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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26일 02시 37분 등록
* 까실까실한 입맞춤


지금도 잊어지지 않네. 아버지의 까칠한 턱수염.
내게 뽀뽀해주시며 출근을 하실 때면 그 수염이 나를 꼭꼭 찌르며 하루의 안녕을 빌었지. 미처 내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때에도 내게 입 맞추고 나가시는 아빠를 느낄 수 있었다네.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신 기억은 나지 않아도 아빠가 나를 사랑하신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자랄 수 있었지.

물론 어려서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았다네. 언제나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시던 기억만 나지. 오빠들의 꼬임에 넘어가 다 빼앗기고는 할지라도 언제나 내 주머니에 용돈 가득 마를 날 없었지.

초등학교에 들어가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고 공책에 싸인을 받아갈 때면 엄마는 틀린 것을 나무라시지만 아빠는 잘 맞춘 것을 칭찬해 주곤 하셨지. “겨우 2개 밖에 안 틀렸네, 우리 딸! 다음에는 더 잘하겠네.” 하시며 변함없고 에누리 없이 사랑 가득 잘했을 때와 잘못했을 때를 가리기보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똑같이 눈깔사탕 사먹을 용돈을 턱하니 내어 주시곤 하였지.

그러면 작은 오빠와 이름이 똑같은 가게 집 철기네로 달려가 내 눈보다 더 큰 커다란 왕 눈깔사탕 입에 넣고 오물오물 빨며 돌아오곤 했지. 그때에 오십환짜리 지폐와 일원짜리 작은 동전도 기억나누나.

엄마는 부엌찬장 종재기 등에 동전들을 담아놓고는 했는데 결코 세는 법이 없으셨지. 작은 오빠가 곧잘 부엌의 찬장을 들락거리곤 했지. 가끔은 지폐도 있고 동전도 수북이 들어 있었다네. 너무 잦은 어느 날 오빠가 들켜서 꾸중을 들었지. 엄마는 필요하면 쓰는 것은 괜찮으나 썼으면 반드시 말을 하라고 이르셨지. 나도 몇 번은 따라해 보며 스리슬쩍 즐겼지. 꼭 필요한 거라고 시침 뚝 잡아떼 가면서. 이미 당신은 우리들 속셈 알아채셨을 테지.

어느 날엔가 공부도 잘하는 작은오빠가 용돈을 모아 엄마에게 금가락지를 다 내밀었지. 그 뒤론 가족사에 남을 천하에 둘도 없는 작은 아들 되었지. 오빠가 해군 사관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며 갑자기 운동을 시작할 때에 엄마는 매일 고깃국을 끓여 먹였지. 식구는 많고 가진 돈은 적어 겨우 고기 반근 사오라는 심부름 내게 시키며 한 냄비만 보글보글 끓여 듬뿍 시험 볼 자식에게만 주었지. 우리는 입맛 다시며 오빠와 형과 동생이 우선 잘 되어야 한다고 바라고 믿었지.

덜컥 혈압이 높아 갈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렸을 때 엄마 가슴 천둥번개 치듯 놀라 자빠졌지. 그래도 실력 있어 금세 일류대학에 시험 쳐 덜컥 붙으니 부모님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추셨지.

막내오빠 큰오빠도 부러웠을까? 내색 한번 안하고 잘하는 놈 밀어주기 하는 것 마냥 했지.
맏이라서 남달리 무던했고, 막내라서 형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 보여줬지.

역시나 동생이라 막내오빠 오기 부리데. 어느 날은 운동을 하겠다나? 복싱 선수가 되겠다나? 태권도도 잘했지. 언젠가 시합에서 산만한 체구에게 밀려 얻어터지며 지는 것을 보신 아버지, 가슴 철렁 애간장 녹이시며 당장에 그만두라 애원하셨지. 강아지랑 가축도 좋아해서 수의사랑 목장을 운영하고 싶어 했지. 어려서 혼자서 개도 기르고 병아리도 길러서 곁에서 나는 즐겁게 놀이삼아 지켜보곤 했었지. 지금은 늦게 깜짝 변신하여 한의사가 되어 공부하기 즐겨한다네. 돈은 아직 못 벌어 가끔 엄마 속 태우지만 잘 될 거라 믿으며 고생을 감내하니 그 마음 애달아 늘 기도하시지.

오늘도 엄마는 고단한 일상사를 뒤로 한 채 노구를 이끌고 절에 다녀오셨다네.
그대들은 알라나 몰라~ 오매불망 빌어대는 늙으신 어매맴. 맴. 맴. 맴. 매미소리처럼 하염없이 장마 비 속에서도 천리만리 먼 길 이국땅의 자식 향해 그칠 날 없다네.

어머니가 부르신다. 자자고. 건너가 엄마 곁에서 푹 자고 일어나 새맘으로 잘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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