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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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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3일 05시 17분 등록


담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녁에 고속도로에 올라 보니 밤새도록 쏟아지던 굵은 빗방울이 어느새 잦아지고 반대편 하늘이 이내 훤하게 밝아오고 있습니다. 마치 보이는 세상을 한꺼번에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쏟아지던 폭우가 갑자기 그치고 나니 오히려 마음 한 가운데가 허전해 집니다.


어제는 빗소리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나같은 여행자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살고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간 밤에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많은 상념에 빠졌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그 많은 사람들이 각자 무슨 생각들에 골똘했을까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이번 여행 중에 밥 버포드의 <하프 타임>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운동경기에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약간의 쉬는 시간이 있어서 전반전에서 미비했던 작전이나 또는 지친 각자의 몸을 되살리고 후반전에 임하자는 취지로 하프타임이라는 시간이 있는 것 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중년이 되는 지점에서는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되돌아 서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인생을 재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소위 <중년의 위기>란 우리가 흔히 들어서 알고 있는 상업적이나 방송 문화적인 그것이 아닙니다. 지켜야 할 가정을 붕괴 위기로 내몰고 있는 유행병과도 같은 이혼이나 불륜 등을 조장하는 책임없는 드라마나 방송 매체들이 주장하는 그런 중년의 위기가 아니라 그보다는 더 중요한 인생의 본질적인 중년의 위기의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우리들의 고민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그 동안 일에만 매달려 왔다는 것, 큰 성공은 아니지만 그 결과 나름대로 자기분야에서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다는 것, 그렇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생에서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면 어쩐지 그 내용이 우리 모두에게 친숙해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같이 말하는 사람들이 무엇인가 인생에서 누락된 그 느낌을 설명하려 하면서 적당히 표현할 말을 못찾아 더듬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우리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고민 고민끝에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기의 나머지 남은 인생의 부분을 좀더 의미있는 삶으로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처럼 각자 인생의 후반전을 좀 더 의미있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하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년의 위기>의 본질이라고 작가는 힘주어 말합니다. 주어진 나의 인생에서 생존만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이 인생의 전반부였다면 나머지 삶에서는 진정한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다시 정립하고 나의 열정을 쏟아야 할 일의 방향을 다시 정하는 일이 각자의 인생의 중간 지점인 <하프타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책저자의 생각입니다.


길 위에 전혀 차가 막히지 않는 관계로 넉넉히 두 시간이면 충분히 지리산에 도착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원하게 뚫린 88 고속도로를 동쪽으로 달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 춘향이의 고향인 남원을 지나 구례까지 내려오니 고속도로 여기저기 지리산으로 향하는 표시판이 눈에 띕니다. 복잡한 서울만 나오면 이렇게 곧바로 숨쉬는 것이 자유로운데 어쩐 일인지 좁은 지하 전셋방이라도 서울에만 살아야만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리산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섬진강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봅니다. 지리산 자락을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섬진강은 그야말로 한폭의 풍경화처럼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지도를 들여다 보니 강자락을 따라 한참 내려가면 섬진강 어느 기슭에 <매화 마을>이 있다고 씌어있지만, 이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겹겹이 솟아 서있는 산밑으로 유유하게 흐르는 강물에 잠시나마 마음을 놓고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시간이 멈추는 그곳에서
나는 울고 있었지

새벽에 시작된 울음은
오후가 되도록 멈추질 않았어

내가 이토록 서럽게 우는건
그저 내버려졌기 때문이 아니야

내가 정작 서러운 건
홀로 길을 떠나왔기 때문이지
돌아가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야


강을 건너면 또 하나의 강이
봉우리를 넘으면 다른 봉우리
파도를 견디면 또 다른 한 물결의 파도인 것을


내가 지나온 날들을 후회하지 않고 바라보듯이
상처입은 당신도 지금 그랬으면 좋겠어


길이 끝이 나는 곳에서
또 다시 길은 시작되고 있었어


후두득 하늘에서 다시 몇 방울 비가 떨어집니다. 올려다 보니 드문드문 짙은 먹구름이 산 정상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지리산은 이제 지척에 놓여 있지만 그 깊은 애초의 산 모양과 더불어 잔뜩 흐려있는 하늘 때문에 오늘따라 어딘지 모를 범접하기 어려운 기운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밤은 지리산의 허리를 끼고 산허리를 돌면 만나게 될 깊은 계곡인 <피아골>의 민박집에서 묵을 예정입니다. 내일 아침녁에는 조금은 힘이 드는 계획이지만 그 피아골의 깊은 계곡을 따라 한나절을 오르면 만나게될 <노고단>까지의 등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IP *.109.244.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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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8.25 18:29:36 *.36.210.93
계획한 곳까지 무사히 등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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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활
2008.08.26 06:23:44 *.109.244.18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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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08.08.26 20:13:38 *.169.188.175
중년의 위기라는 말이 마음에 닿는군요.

울림을 전해주는 글을 만나서 기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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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
2010.10.12 15:09:03 *.141.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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