것은 자신의 업무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체계적인 하나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시간을 분석하는 것은 실행하기는 쉬운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일이 중심이 되다 보니 정작 자신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기록하는 것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까닭이다. 시간을 스스로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냈는지? 과연 의미있게 보냈는지? 시간 낭비는 없었는지?

러시아 학자 류비세프는 ‘시간을 정복한 남자’로 불릴 정도로 시간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류비세프는 27세부터 1972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55년 동안 단 하루도 일기를 건너 뛴 적이 없었다. 일기에는 하루 동안 한 일을 간단하게 나열하고 시간과 분을 계산한 후 옆에 다시 알 수 없는 숫자를 적어두었다. 흔히 생각하는 일기가 아니라 시간기록일지라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류비세프의 시간관리법은 크게 5년 단위로 100살까지 잡혀있었다. 1년에 한번씩은 20시간 정도를 들여 1년 시간을 정리했고, 하루는 크게 3등분으로 하여 8시간은 취침, 8시간은 직장 업무, 8시간은 개인적인 연구시간으로 정했다. 또 1시간은 30단위로 쪼개어 기록하였다. 이렇게 촘촘하게 시간을 기록하고 분류, 정리한 결과 평생동안 총 70권의 학술 총서와 12,500여장(단행본 100권 분량)에 달하는 연구논문을 남겼다. 더욱이 그는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녔으며,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면서도 영화, 연극, 음악, 수영을 취미로 즐겼다. 가족과 친구, 후배 들에게 엄청난 분량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류비세프의 말을 들어보자.

“만일 제대로 업무에 임한다면 실제 업무에 사용된 시간과 미리 할당한 시간 간의 오차는 10% 이내이다. 때로는 내가 분석하려고 계획했던 책을 다 읽지 못하고 미루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테면 빚을 지게 되는 셈이다. 새로운 일에 더 큰 흥미가 생기면 빚이 더 늘어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업무 능력이 저하되어서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때도 있고 불가피한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할 때도 있다. 하지만 결론은 내가 앞으로도 계속 시간 계획을 짤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이루어낸 업적들은 대부분 시간통계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것이다.”

그는 계획했던 일을 제 시간에 못하면 빚을 진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정도로 시간을 계획하고 기록, 분석하는 데 투자했다. 대단한 의지의 소유자다. 시간을 계획하는 노력에 드는 그 시간이 그에게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수단인 셈이다.

나는 시간을 관리한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또 시간을 분석한다는 게 왠지 나의 기질에는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꼭 류비세프같이 꼼꼼히 시간을 기록하지는 않더라도 하루를 되돌아보고 반성해보는 차원에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루가 깨어있고 싱싱하다.


2. 소중한 일을 먼저 하라.

소중한 일에 먼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삶에서 성공하는 열쇠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첫째는 자신이다. 따라서 내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가장 질 좋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사람이 죽을 때 많이 하는 말이 무엇일까? 살아온 삶에 대해 후회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한다. 후회하는 사람들도 ‘내가 그 일을 완벽하게 끝냈어야 했는데…’ 이런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위의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잘 해주지 못한 것을 반성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우리 인생이 소중한 걸 알면서도 소중한 것에 몸과 마음을 쓰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소중한 일 중에서 급한 일은 많지 않다. 사소한 일이 급한 일이 많다. 그래서 불 끄듯이 급한 일부터 처리하다보니 소중한 일은 자연적으로 뒤로 미뤄진다. ‘나중에 시간날 때 하지’라는 생각을 품은 순간 영원히 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일상은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소중한 것을 미루면 다시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소중한 일이 급한 상황이 되면 그 때 할 수 있는 것은 후회밖에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설령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부실, 땜방이 된다. 건강을 유지하는 일,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일 등에 먼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소중한 일에 먼저 시간을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시간관리의 요체다.

한 가지 덧붙히자면 소중한 일에 투자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지속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최소한의 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아예 시간을 하나도 투입하지 않은 것보다 더 나쁘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것은 순전히 낭비일 뿐이다.


3. 한 가지 일에 집중하라.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가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팔방미인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한다. 그 일이 마치고 나면 다른 일을 또 집중해서 한다.

일은 시간의 양보다 시간의 질, 즉 몰입시간이 중요하다. 특히 지식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사소한 일이라도 건성으로 처리하지 말고 집중해서 처리하는 습관부터 몸에 익히자.


4. 미루지 말고 행동하라.

새로운 일이 주어졌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당연한 반응이다. 그렇지만 시간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행동을 통해 두려움을 없앤다. 반면에 시간관리를 못하는 사람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한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또 하나의 모습은 지금 당장 하지 못하고 미룬다. 안타깝게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늘 걱정 속에서 사는 길을 택한다. 마침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스트레스가 최고가 될 때 일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쉬운 일만 하지 말고 어려운 일이라도 가치가 높은 일이라면 기꺼이 해라. 가치가 낮은 일은 하지 말라. 배우지 못하여 항상 제자리에 머물러 있거나 퇴보한다.


5. 마감 기한 내에 끝내라.

