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류춘희
  • 조회 수 433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8년 5월 5일 01시 09분 등록
사원의 문 앞에서
- 칼리지브란


1
사랑을 말하려고
성스러운 불길에 내 입술을 씻었네.
그러나 입을 여는 순간 말을 잃고 말았네.
사랑을 알기 전에는
늘 사랑의 노래를 불렀지만
사랑을 알게 된 후로는
입 속의 말들이 보 잘 것 없게 되어
내 가슴 속의 곡조가 침묵 속에 깊이 감겼네.
그 옛날
그대가 사랑의 비밀과 신비에 대하여 물었을 때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었지.
이제 사랑의 예복을 덧입은 후로는
도리어 그대에게 사랑의 모든 길과
그 모든 놀라움에 대하여 묻게 되었다네.
그대들 중 누가 대답해 줄 수 있나?
나 자신과 내 안에 깃든 것들에 대하여.

그대에게 묻겠네.
그 누가 나의 마음을 나의 마음에게,
나 자신을 나 자신에게 보여줄 수 있나?
이제 말해다오, 나를 지치게 하고
나의 희망과 기대를 녹여버리는
내 가슴에 타오르는 이것은 어떤 불길인지,
외로울 때 나의 영혼을 감싸주고
씁쓸한 기쁨과 달콤한 고통을 탄 포도주를
내 마음의 그룻에 부어주는
이 가볍고 부드러운 매혹적인 손길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며
들리지 않는 것에 귀 기울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응시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헤아리고
이루지 못한 것을 소유하도록
밤의 긴 침묵 속에서
머리맡에 파닥이는 이것은 어떤 날깨인지.
아, 나는 잠 못 이루며 탄식하나니
내게는 기쁨의 환호성과 웃음보다도
탄식과 슬픔이 더 좋다네.
나를 쓰러뜨렸다가 다시 일으켜주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의 손길 안에서
날이 밝아와 집 모퉁이가 환해질 때까지
나는 거기 깨어 있다네.
그리고 잠이 든다네, 가라앉은 눈커풀 사이로
내 의식의 그림자들이 내내 나부낄 동안에.
또 나의 잠자리 위로
어느 꿈의 영상이 떠도는 동안에.

2
사랑이라 부르는 이것은 대체 무엇일까?
말해다오, 삶의 표정 뒤에 숨어 있고
우리의 생활 깊은 곳에 살아있는
이 신비한 비밀은 무엇일까?
모든 결과에 대한 원인과
모든 원인에 대한 결과로서 주어진
이 엄청난 해방은 무엇일까?
삶과 죽음을 끌어안고 거기서 꿈을 꾸게 해주는
삶보다 더 오묘하고
죽음보다 훨씬 더 깊은 이것은 무엇일까?
말해다오, 형제들이며, 말을 해다오.
그대의 영혼이 사랑의 투명한 손길을 느낄 때
그 누가 이 삶의 잠에서 깨어나지 않겠는가?
사랑하는 아가씨가 부르고 있을 때
그 누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고향을 저버리지 않겠는가?
그대의 영혼이 사모하는 이를 찾기 위해서
그 누가 사막을 지나고 산을 오르며
바다를 건너가지 않겠는가?
향기롭고 온전한 숨결과 음성과 손길을 가진 이가
기다리고 있다면
실로 세상 끝까지 따라가지 않을 청춘이 어디 있을까?
그의 갈망을 보시고 들어주시는 신 앞에서
영혼의 향불처럼 타오르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

3
---
-----------------------------------------------------------------
사랑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시입니다.
깊은 슬품에 침묵하게 된 나에게 아픔을 치유해 주던 시.
정말,
사랑이라 부르는 이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92.11.9
첫눈온 날을 기념하며...
라고 메모된 칼리지브란 시집은 읽을때마다 영혼의 명상 시간을 제공합니다.
그가 시인이자 철학자이자 화가인것도 맘에 듭니다.
IP *.111.241.16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