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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11일 01시 18분 등록
내 생명의 빛,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2)


< 너희들의 꿈은 무엇이니? >

얘들아, 내 아이들아, 너희의 꿈은 무엇이니? 그러고 보니 너희들 아빠의 꿈도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아빠는 늘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였고 많이 벌 일을 찾아 고민하곤 했지. 그래서 가장 먼저는 기술사 자격증에 도전해서 그것부터 마련했고, 월급쟁이로서 오래 남아 중역이 되거나 하는 것에 희망을 품기보다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지. 물론 수중에 돈이 없으니 작게라도 혼자 해볼 생각보다는 자신은 기술을 대고 전주錢主를 만나 큰 공사를 해가며 이문을 남기고 싶어 했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가정 형편이 그랬고, 또한 무엇보다 너희들을 낳으면서 더욱 초조해 지셨을 테지. 그 나이에 기반이 잡힌 상태라기보다 새로이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하는 형편이었고, 만혼으로 인해 너희들이 주변이나 또래 친구들에 비해 너무나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어리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거야. 아빠는 늘 자신의 나이를 계산했고, 자신이 70이 되어야 겨우 30살에나 이르게 될 너희 생각을 하며 또 자신의 늦장가를 생각하듯, 적어도 80까지는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고 강박을 느끼며 사업을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겠다고 심사숙고 하며 계획했을 테지. 늦도록 너무 많은 일을 어깨에 짊어지고 해 걸음을 향해가는 중년의 가장으로서 영락없이 짐 보따리를 짊어진 당나귀 신세와도 다를 바 없었지.

그래, 엄마가 알기로 아빠의 꿈은 너희들 친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고, 홀로 있는 누이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잘 살아가도록 보살피며, 너희 세 남매의 교육적 뒷바라지를 잘 해나갈 수 있어야 하기에 그리고 너희가 직장을 가질 때까지 부양의 소임과 의무를 다 해야만 한다는 잠시도 쉴 수 없고 멈추지 못할 과제들에 둘러싸인 외에 무엇이 또 크게 있었을까? 하고 생각되는구나. 아마도 그 시간을 좀 더 확실하게 빨리 획득하고 두 다리 쭉 펴고 편히 쉬고 싶었을 테지. 그래 그랬는지 늦기 전에 중국에 가서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도 했고, 자신의 개인적 능력과 기술보다 경력이 뒷받침해준 일을 믿으며 동분서주 하고 우선 버티어 나가기에 늘 바쁘셨지. 설마 애시부터 엄마보다 더 나은 어떤 여인네에 대한 꿈같은 환상을 가지고 덤벼들었던 것은 아니었을 테지. 성실함만으로는 미진하고 부족한 우리 생활의 빠듯하고 갈증만 나는 현실을 탈피해 보고자, 언제나 남보다 크고 빠르게 앞서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궁리를 찾아 헤매곤 했을 테지. 처음엔 단지 그것뿐이었겠지, 마음은. 비록 배에 사공이 너무 많아 물도 없는 거치른 들판이나 혹은 광활하기만 하고 실익은 적은 모레사막을 바다인양 향해서 돛을 뻗치며 항해해 갔을 지라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엄마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던 것인지. 처음부터 혹은 중간에 변동된 것인지, 그리고 아직도 그 거친 삶의 변화와 회오리 속에 갇혀 있는 것인지 진정한 해방과 자유 속에 평화를 만끽하고 있는지 어쩐지. 정말 이루고 싶었던 꿈과 이상이 무엇이었는지 잘 알 수가 없네, 좀처럼 여기까지 밖에는.

그나저나 그동안 많이 자라며 이런 저런 꿈을 설계해 보기도 했을 너희들은 아빠와 함께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하구나. 얼마 전 10여 년 전의 수첩을 발견해 펼쳐보니 어린 너희들을 보며 생각해 본 것들이 적혀 있더구나. 우리 장녀G는 의과대학에 가거나 한의사가 되면 그 적성에 잘 맞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던 것과, 맏아들 D는 정치가와 경제ㆍ경영인을 하면 어울릴까를, 막둥이 T는 문학과 운동에 대해서 재능을 타고났을까 그려 본 것이 적혀 있더구나. 그래, 너무 어려서 무얼 생각해 볼 겨를도 별반 없었지. 그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적어놓은 것들이 있었나 보더구나. 지금의 너희에게는 적성에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 장녀 G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이 다가온 것 같은데, 무엇이 적성에 잘 맞는 지 찾았니? 진로에 대해 고민이 되겠구나. 어려서는 더 없이 영민해 보였는데... . 맏자식인데다가 동생들을 일찍 보게 되어 그랬는지 모르겠다만 게다가 여식이라서 더욱 그럴 법한 것인지, 아주 어린 너에게 남달리 또한 다른 형제들에 비해 예민해 보이는 구석이 있고는 했지. 특별한 재주 같은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고 느껴보았지. 그래서 엄마는 무엇을 소질로 계발시켜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곤 했었지. 당시에 엄마가 생각했던 것은 악기나 그림 같은 것을 체험시켜 주고 싶었어. 그 경험들을 살펴보면서 찾아 주고 싶었는데, 겨우 다섯 살에 유치원을 등록하자마자 고작 헤어지고 말았으니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뜬구름과 물거품이 되어 수포로 돌아가고야 말았구나.

