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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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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8일 12시 59분 등록

200918125822468.png

올해 1월 1일,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다.

나쁘게 생각하면 재수 옴 붙은 날이고, 좋게 생각하면 1년치 액운을 몰아내기 위해 액땜한 날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아파트 디지털키의 상태가 쪼끔 좋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게 그리 큰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진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학이라 외할머니집에를 가고 싶다던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1월 1일 아침에 집을 나섰다.

아내의 친정은 경기도 화성의 제부도 가는 길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육일리이다. 넘 자세한가? ㅋ


평소처럼 나는 먼저 나와 차를 주차장에서 빼놓은 채 기다렸고,

잠시후 아이들이 나오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아내의 전화가 오는 것이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문을 잠그고 나오려는데

디지털잠금장치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일단 문은 잠궜는데, 혹시나 해서 열어보니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확인하기 위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정말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손잡이를 돌리면 문이 열려야 마땅한데,

이런 젠장!!! 손잡이가 나의 바램을 거부하고 있다... --;;

계속해서 문은 열리지 않은 채 헛돌고만 있다.

아마도 바깥의 손잡이와 안의 손잡이의 중간 고리가 빠지지 않았나 싶다.


불현듯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집 앞에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다 오는데, 문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집안에 있던 아이들을 불러 문을 열었는데,

그때 문제점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시도를 했어야 했는데

무심하고 안이하게 그냥 넘어간 점이 큰 화(?)를 부르고 있었다.....


나중에 그 진짜 원인을 파악해 보니

안쪽 손잡이의 스프링 고장으로

정상적이라면 손잡이를 돌린 후 그 손잡이가 스프링에 의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하는데

고장이다 보니 가끔 중간에 멈춰서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바깥에서는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아무리 돌려도

마치 헛도는 것처럼 문이 열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는 아내나 나나 키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

그리고 아이들은 빨리 출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고....

여기에 매달리다 보면 시골 가는 것을 접어야만 할 듯 싶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다녀 와서 풀기로 하고 일단 시골부터 갔다 오기로 했다.

하지만 출발하여 시골로 가고 있는 와중에도 머리 속 한구석에는 내내 문에 대한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골에서 점심,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며칠 맡겨놓고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무려 밤 10시 가까이 되어서 였다.

무의식적으로 이 문제를 회피하고 싶었을까.

좀 더 일찍 돌아와 본격적인 해결책을 찾았어야 하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면 열리지 않겠나 하는 안이함도 있었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손잡이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먼저 디지털 비밀번호를 누르고, 그 다음 손잡이를 돌린다.

아무 것도 걸리는 게 없다.

대개 문이 열리려면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손끝에 '딸깍'하는 느낌이 오며 문이 열려야 하는데,

지금은 손잡이를 돌려도 그냥 밋밋하게 돌아가기만 한다.

한마디로 '손맛'이 없다.

슬슬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손에서는 불이 나고 있었고.

게다가 시간은 점점 깊어가는 밤,

장소는 아파트 현관이니, 현관에 달린 센서등 때문에 불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며

나의 머리를 더욱 심란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손잡이를 부러져라 마구 돌렸다.

하지만..... 역시나 손만 디게 아팠다. -_-;;;

문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성처럼 견고하기 이를데가 없었다.

아파트가 좋긴 좋구나... 젠장....


문과 손잡이를 얼르고 다그치고 혼내고 때리기를 30분여.......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아무리 해도 방법이 없었다.

나의 무능력과 초라함만 알 뿐 이었다....


키는 집안에 있고, 집안에 들어갈 방법은 없고.

결국 아내가 문 앞에 더덕더덕 붙여 있는 열쇠집으로 전화를 했다.

얼마의 비용을 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헉....

1월 1일 신년의 늦은 밤이라 그런지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

2군데 연락했는데 모두 신호만 가지 수화기를 들지 않는다.

순간, 낮에 문제를 해결할 껄 하는 후회가 해일처럼 밀려온다.

그와 동시에 오늘 잠은 차에서 자야하나?..

