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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30일 22시 34분 등록
꽁지머리도사는 언젠가 초아대사님의 애정어린 표현만으로는 괴짜에 가까웠다. 아마도 어쩌면 변.경.연 부적응자 중에 상위 그룹에 속할 만한 문제의 인물로서 세상에 대해 못 말리는 고집에 가까운 엄격한 개똥철학(?)과, 좀처럼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은 그의 뚜렷한 사고방식 “똑바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 내지 스스로를 위협하는 억측에 가까울 고지식한 생활방식에 대해 내심 앞 뒷발을 다 드시고, '뭐 저런 철옹성 같은 몰라도 한참 모르는 벽창호 버금가는 교수가 다 있는가' 하는 심정에 이판사판 공사판으로 약간의 초를 치고 말씀하신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초아대사고 누가 꽁지머리도사인지 언뜻 봐서는 알 수가 없을 만큼 그 외모에서 풍기는 귀골의 장대함이 남달라서 젊은이답지 않게 기선을 제압하고 들어오는데다가, 그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보다 앞서 어른 앞에서 그 허연 머리카락 휘날리며 있는 대로 똥폼을 잡는 데는 단연 꽁지머리도사를 아직은 변.경.연에서 따를 자가 없는 관계로 인하여, 이 대목에서 12기 꿈 벗 유현수군의 말을 다큐멘터리 적으로다가 잠시 빌리자면, 지난 번 안성의 세렌디피티 꿈 벗 모임에서 꽁지머리도사가 초아대사님인줄 알았다는 착각과 기이한 고백에 이르고 보니, 안 그래도 남자가 봐도 너무 잘나서 동정점수를 줄 수 없으며 인생 선배로서의 견해와 덕담조차 도인처럼 동문서답하여 도통 말도 들어먹지 않아 답답하고 괴이하던 차에, 이제 더는 참을 수도 없을 만큼 반평생을 바쳐온 주역풀이에 대한 그 입지적 기반마저 착시로 인하여 흔들리게 하고 있음을 즉각 감지하시고, 그 마지막 노란 경고장을 날리듯 애증을 호소하시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라 하겠다.

허기야 꽁지머리도사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랜 무술 다룬 솜씨로 인하여 일명 ‘착한몸매’로까지 칭송되며 뭇 세인들의 군침을 돌게 하는 그 입소문이 자자한 터에, 초아대사님께서는 기껏 온종일 오륙도 섬만 바라보시며 하루에도 열두 번 그리운 변.경.연만을 오매불망 생각하시느라 골프도 변변히 치지 못하시고 그 좋은 낚시도 제대로 못하시며, 몸매관리는 커녕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눈을 못 떼시는 열정으로 인하여 종래에는 그 놈의 허리 병까지 얻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막달에 이른 산모마냥 배만 수북이 부른 배불뚝이 형편으로는 도저히 외양을 견줄 수 없는데다가, 반평생을 전념하여 속인들에 대한 애민 정신을 바탕으로 인생의 고뇌를 풀어보고자 해탈해온 실력과 연륜마저도 하루아침에 꽁지머리님의 흰머리 나부끼는 도력에 맥을 못 출 지경에 이르고야 마니, 겉으로는 차마 내색은 못하여도 그 가소로운 심경이야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일인즉, 초를 쳐도 단단히 쳐야 함이 옳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가 좋아하고 그를 좋아하는 7기 꿈 벗 꿈두레 회장 오병칸이라는 작자는 모임 후 꽁지머리도사가 시원스레 뒷수습을 해주는 적지 않은 술값의 처리에 일말의 삿됨도 없다고 가정하고, 그의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고 전적으로 장담함을 제3자의 객관적 입장으로다가 액면 그대로 믿어준다고 할 때, 꽁지머리도사로 말할 것 같으면 남자가 봐도 볼수록 사람됨이 멋지다고 하며 영덕 대게를 먹는 자리가 아닌 소주에 껍데기 살을 걸치는 와중에도 입에 게거품을 물고 칭찬하여 입술에 침이 마르는 상황이니, 이는 엎친 데 덮치는 격이라 아니 할 수 없는 지경일지 모른다.

분명 난세는 난세로고. 이 막상막하 쌍심지를 켜고 덤벼드는 젊은 혈기들을 일시에 제압하고 나설 대사의 도력이 어찌 펼쳐질까 궁금하기 짝이 없으나, 아무리 주역풀이로 耳順이순을 지켜온 당당한 대사라고 하여도 가는 청춘과 오는 백발을 막을 수야 없는 노릇이니 늦여름 밤 가을을 재촉하는 귀뚜리 소리가 절로 처량하더라.

부산이 멀다 해도 몽골의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뭉근머리트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초원길을 달리는 대여섯 시간과 다르지 않거늘, 사람이 제 잘난 멋에 취하여 삶이 흥에 겨울 때에는 초로의 오랜 벗을 찾지 않으니, 설령 그 마음이 다는 아니라 하여도 깊어가는 한여름 밤 공연히 외로운 마음이 깃드는 것을 단지 나이 듦의 한갖 허망한 망령이라 이를 수야 있겠는가.