그래도 그러한 부적응과 결핍된 환경 가운데 에서도 너는 너만의 천복을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어 지기도 하고, 아직 아무것도 발견해 내지 못해 안절부절 고심하며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구나. 그래, 너는 어떤 취미가 있고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며 무엇을 하고 싶니? 어떤 것들을 경험하며 살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지 생각해 보렴. 너 자신을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면서 일상과 함께 세상의 시간들을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그리하여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모아지면 주의의 많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나누고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지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처음부터 너무 완벽하지 않아도 돼. 꼭 잘하는 것만이 필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란다. 아무런 꿈이 없고 생각하기 싫으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어. 그저 너라는 자신 하나가 이미 충분한 삶이고, 그 자체만으로 너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지. 마음을 너무 조급히 먹지 말고 -그래, 이건 정말로 부모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 천천히, 그리고 차분하게 마음의 평화로움 가운데에서 네 마음의 울림들을 살펴가며 서서히 찾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이거다’ 혹은 ‘이것을 해보고 싶다’ 하고 느껴지는 마음이 생겨나면 그때 제대로 열심히 도전해 보는 거야. 그래도 늦지 않아. 너에게는 우주가 정해놓은 너만의 시공간이 존재할 거니까. 물론 그것을 향해 무작정 속수무책으로 기다리기만 할 수야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을 쫓아 덩달아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춤을 추는 양 할 필요도 없지. 네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편안하게 침잠한 가운데에서 탐색해 보고, 결정이 나면 그때부터 신들리듯 열심히 해볼 수 있으면 되겠지. 어때? 재미있지 않겠어?

엄마는 우리말의 신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단다. 엄마 어릴 때 너희들 외할아버지께서 엄마에게 자주 해주시던 말씀이기도 하지. 엄마에게는 “신명이 많다”고 하셨단다. 그때는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엄마는 신명이 많아서 기가 살아야 무엇을 재미나게 이끌어 가는 힘이 생기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엄마는 기를 꺾이거나 죽여서는 결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묵묵히 혼자만의 즐거움에 빠져들어 침잠하여 몰입해 가는 타입은 아닌 것이지. 어쩌면 그렇게는 단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면 인간사보다는 신의 특별한 사랑을 받아 이 세상에 내려왔는지도 모르겠다. 너희 외할머니께서는 스스로가 참 인덕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나마 신덕이 강해서 그것으로서 삶을 견뎌내신다고 하는 말씀을 곧잘 하시곤 하셨지. 젊었을 때, 가끔 점을 치러 가면 무당들이 “당신은 특별히 신덕을 타고 났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많은 보살핌을 받게 되곤 하니 인덕이 없는 것을 한탄하지 말라”고 하였다는 구나. 언젠가 이 엄마도 그들로부터 “조상님들이 보살펴주는 덕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운 난관을 잘 헤쳐 나가는 남다른 운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단다.

그래, 그런가 보다. 아마 이런 뜻일 테지.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뜻대로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는 때가 더러 있기도 한데, 그때 그런 현상들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며 구애받기보다 묵묵히 지속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힘을 무엇으로든 어떤 운기로든 받아들여 가며 인생의 방향을 헤쳐 나가고 통합시켜 갈 수 있도록 모색하라는 뜻이겠지. 그러니까 가령 A라고 하는 요소가 부족할지 모르나 B라는 요소로서 해결해 볼 수 있고, C는 결핍되어 있지만 D가 풍부하니 서로 어울리고 상쇄해 가며 중용과 융합으로 상생과 나눔의 기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겠지. 요는 한 부분에 집착과 모두걸기로 속을 태우기보다 숨겨져 있는 지천의 수많은 주변의 다른 것들을 챙기고 살피면서 어떻게든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해보아야 하고 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말이었던 것이라 생각이 미치는 구나.