하지만, 출근은 어떻게 하지, 내일은 또 신년 시무식이 있는 날이기도 하는데...

별별 걱정이 다 떠오른다.


그 사이 아내는 관리실이다 이웃집이다 전화하며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나 보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이웃집 아줌마가 나온다.

그리고 내게 열쇠를 하나 내민다.

뭔가 했더니 자신의 집 열쇠란다.

혹시 모르니 이걸로라도 돌려보라는 것이었다.

될 리가 있나....

하지만 성의와 함께 혹시? 하는 얄팍한 의구심이 키를 열쇠구멍에 넣고 돌려보게 만들었다.

역시나....

들어가긴 하는데, 돌아가질 않는다.

힘줘서 돌려보려 했지만, 키가 구부러질 것만 같아 안되겠다.


이 열쇠로는 역시나 안되네요... 하며 키를 돌려주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이번엔 다른 호수의 아줌마가 나와 키를 내민다...

아내도 여간 답답한게 아니었나 보다.... 쩝...

이번 열쇠는 아예 들어가지도 않느다...

만약 열린다면 그게 더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리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이번에는 방금 전 열쇠를 건넨 아줌마의 남편분 되시는 아저씨가 나온다.

연배는 나보다 위고, 군인이다....

역시나 씩씩하고 절도있으며, 행동과 판단이 빠르다.

몇 군데 연락하고 하더니 어차피 안되는거 여기서 하지말고

당신의 집으로 들어가서 연락을 더 해보자고 하신다...

고마웠다.

날도 춥고 연락이 되어서 업체에서 온다 하더라도 얼마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역시나 집안은 따뜻했다. 추웠던 몸을 녹이고 게다가 커피 한잔을 얻어 마시니

몸과 마음이 좀 풀리는 느낌이다.


몇 군데 연락이 닿았고, 비용은 4,5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뭐 그 정도면.. 하는데

군인아저씨 왈 정색을 하고 말하신다.

디지털키는 절대로 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이 말하는 비용은 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키를 뜯어 내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라고 한다.

그리고 뜯어낸 디지털키는 다시 쓸 수 없기 때문에

열쇠수리업자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키(물론 비싼...)로 울며겨자먹기로 바꿀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면 비용은 아무리 못해도 30만원은 들어갈 것이라고.... -_-... 쩝....


시간은 11시를 넘어서고 있고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아내가 또 다른 방법을 하나 제시한다.

아파트 디지털키 A/S업체가 있다는 것이다.

그 곳에 연락하면 뭔가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연락을 하니 의외로 웅진코웨이가 A/S업체로 등록되어 있다.

얼마전 전 A/S업체가 부도를 맞았는데, 이 업체를 웅진코웨이가 인수를 했다는 것이다.

뭐, 더 잘되었네... 속으로 생각했다.

콜센터와 상담한 결과는 상당히 좋았다.

디지털키를 통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열쇠뭉치를 파쇄하여 일단 문을 연 후 그 열쇠뭉치만 새것으로 교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A/S기사 인건비와 새로운 열쇠뭉치 가격까지 해서 모두 4, 5만원이면 된다고 한다.

완전 땡큐다. 이러면 모든 문제 다 해결이 될 듯 싶다.

솔직히 4,5만원도 아깝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매우 착한(?) 가격으로 보여진다.


언제쯤 기사가 도착할 수 있는가 했더니 현재는 조금 멀리 있어 30, 4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군인아저씨는 그래도 오늘 온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계속 여기에서 기다리면 된다고 하며 우리를 안심시켜 주신다...^^

그리고 40여분 후 마침내 기사가 도착했다.

그리고 갖가지 장비를 꺼내 놓고, 그 중의 하나인 전기드릴을 가지고 열쇠구멍을 파쇄하기 시작한다.

한마디로 열쇠구멍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을 열기위해 아예 열쇠 자체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쩝.....

드릴이 오래 되어 그런지 날이 무디다....

그러니 구멍이 잘 안 뚫릴 수 밖에..