허면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하고 부르는 노랫말 같은 욕지도 봄바람과, 그 섬의 불타는 아미처럼 멀리 산자락에 걸쳐 뉘엿뉘엿 넘어가던 해거름의 석양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바닷가 제방의 한 귀퉁이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특산물 학꽁치를 잡으며 좋아라 야단법석을 떨던 포항의 젊은 이장처럼 수더분한 미소년 어당팔님과, 자신보다 아들의 낚시질을 대견해하며 은근히 든든한 아들자랑에 짐짓 목에 기브스를 해대던 천안의 거상 마실짱 자로님과, 교주 특유의 쪼그려 앉은 얄궂은 폼으로 꽃샘바람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한나절 내내 얽힌 동료의 낚싯줄을 풀어주던 못 말리는 강현 영훈님의 홍익인간을 능가하는 애타심과, 어느새 산적 같은 모습으로 산방을 차려놓고 홀로 지내는 섬 사내를 스리슬쩍 살짝쿵 홀려서리 일행에게 다과상을 차리게 하는 대접을 받아 내고야마는 향인의 기막힌 순식간에 남정네 후려치는 솜씨와, 종일 학꽁치가 안 잡혀 고심하던 차에 일행이 섬을 돌아보는 시간을 빌미삼아 곁에서 낚시질하던 애꿎은 한 섬 사내의 낚시가방을 흥정하여 모다 사가지고 시침 뚝 떼시고 여러 일행들에게 나누어주시던 초아대사님의 남다른 사명감이 넘실대던 욕지도 그 아름다운 섬과, 함께 했던 변.경.연 사람들과의 시간을 말이다.

아니, 아니 잊을 수야 없고 말고가 아니겠는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면 쳤지 우리 어찌 그날 그 아름다운 광경을 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자고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그곳 욕지도에서 늘신하게 죽 뻗어 잘 빠진 미스코리아감 커다란 아구를 수육해서 먹은 기막힌 맛을 우리 어찌 잊을 손가. 알도 많고 토실토실 살도 보드라웠던 그리고 탱탱하기까지 했던 육질은 우리 일행 모두의 입을 다물게 하여 오직 아구수육에 집중하게 하지 않았던가. 초고추장을 찍어 게걸스레 게 눈 감추듯 찍어 먹던 생선회와 회덮밥은 마침내 몽골의 초원에서조차 양푼비빔밥에 초원의 흙바람을 양념치며 쓱쓱싹싹 해먹게 만들지 않았던가. 게다가 섬을 몇 바퀴나 일주하며 한 아낙의 뒤를
IP *.75.15.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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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다
2007.08.30 11:25:38 *.104.250.227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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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
2007.08.30 12:10:48 *.248.64.229

이젠 골수 펜이 되었습니다.
참 재미있습니다.
전직이 혹씨 시나리오 작가였나봐요.
느낌이 무거운 등장인물도 가볍게 유머러스하게 원본 손상이 가지 않게 처리하시고
가벼운 등장인물은 무겁게 아주 매끄럽고 좋습니다.
오리지날과 짝퉁의 차이는 백지장 하나 차이입니다.
선이님다운 오리지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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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30 13:31:48 *.75.15.205
초아선생님! 노여워하시려나요? 말씀 떨어지자 마자 초친다고 ㅋㅋ

백박사님! 선배님이니까 얄미워도 봐주시겠지요? 그냥 써봤지요. 맘에 안 드시다면 밥 살께용.

파라바다님! 오륙도 가게 되면 연락할게요. 서울에서 풀지 못한 회포 시원하게 풀기로 해요.

기원님! 한 번 뵈야지요. 몽골팀 환영회 안 해주시나요?
무조건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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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2007.08.30 13:49:50 *.231.50.64
이제는 토해내는 자태가 날로 우아하고 섹쉬해지는 써니언니..
팬클럽을 만들어도 되겠어..
재밌다.. 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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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7.08.30 19:31:36 *.109.50.48
써니야 ! ^^

미네르바 상궁처소에 베겟잇을 갈아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안그랴믄 송곳니가 어장날까 걱정이 된다. 앙^^

꽁지머리가 오래 전에 부뚜막에 올라가봤는데 별거 없데...
다른 부뚜막 올라가봤자, 별거 있것냐?

원래 겉만 보면 짝퉁이 더 좋아보이는 거시여...
거그다가 값도 싸고 말이여...

그랴도 알아야 디여,
빛좋은 개살구라고 알랑가모르것다.
원래 뵈기좋은 떡이 마시 없는 법이여...

그라고,
나를 초아선생님한테 비기면 안되는거시여...