물론 엄마도 이런 생각들이 부족해서 무엇보다 너희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에 진실로 미안한 마음을 가슴 깊이 가지고 있단다. 어른들의 어설픔 때문에 얼마나 많은 어린 싹이 상처와 불운의 부 자연스런 상태를 겪어야만 했으며, 불안과 떳떳하지 못함으로 살아가게 되는 지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구나. 하지만 얘들아, 그 모든 것들조차 한 가지 경험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되면, 삶이란 것이 꼭 칭찬과 행복으로 만족스러운 것이어야만 할 이유가 없을지 모른다. 동전의 양면처럼 사랑과 행복들은 불운과 결핍의 상황들과 함께 항상 맞붙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엄마는 되도록 크게 생각해 보고자 마음먹어 본단다. 요는 그러한 경험과 체험들을 바탕으로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 인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러하면 결국에 돌이켜 지난 시간들조차 예쁘게 이해되고 덧나지 않게 고운 징표로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는 해. 마음의 꽃 문신을 새기듯 아픔을 견딘 시간으로 말이야. 그것이 오랜 망울을 피워 환하고 밝게 한껏 활짝 피어오르게 하느냐, 암흑에 갇혀 사라져가는 형벌로나 안고 살아가며 상처로 간직하고 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깨달음과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더러 인생에는 마뜩치 않지만 필요불가결한 요소들이 함께 어울려 있게 마련이고, 그것이 또한 우리라는 각자의 존재의미가 겪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을지 모르겠다. 얘들아, 나의 아들과 딸아, 세상의 천사야. 너희들 모두는 하나같이 소중한 생명으로 너희들만의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고귀하게 이 땅에 초대되어 나온 생명의 신비 그 자체란다. 너희는 세상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면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이런 저런 삶의 의미들을 실험하고 터득하며 살아볼 수 있는 것이지. 너희가 무엇이 되건 그것은 소중한 너희만의 오묘하고 독창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거란다. 그러니 좋지 않은 일들을 경계하며 어리석은 일들을 살피고 가려 이 땅, 이 우주에 생명의 한 신비와 자비로움으로서 너희들 각자의 존재의미를 발현하고 찾아 마음껏 누리며 살아보려무나. 우주의 온기와 세상의 질서와 공간의 의미와 신비의 요정들이 너희들 남매의 삶을 지켜 보살펴 줄 것이니, 아무런 두려움을 갖지 말고 맑고 자유로우며 신명나게 너희들만의 존재의미를 밝혀 평화로운 삶을 마음껏 일구어 보아라. 온 우주와 대지의 기운을 받아 마음껏 누리고 흠뻑 정기를 마시며, 세상을 향해 크고 굳세며 벅차게 힘껏 나아가 볼 수 있기를 엄마는 손 모아 바란다.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엄마는 어려서부터 현모양처를 떠올리며 신사임당이나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처럼 맹자의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지. 아주 어려서는 대가 집 마님을 떠올리고는 하며 자랐단다. 엄마는 멋스러운 것을 좋아하는데, 나름 한복이나 한옥 그리고 고풍스러운 것도 즐겨 좋아했단다. 박경리님의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서희처럼 대가 세고 심지가 굳어 의연하며 반듯한 풍모로 도도하고 이지적인 모습을 갖추고 싶어 했단다. 물론 엄마에게 부족한 면이라서 그런 모습을 그리며 취하고 싶어 했던 것일 테지. 그러면서도 늘 젊게 살고 싶었단다. 그래서 때로는 일부러 철들기를 거부하는 양 어리광을 부려가며 즐기기도 했단다. 그런데 엄마의 앳된 취향은 타고난 기질인 것 같더구나. 남들도 그러하고 이 나이를 들어보니 알겠더구나. 엄마는 아직도 아줌마취향 보다는 미시같이 살아가고 싶더구나. 소녀적 취향과 감상을 버리고 싶지 않더라. 그래서 철없는 어미가 되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만.