대부분의 일은 마감 시한이 임박할 때 효과적으로 수행되는 경향이 있다. 이름하여 마감 효과다. 누구나 한 번은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금요일 저녁,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간다. 공항에 7시까지는 가야 한다.’ 마음이 급하지만 집중하기 때문에 일을 뚝딱 금방 해치우게 된다.

일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야근이 만성화되면 마감 효과가 사라진다. ‘어차피 저녁에 남아서 일해야 하는데 쉬엄쉬엄하지’라는 생각이 일을 고무줄처럼 늘리게 된다. 생활 속에서 마감 효과를 적절히 활용하면 성과를 높힐 수 있다. 너무 길게 마감시간을 잡게 되면 스트레스를 길게 받을 수 있으므로 짧은 시간 안에 마감 효과를 적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6. 시간 낭비 요인을 제거하라.

우리 일상은 사소하고 시시한 것들로 잔뜩 채워져 있다. 그래서 무심코 흘러 보내는 시간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출퇴근 시간이다. 지하철을 타기 전에 무료 일간지 몇 부 들고 한참을 보다가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이 시간을 계획적으로 보내보자. 출퇴근 시간만 투자해도 일주일에 책 한권 읽을 수 있다. 내가 쓴 글, 기획서 등을 교정하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보기에는 하찮은 시간이지만 잘 활용하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내가 하는 일 가운데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일은 없는가를 생각해보자. 내가 관리자라면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한다. 내가 잘못 판단하고, 부실하게 관리하면 부하직원들 모두의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일정이 꽤 지연된 IT 프로젝트가 있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일정 지연의 책임을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추궁하고 있었다. 개발자의 생산성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지만 진짜 일정 지연의 원인은 따로 있었다.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해보니 이전에 프로젝트 관리자의 판단 착오로 인해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몇 번의 재작업이 있었다. 시간 낭비의 책임은 개발자보다 관리자가 몇 배나 더 크다.


7. 불필요한 일은 버려라.

모든 일이 다 중요하지 않다. 80대 20의 법칙에 따르면 핵심 20%의 일이 전체 일의 성과를 좌우한다.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빨리 포기하라. 하루 중에서 해야 할 일을 낱낱이 적어보면 꽤 많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날 꼭 해야 될 일을 골라보면 그렇게 많지 않다. 안해도 될 일이 제법 된다.


8. 과감히 권한을 위임하라.

권한 위임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자신은 중요한 일에 신경을 쓰고 나머지는 적임자에게 넘겨라. 다른 사람에게 일을 위임하는 목적은 내가 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핵심적인 일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9. 지혜롭게 No라고 말하라.

불필요한 요구는 단호하되 지혜롭게 거절한다. 중립적인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변명을 하지 말고 설명이 필요하면 “나는 요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당신의 핵심가치를 설명하라.


10. 일과 놀이의 균형을 맞춰라.

일과 놀이를 대립적으로 보지 말고 행복한 삶이라는 관점에서 통합하라. 개인 생활과 여가 시간을 소홀히 하지 마라. 시간관리를 못하는 사람은 삶의 여러 부분이 서로 충돌한다.


시간은 4차원이므로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 신이 아닌 이상 시간을 창조할 수도, 관리할 수도 없다. 따라서 ‘시간관리’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크 포스터가 말한 것처럼 ‘인생관리’다.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라는 말이다. 소중한 일에 관심을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사람이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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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7.07.21 05:55:50 *.253.249.67
자산의 시간에 대한 자기철학을 읽고는 많은 감명을 받았다. 주역의 근본은 시간에 대한 설명이다. 역경에서는 신을 찬양한 구절도 없고 사후의 세계를 언급한 장르도 없다. 단지 우주의 시간과 개인이 가지고 누리는 시간을 조화롭게 쓰도록 가르친 학문이다.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을 철없는 사람, 성공치 못하는 낙오하는 사람들이다. 난 일생 많은 사람의 운명을 상담하며 살아 왔다.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그들의 시간을 조화롭게 쓰는 방법을 역설 했을 뿐이다.

주역의 서두에
"乾 元亨利貞"
<하늘이 그대에게 원형리정이라는 시간을 주었다.>
시작은 이렇게 나아간다. 인간에게 신은 시간이라는 자산을 공평하게 주었다. 이걸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이 성공의 요체이다. 시간을 잘 쓸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속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나의 길"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생의 지주가 있을 뿐이다.

오랜 만에 나의 사상에 걸 맞는 글을 읽으니 새벽이 아름답다. 오늘 오후에는 경주에서 "구사모"가 열립니다. 작지만 그들에게 주역에서 가르치는 시간의 조화를 가르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이렇게 맘을 설레이게 하는 모양입니다.

자산의 글을 넘 잘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대의 성실한 생활을 지켜보는 부산의 팬이 진정한 성원을 보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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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7.26 09:18:21 *.75.15.205
성실한 독종은 시간관리 즉, 인생관리를 잘 한다!

초아선생님!
너무 오래 못 뵙는 것 같아요. 선생님 보고싶어요. 으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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