추워서 땀은 안 흘리지만, 꽤나 힘겨워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생활한지 얼마 안되었나 보다...

변명삼아서 하는 말이,


"제가 웅진코웨이 기사지 원래는 열쇠 수리업체 기사가 아니거든여...."


그렇지, 뭐... 아무렴.... 그래도 빨리 고쳐주었으면 좋겠는디.... 쩝...


30분 동안 전기드릴 소리가 아파트를 쩌렁쩌렁 울렸다.

1월 1일 신년의 늦은 밤에 귀를 찢을 듯 들리는 이 소음은

온 아파트 주민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상당히 미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또한 어찌할 도리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지면을 빌어 다른 모든 주민들에게 사과 말씀을 올리고 싶다.

지..송..합..니..다...


마침내 문이 열렸다. 기뻤다. 그리고 허무했다....

마치 3년간 애타게 보고 싶던 하지만 어디에 살고 있는 지를 몰라 만날 수 없었던 애인을 드디어 극적으로 만났는데,

알고보니 바로 옆집에 살고 있었다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느낌이 들었다..... -_-;;;


문을 연 후 열쇠뭉치를 교체해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열쇠뭉치는 단산제품이기 때문에 수소문해서 찾아야 한단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차피 안쪽의 스프링도 나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열쇠뭉치와 더불어 스프링도 고치려면 부품 구하는 시간도 시간이고,

비용자체도 최소 7,8만원은 들 것이라며 자신들의 새로운 제품을 권고한다.

튼튼하고, 자동식에다가 카드도 되고, 비밀번호도 되는 겸용이라는 멘트와 함께...

그 부분은 추후 고민하여 연락하기로 하고 명함만을 받았다.

그리고 출장비로 '만원'을 지불하였다....


이로써 모든 상황은 종료되었다..

물론 새로운 디지털키로의 교체냐, 아니면 수리냐의 문제가 남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안락한 집으로 들어와 씻고 다리 뻗고 누워 잘 수 있게 되었다...

침대에 누웠다.

행복했다.

짧지만 괴로웠던 순간들이 줄지어 서있는 새벽 눈날리는 밤 가로등의 모습처럼 아스라이 지나쳐 간다.

입안에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다.


"신년 액땜한 셈 치지, 뭐....."




* 덧붙이는 이야기


열쇠업체와 연락도 잘 안되고, 또한 비용도 아껴 보기 위해

싫다는 아내를 꼬드겨 -_-;;

119에 전화를 시켰다..... ㅋ

친절하게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친절하게 열쇠수리업체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아내 꼼꼼히 잘 받아 적고 있다...

소방관의 말은 그렇다...


"저희가 열쇠 일까지 하기에는 인력이 많이 모자랍니다....."


미안합니다.... 속 보이는 행동을 해서리...... -_-;;

소방관님들....

진짜 어려움에 빠져있는 이들을 위해 많은 힘 써주시길 바랍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IP *.122.14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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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
2009.01.11 07:35:19 *.92.51.102
ㅎㅎ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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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9.01.11 22:46:13 *.131.127.69
고생하셨겠지만
재미있게 쓰셔서 보는 사람은 고생은 보이지 않고
즐겁기만 하니...

남의 액땜 고사지내는데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는 기분인데요.^^

글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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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땐양
2009.01.12 13:48:19 *.122.143.214
고생한 이야기를 읽으시며 "재밌다"라고 하시면...
이 고생이 재미로 한 고생이란 말인가여? 아니면 고생하고 보니 재미있었단 말인가여?

나중 아파트 이웃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부 한번씩은 이런 경험을 다 가지고 있더군여.^^
어떤 집(16층)은 자물쇠 안 건드릴려고 사다리차를 불렀다는...

이런 고생은 지나고 나면 좋은 추억이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 글도 나중에 읽으면 더 재미있을꺼고요~

정수님, 백산님!
재미있게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많이 수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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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sabo anhänger
2010.10.11 16:47:15 *.218.126.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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