그래, 엄마는 결혼하면서 큰 욕심 따위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너희들 잘 자라고 아빠의 내조를 잘하며, 살림 일구어나가면서 건강한 삶을 살고 싶었더랬다. 그 정도였어. 남들 사우나에 가고 헬스클럽에 다니는 모습을 부러워하기보다 너희들과 함께 하며 같이 책 읽고 공부하고 놀이도 즐기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었단다. 남에게 빚지지 않고 노력하여 원하는 대로 조금씩 평수 늘려가며 무엇보다 너희 삼남매 교육에 대해 서로가 응원하며 배우고 도울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했지. 너희는 모두가 연년생이기 때문에 형편이 좋아지면 선생님 한 분을 초빙해서 너희 모두의 가정교사 겸 보육과 안전을 함께 도모하는 그런 분을 모시고 함께 생활하고 싶다는 의견을 아빠와 많이 나누기도 했었지.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엄마가 너희와 함께 하려는 생각을 많이 가졌어. 아빠는 자상하거나 집에서 혼자 무엇을 즐겨하는 편은 아니었지. 늘 시간에 바빠하기도 했고 집보다는 밖을 더 좋아하는 사람 같기도 했어. 자주 피로를 호소하고는 하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는 엄마가 더 가까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곤 했었지. 그래서 방송대에서 국어과를 편입하여 하나를 마쳤는데도 다시 교육학과에 편입하기도 했던 것이지. 전적으로 너희들과 함께 하려는 치밀하고 꿈같은 낭만과 기쁨의 계획아래 말이다. 비록 넉넉하고 젊은 경험을 함께 나누며 재산 따위를 물려주지 못하더라도 공부만은 남들에게 빠지지 않을 만큼 잘 가르쳐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고, 무엇보다 너희와 함께 체험하고 탐사하는 여행을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생각에만 그치고 하나도 야무지게 지키지 못했구나. 12월생인 큰딸 G를 5살에 유치원에 보내면서 당시 유행하던 ‘한글나라’라고 하는 교재를 한질 구입해 놓고는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너희들과 헤어져버리고 말았으니.

엄마의 꿈은 너희들에게 엄마이자 스승이고 친구이고 싶었는데 말이지. 인생의 덧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에 떠밀려 정작 가장 소중한 너희들에 대한 꿈을 외면하고야 말았구나. 너희 삼남매를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고는 하는 커다란 기쁨이었는데. 남들은 늦은 나이에 무슨 애들을 연년생으로 셋이나 낳았느냐고, 요즘과 달리 당시에는 세 명을 낳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나이도 많은 부부가 뒤 늦게 세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보며 희한하다는 식의 눈총을 받고는 했지. 심지어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조차 어떻게 그 기간 동안 연년생 셋을 낳을 수가 있느냐며, 막내는 아빠가 어디서 낳아온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해대고는 하였을 정도였으니까.

그래, 엄마는 특별한 애국자는 아니어도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과 생활에 대해 나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고풍스럽고 우아하며 점잖은 모습들이 운치 있고 한가로우며 좋아 보이더구나. 또한 옛날 사람들처럼 자식에 대한 욕심도 남달라서 아빠가 허락하고 우리 형편이 좀 더 나았다면 아마 다섯 형제쯤을 가져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너희들은 내게 조금도 힘들지 않았단다. 너희들은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은혜와 축복의 선물이었고, 기대이상의 우주가 베푼 선사였으며 가슴 충만한 보배로운 기쁨이었단다. 그런데 분에 넘쳐서 그것을 잃고야 말았구나. 지키지 못하고 상처를 주고 말았어.