짝퉁은 기스가 좀 나도 괜찮은디,
진품은 그렇게 다루면 안되는 거시여,,,
우매한 사람?들이 실수해분다잉

진품은 명품관에 있어야 한다 이말이시,,,

잘 때 뒷골이 땅기면 그러려니 해라...
초아선생님, 골프 장타인거 알제.^
상궁처소 문을 꼭꼭 닫그라잉, 쪼깨라도 덜 아플려면...^^

ps
오병칸은 우리 7기 회장님이여...
어허이! 울 회장님한테 니 그라믄 안디야.

내가 못하는 것만 잘한당께,
목소리 좋치, 목소리크지, 웃기지, 키타잘치지
거기다가 나쁜 놈이지^^ (모든 여자를 사랑하잖아~거그다가 모든 여자가 좋아하쟎아! 한눈에 뻑 가쟎아... 꽃...그 기발한 ...순발력!! )
오디프스 콤플렉스라고 알랑가모르것다.
나는 안되니까 같이 놀아야지,,, 하하하하하

써니! 재밌다.^^ 꺅꿍... 약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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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2007.08.30 21:09:34 *.70.72.121
모모야, 어째 너의 글에서 오병칸의 버전이 느껴지네. 나가 섹쉬라고?
한 때 나의 별명이 트랜스젠더 였거덩. 너무 풍만해서리.^^ (워메, 아픈 것)

에그... 그냥 좀 대충 넘어갈 일이지. 꽁지머리님께서는 왜 또 초아선생님 버전을 쓰시고 그랴.

써니야, 하고 변.경.연에서 다정다감하게 부르실 수 있는 남성 딱 두 분! 부지깽이님과 초아선생님으로 한정했구먼.^^ 공연히 친한 척은...( 흘깃)

내가 좀 그 허우대 멀쩡하고 의상 잘 차려 입고 폼나는 머리카락 야유 좀 했기로 서니 사내대장부가 되가지고 뭐 그리 말이 많누. 쯔즛...

이때, 딱 웃어주면서 밥을 사든지 하면 을매나 멋있것냐 흰머리선배야. 메롱~

내년에 여행이나 같이 가세. 오병칸이 칸으로 등극한 내막을 알려 줌세. 오병칸이 나쁜 넘인거 나도 알어.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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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칸
2007.08.30 21:28:13 *.202.137.105
백산 형 고마워, 나 짝퉁은 고사하고 몽골산 오리지널 짜가 처지에서 형이 구해주네. 이래서 내가 형한테 삐리리한다니까...나 시방 커밍아웃한겨?ㅋ

써니누나, 너무 재밌다. 만연체이지만 역시 누나답게 스토리 전개가 좋고 글에 리듬이 실려서 가독성이 높다. 독자라는 말을 쵸우쵸우하면서 끌고 가는 느낌이야.ㅋ 누나 책 제목은 관동별곡처럼 무슨무슨 별곡이 되지 않을까? 무협지 보는 것 같기도 하고...아무튼 누나다움이 숨쉬는 유쾌한 글이야. 덧글을 안달고는 이 밤을 곤히 자기가 어려울까봐....

ps 나가 지난 번에 말한 것보다 형과 누나가 한층 더 가까워진 듯 보이유. 그새 뭔일 있었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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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동
2007.08.30 21:47:02 *.142.161.2
사람들이 다들 고수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종종 적응하기 어렵다는 생각마저 드네.
이래저래 세상살기 힘든 건가벼..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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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누이
2007.08.31 00:12:36 *.70.72.121
오병칸선배 아우님! 그 억지로 입에 침 바르는 일은 그만 좀 허시지 않고.

뭔일? 변.경.연 집안 일이라네. ㅎㅎ
저렇게 멋 없어도 잘 사는 것은 무슨 일이레? 회장 넘을 잘 두어서리 그런가? 아직 젊어 그러신가?

재동선배 아우님! 걱정 마시게. 누이 맴 변치 않어. 울덜 말어. 뚝!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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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화
2007.08.31 00:32:43 *.72.153.12
써니 언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변경연 식구들이 왕창 늘어서, 그 중에 언니 짝퉁이 몇 나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어. 무지 재밌을 거 같아.
언닌 오리지날이다. 오리지널과 짝퉁이 교차하는 시점이 되면 무지 재미날 것 같지 안쑤? 짝퉁이 오리지널이 되는 순간도 신나고.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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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8.31 09:34:21 *.75.15.205
정화야, 너 꽁지머리님 덧글보고 통쾌해 하는 것 같다. 어째. 의사표현 확실히 하자.

'착한 몸매'를 도용해서 미안하다. 그건 니가 발견한 오리지널 판권이다. 난 동의 안 한다만. 몸보다 마음 이쁜 넘이 더 좋더라. ㅋㅋㅋ

재밌었다니 고맙다. 더 골려줄 거 뭐 없을까? 꽁지머리도사만 말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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