< 때때옷을 보면 더욱 생각나 >

특히나 너희들이 많이 떠오르는 것은 물론 당연지사로 명절이나 휴가철 등이지만 행여 무심코 거리를 지나치다가도 어린 아이들을 보거나 문득 진열장의 예쁜 옷 등이 눈에 들어올 때면, 특히나 곱게 입혀진 예쁜 한복을 보게 되면 늘 너희들 남매 생각이 몹시 아른거리곤 하지. 그런 아리따운 옷가지 하나를 못 입혀보고 지척에서조차 너희를 멀리 두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 그지없곤 하더구나. 엄마는 그런 고운 때때옷을 대할 때면 애써 고개를 외면하거나 물끄러미 넋을 잃고 서서 한참을 넋 나간 듯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기곤 하지. 물론 지금도. 그러면서 이만큼 혹은 저만큼 컸으리라 어림짐작을 해보기도 하면서 말이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드는 너희들의 얼굴 모습이 다소 미워지기도 하겠구나. 여드름도 날 테고 몸도 불균형적으로 치우쳐 자라서 키도 삐죽이 튀어 오르거나 하겠지. 특히나 막내는 형아와 자주 키 재기를 해가며 덩치 싸움을 벌이곤 하겠구나. 엄마 생각에는 아마도 막내가 제일 크게 자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래서 막내에게는 특별하게 그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을 겸비한 어떤 운동을 함께 하면 좋겠다 싶기도 했었지. 어떻게 자랐을 지 몹시 궁금하구나. 큰 딸G는 어려서는 동그랬던 얼굴이 학교에 들어가고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엄마의 어릴 적 모습처럼 길고 가냘프며 삐죽하니 자라고 있던데, 중간에 친탁하여 땅딸막한 고모들을 닮지 않고 엄마를 닮았을까 아니면 도로 친탁하여 머물렀을까? 어려서는 맏아들 D가 가장 아빠의 모습을 많이 닮았더랬지. 특히나 새가슴이 그랬고 볼에 가득 볼 살이 그랬고 언제나 두 손에 장난감을 다 쥐고서는 어떤 것을 먼저 내려놓아야 할지 몰라 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손을 잡아도 떨어지기 싫은 아이처럼 언제나 꼭 잡고는 했지. 누나에게도 동생에게도 양보하기 싫은 정말로 가장 중간에서 서성이는 좀 얼띠고 고집이 센 아가였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어쩐 일인지 그 통통하던 살들이 다 빠지고 홀쭉하니 작은 키에 가느다란 체구여서 다소 놀라웠단다. 아마도 크는 과정이라서 그랬겠지. 아이들은 여러 번 바뀌면서 자라곤 하니까.

욕심 많은 동생을 대신하여 그래서 누이다운 우리 집 살림 밑천인 맏딸 G가 항상 동생들에게 양보를 하며 지냈고, 막내는 요리조리 눈치를 살펴가며 제가 알아서 은근슬쩍 예쁘게 어미 품에 파고들고는 했지.

그래도 의젓하게 맏딸 G가 정말 동생들을 잘 보살피고 있으리라 생각되고, D와 T도 다툼 없이 누이 말에 잘 따르며 의좋게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제는 너희들도 제법 컸으니 무엇보다 제 할 일들은 알아서 너끈히 해나가며 아빠말씀에 잘 따라 건강히 지내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믿는다. 모쪼록 너희들 스스로와 아빠를 위해, 그리고 편부모 가정의 후레자식이란 말을 듣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나름 주의하고 주변을 살펴 씩씩하고 바른 행동거지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할 수 있지? 당연히 잘 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엄마처럼 너무 소심하거나 작은 것에 얽매이지 말고, 대범하고 슬기롭게 생활해 나가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미혹되고 못난 어미 품에서도 얼마든지 좋은 자식이 태어날 수 있음을 강하게 믿어라. 너희는 너희만의 존재로서 우주에서 어미의 자궁으로 떨어진 별에 불과한 것이니까. 더러 부족한 환경에서 더 나은 싹이 움트고 자람을 멋지게 보여줄 수 있도록 대인의 풍모를 갖추어 나가길 바란다. 그것이 너희들의 운명의 몫이 아닐까 하고 엄마는 늘 온 마음 다해 빌고 염원한단다. 그것만이 부족한 어미를 둔 너희 스스로의 운명을 차고나가 스스로의 인생을 반듯하게 만들고 이끌어 지혜로운 삶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유년의 시절은 부모의 인생을 너희들과 함께하는 것 일뿐 너희들 자체의 운명은 결코 아니란다. 너희들의 운명은 성년이 되어 너희들이 생각하고 의지한 바대로 삶을 살아가는 길에 달려있어. 물론 얼마간의 영향이야 미치겠지만 너희들만의 운명을 방해할 무엇도 존재하지 않으니 오직 너희들의 의지와 불굴의 정신으로 스스로에 대한 모색을 반듯이 하고 당당하게 활짝 펼쳐나가길 바란다.

유년의 남다른 기억들로 인해 남을 이해하고 겸손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더 큰 세상의 쓰임이 될 수 있도록 대인의 용기와 기백을 갖추어 나가는 인물이 되리라 다짐하고 연구하여라. 그것이 너희들 운명이요 삶의 몫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담이 아니라 깨달음일 것이요, 그래서 또한 너희들만이 지닌 인생의 씨앗으로의 인연일 것이다. 모쪼록 생의 인연을 소중하게 거두고 갈고 닦아 보배로운 가치로 삼을 수 있도록 연마하고 게을리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너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존재의미를 지녔으니, 언제나 자신감과 마땅한 의지와 이치를 살펴 건실한 행동으로 임하여 나가기를 주저하지 말거라.


< 결코 너희들 남매의 우애를 떨어뜨려 놓을 하등의 이유가 전혀 없다 >

그리고 사람들은 가끔 어찌하여 한 명이라도 데리고 살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는 하던데, 애시부터 너희를 나누어 가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것은 너희들 형제만의 유년의 시간과 세월을 결코 빼앗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명백한 이유이다. 엄마의 유년은 지극히 평온했고 형제들과의 시간은 인생의 많은 추억거리 이기도 했던 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엄마만의 이기심을 위해 너희들 형제가 서로 남처럼 만나며 살기를 결코 바라지 않았다. 헤어지는 아픔과 그러한 형식은 어미 한 사람이면 족하지 않니? 이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 해석하든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부모가 헤어져 사는 마당에 아이들까지 이쪽 혹은 저쪽으로 뿔뿔이 찢어발기듯 나누어 갖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었으며 그것은 분명하고 냉철한 내 의도의 발로였다. 이것을 두고 독하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던데, 그 보다 더한 소릴 해도 엄마는 기어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너희에게는 너희들 형제라는 인연의 골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너희들만이 특별히 우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맥락이요,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조작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른들의 사고와 잣대로 인연의 줄을 인위적으로 흔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너희들을 한 번도 아빠와 떨어뜨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고 생각했다. 전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움을 오래 간직할 수 있었고 더 많이 애틋하게 그리워하며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어디에 있어도 너희는 내가 낳았기에 아무런 염려도 되지 않았다. 너희들 때문에라도 아빠의 안녕을 빌지 않을 수 없었고, 선택한 시간의 좋은 삶이되어 살아가기를 미움 이상으로 많이 빌며 바라 살아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너희를 생각하노라면 너희 가운데 한 명이라도 나를 닮아 지나치게 애달아하는 자식이 있을까봐 무엇보다 그게 가장 가슴 미어지게 저리곤 한다. 너희 모두가 엄마를 외면한다고 하더라도 조금도 엄마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엄마는 다만 어미로써의 마음을 지닌 것에 지나지 않으니, 너희는 온전히 너희들의 생각과 이치에 따라 마음의 행로를 향해 평화로이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단다. 그저 늘 건강하게 무엇보다 마음의 무거움을 달고 이 짧은 생애를 얽매어 살아가지 않기를 항상 바라고 축원하마. 몸 마음 건강히 잘 지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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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
2008.08.11 16:17:29 *.145.96.111
힘내세요, 써니님의 애끓는 모정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좋은 엄마, 당당한 엄마가 되기위해서도 건강하고 행복한 엄마가 되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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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8.11 17:42:03 *.244.220.254
어제는 예상 밖의 메일 한통을 받았습니다.
이제 올해 한갑을 치르신 60세가 되신 여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어머니'
컴퓨터 쓰는 법을 익히셔서 제게 첫 '메일'을 보내셨더군요.
한동안 아무말 없이 메일을 쳐다보았지요.......

이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엄마'라는 단어는 '사랑'이라는 단어의 근원인 것 같습니다. 누님글~ 진지하고 경건하게 읽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세상 최고의 영웅은 '엄마'입니다.
씩씩한 누님 가시는 길에 진달래 꽃잎을 뿌려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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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12 10:55:28 *.36.210.61
답급을 달기가 그러네요.

들판님, 저는 좋은 엄마는 아니었습니다. 당당한 엄마도 못됩니다. 사랑받고 싶은 아내였기는 했지요. 이제와 좋고 당당한 어미라는 그 자리를 획득해 보려는 의지나 야심도 그다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강물처럼 인생이 흐른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는 할 뿐입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떨까? 살아봐야 알겠지만 무엇으로도 시간을 돌릴 수는 없을 겁니다.

인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고유한 인생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 몫의 인생의 길이 또 있을 테지요.


이혼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부모란 꼭 성장의 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라구요. 얼마간은 아이 아빠의 이기적 비난에 대한 반발심을 가졌던 것 이었을 지도 모르겠군요. 부모란 인생 전체 동안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말하고 싶기도 했지요. 평생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당신처럼 인생의 전 기간을 통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고요. 당신이 성장기의 성년시기까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기도 하고요.) 그 이후는 어쩔 건데? 그 이후는 부모가 필요없을까? 하며 나도 모르는 인생길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한편, 미지의 선택에 대한 모호하고 야릇한 도전심을 느껴보기도 했지요.

죽지 않고 살아낸다면 키우는 것 못지 않게 정신적인 어떤 영감을 나누는 사이랄까 영적인 스승과 같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심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하여튼 내 삶의 실체를 통해 내가 겪은 '좁은 길'에 대해서도 속 깊은 혹은 믿을 수 있는 경험과 체험적 진솔한 이야기를 해 주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들은 바로 저 자신의 미망에 대한 생각들이었을 지도 모르죠. 저 자신의 인생(생활, 삶)을 통해 느끼는 갈망 같은 것 말예요.

유년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다가 정작 내가 내 힘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인생이 되었을 때,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정말 몰라하며 무척 답답함을 느끼고는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은 물어서 알아가기보다 직접 부딪혀 느끼기 전에는 이해가 잘 안 가고 믿을 만 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 이 부분에 대해서 독서의 부족과 지혜가 모자란 매우 미련했던 저 자신을 발견해 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곳의 연구원 과정에 도전을 했던 것이기도 하지요. 내 자신의 미망이 하도 답답해서 말예요.

우습게도 나 자신도 내가 내 실력으로 붙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붙여 줬을 거라는 시선이 팽배했고, 그렇게 주눅들어 겨우 매달리며 따라가는 형국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분명히 그런 동정 따위나 선심성 합격은 내게 절대로 필요하지 않은 것이었지요. 나는 내가 서 있는 곳의 현실과 현재의 상태와 내 삶의 가늠을 하고 싶었던 거니까요.

일년 동안의 연구원 수료 기간이 지나고 이제야 좀 여유를 가지고 예전 글을 다시 보면서, 나는 나의 의지에 의해서 이 과정의 연구원으로 참여했고 붙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저자신이 생각해 볼 때 다른 기대나 재능이 있어 뽑혔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두고 보자 하고 보아 보신 점도 없지 않으셨겠지요. 하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시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들이네요. 어쩌면 내 인생도 이와 같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네요. 아마 별 차이가 없겠지요.

내 목적은 내 글을 인쇄물로 찍어내는 것이 최종점은 아닙니다. 그보다 우선 쓰는 것에 있고, 무엇보다 내 자신의 구도와 같은 내가 공감하는 깨달음과 살아갈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 없어 우선 발뺌을 하며 뒷켠으로 물러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나는 이 과정의 수행을 따라해 보고자 했고 지금도 가능한 한 쫓아 가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직도 과정 중에 있다는 것과 내 미망을 깨우쳐 다소나마 씻김 굿 같은 정리가 되기 전에는 별 의미가 없을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느끼는 거겠죠. 빵이야 보장되면 얼마든지 좋겠지만 그것으로서 배 터져 죽을 일도 아니고,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에 넘길 것이 없어 하며 피똥을 싸는 것도 아니니 일단 버텨 보는 것이기도 할테지요.

어쩌자고 들판 님의 덧글에 대해 이리 말이 많은 가 모르겠네요. 원했던 원하지 않았든 우주의 조화로 다행이 한순간이나마 '어머니'라는 이름과 역할을 얻었던 것에 대한 또 하나의 미망인 것인가 봅니다.

아이도 나도 그저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낍니다. 당당해야 하거나 행복해야 할 이유만은 없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그러나 그렇게 배워왔고 그것으로 인해 그러고 싶은 것이기도 할테죠.) 그저 제게 할당된 삶의 참 의미를 알아가고 싶다는 것이지요.(이게 이게 말이 되는 말이기나 한 건지 역시 모르겠군요.) 이만 하죠. 님의 덧글에 대한 반발은 아닙니다. 감사의 표현이 이리 지리하네요. 읽어주시고 힘 북돋워 주시려 애쓰심이 어쩌면 송구해서 변명이 길은 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거암아, 이 세상 모든 자식에게 엄마라는 단어가 사랑이라는 단어의 근원이라는 말은 나를 옥죄거나 지독한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거지.

사랑없이 사랑을 잉태할 수 없고 그 의미가 기꺼움으로 존속되어 나갈 수도 없다고 생각돼.

오쇼 라스니쉬의 말처럼 열렬히 사랑만을 위한 사랑을 하다가 헤어져야 할 때는(그러한 경우도 있는 거니까) 참 감사함만을 남기고 전혀 뒤끝이 없이 사랑만을 위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그러면 아마도 이럴 수도 있겠지. 두 분 열렬히 사랑하셔서 저희들을 낳아주셨던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라고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 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이런 미망에 침잠해 들며 오래 가슴 아픈 시간을 살아야 하는 건지, 무엇을 위한 건지, 이 가책과 양심은 어디서 오는 것이고 나는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인지,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나는 그 가운데에서 어떻게 처신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등등이 늘 나의 화두라네.

어머니는 다만 어머니 그 자체이면 안 될까? 사랑의 근원적 이름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어머니와 아내 둘 중에 내가 진정으로 선택하고 받고 싶었던 것을 위해 나는 아파야만 하는 걸까? 시작은 분명 아내였는데 어머니로 남지 못하는 것은 죄가 되어야만 하는 걸까? 무가치 하고 비난 받아야 마땅 한 것일까? 내 두려움의 정체가 뭘까? 가지고 싶은 것과 가져야 할 것 사이의 선택과 귀로에서 내 지향점은 무엇이야 했더라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 나는 무엇을 갈망하는 것일까? ...

어머니는 영웅의 자리를 원하는 것일까, 들판에 피어있는 들꽃으로나마 자유롭고 기꺼움이어야 하는 걸까? 인생의 보편적 균형감이라는 것은 어떻게 형성되어 지는 걸까? 나는 혼자서는 도저히 풀지 못하겠어. 이제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을 비워내는 일밖에는 없는 걸까?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르겠어. 그것이 온전히 내가 마땅히 지고 가야 하는 삶인지 어쩐 것인지를 이리저리 탐색하는 과정중에 가장 치명적인 위치와 고귀한 자리에 나의 또 다른 자화상인 아이들이 있다는 것 외에.

휴~ 계속 읽고 쓰기나 할 것이지 무슨 잔소리가 이리 많은지... 흑흑


아침에 전혀 생각지 않은 메일 한 통을 받았는데 그 감정이 이 덧글에 많이 이입이 되는 것 같네요. 외출해야 할 일이 있는데 서둘러야겠군요. 두 분의 마음 나눠주심에 감사드리며. 또 메일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약속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낮에 비가 계속 오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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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암
2008.08.12 15:45:09 *.244.220.254
음~~~~~~~~~~~~~~~~~~~~~~~~ 나중에 술 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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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8.12 19:57:57 *.169.188.175
써니누님.

이번 여행길에 출장가 있는 처형을 만났더랩니다.

이런 말을 처형이 하더군요.
작은 아이가 외형적으로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작은 애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냥 그래요라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나를 닮은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가 없었을 뿐이지요.

결혼하고 십년동안 그리고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때로는 아빠가 노릇을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좋은 아빠일까를 고민을 많이 했었지요.

세상에 태어나서 나를 만난 것이 그들의 선택은 아니지만 나의 부족함으로부터 배우는 것 또한 그들이 몫이라는 것을 사부님을 통해서 받아들이고 나서는 애들을 대하는 것이 편해 지더군요.

이 정도면 써니 누님의 분신들을 향한 마음을 십분의 일이나마 이해를 할 만하지요.

써니님의 마음이 이러하니 아이들이 잘 될 것이라는 입에 침 바른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아요.

부모의 마음은 부모의 마음이고 자식들은 또 그들 자신의 몫의 인생을 살게 되겠지요.

=

제 둘째 아이가 답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네요. 오늘 내일 마음 먹고 답장을 써야겠습니다...

누님도 잘 주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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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13 01:58:51 *.36.210.234
거암, 진짜? 워메 좋은 거. 역시 자네랑께. 히히히 ^-^*


불목하니 햇빛처럼아, 기어이 긴 글 읽으셨네. ㅎㅎ

그대 없는 대한민국과 변.경.연은 조용했지. 그대가 돌아오니 난리네. 햇살이 가득햐.

금도 따고 은도 돈도(?) 따고 빵빠레 울려가며 시끌벅적 하구만.

사부님께서 각별히 사랑하시며 칭찬도 아끼지 않으시데.

마음 따숩고 정 많은 말간 사람이라고요. 숫자에 남다른 특기가 있으며 여기보다 너른 세상에 나아가 더 잘될 거라고. 아이를 먼저 떼어 놓고 오셨구먼. 기러기아빠 ?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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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8.13 07:14:53 *.220.176.110
작은애 이야기는 떼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애들에게 편지를 손으로 써서 주는데

이번에는 애가 보낸 편지를 받고도 답장을 오랫동안 못했었네요.

오늘은 꼭 답장을 써야지요.

누님도 하루 잘 보내세요.

여름이 처마 끝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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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10:04:32 *.252.13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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