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2009년 1월 23일 07시 06분 등록

나의 친구야

                                  -이해인-

       오늘도 역시 동쪽 창으로 해가 뜨고 
       우린 또 하루 해를 맞이했지
       얼마나 좋으니 
       빨랫줄엔 흰 빨래가 팔랑 거리듯이 
       우린 희망이라는 옷을 다리미질 해야겠지

       우리 웃자 기쁜 듯이 언제나 웃자
       우린 모두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행복을 향하여
       웃음 웃어야 하는 거지
       계절이 가고 오는 이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도
       마찬가지로 얽혀 가겠지만 우리 변함없이
       모든 것들을 사랑하도록 하자

       친구야!
       너와 나 같은 세상 아래서 만나진 것만의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 서로 어깨동무를 하자꾸나
       너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까
       너의 등불이 되어 너의 별이 되어 달이 되어 너의 마스코트처럼
       네가 마주보는 거울처럼 우리 서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친구야!
       우리 서로 사랑하자
       우리 서로 듣기 좋고 감미로운 음악 같은 사람이 되자

========

중학교 시절에 시골에서 도회지로 전학을 하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고향친구가 보내온 연하장에 그림과 시과 적혀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누구의 시인지도 모르고 좋아서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때에도 이 싯구절을 따서 써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명절이 되어서 그런가요. 갑자기 친구 생각이 나고 이 시의 싯구절로 검색을 해 보니 이해인님의 시였군요.

제가 좋아하는 분이셨는데..

1. 빨랫줄에 걸린 흰빨래와 희망옷 다림질..

고향의 집은 두칸짜리 초가집이었습니다. 새마을 운동 때문에 국민학교 시절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조를 하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추수가 끝나고 초가집 지붕을 새로 올릴 때에는 큰집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오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앞마당에는 빨랫줄이 있었지요. 이 추운 겨울에도 어머니는 냇가에 가서 빨래를 해가지고 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님은 그때만 해도 한복을 입으셨는데 흰빨래라서 삶아서 하얗게 된 빨래가 기억이 납니다.

2. 웃음, 세월 얽혀감. 변함없는 사랑.

우리 웃자, 기쁜 듯이 언제나 웃자라는 구절이 참 좋았습니다. 그 웃음을 이제 마흔이 되어서 조금 찾았습니다. 어린 시절만 해도 세월이 얽혀가더라도 변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세상의 많은 것이 변하고 나 자신도 많이 변해버렸습니다. 변해 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임에도 변치 않음을 바라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늘 함께 할 것 같았던 친구들도 이제는 멀리 떨어져 혹은 사는 것이 바빠 일년에 얼굴 한 번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동무들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아니 복 받은 것 같습니다.

3. 친구 = 지켜보는 사람.

친구가 힘들 때 또 내가 힘들 때 그냥 지켜봐 줄 친구가 있다면 참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는 욕심이 과해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한 명이라도 아주 좋고 두 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세 명이라면 인생을 참 잘 산 것이 되겠지요.

=

명절입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폭설 예보에 귀성길이 만만치 않은 길이 되겠지만 막히는 차안에서도 그리운 친구들 친지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면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분들 명절 잘 보내시길...

IP *.220.177.237

프로필 이미지
서정
2009.01.24 10:59:21 *.167.143.75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마흔이 훌쩍 넘도록 바쁜 일상중에 돌아보지 못했떤 나의 과거, 그리고 현제, 또 다가올 미래...
돌아보니 벗하나 변변히 만들어 놓지 못한 바보같은 삶을 살았나 봅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앞 뒤 가림이 없이 앞만 보며 살아왔을까...
나는 지금 후회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습니다.
늪이란 것이 원래 허우적 거리면 거릴 수록 더 깊이 빠져 든다고 하던데...
어쩌나 이 일을...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09.01.24 20:15:26 *.34.112.57
안상헌님의 change라는 책을 보면 ...
빠져들다가 보면 바닥이 님을 받추어 줄 것이라는 것을 믿으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닥으로 침잠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정님.
저의 인생선배인 것 같습니다만 오십이 넘고 육십이 다된 분들도 새로 시작을 한답니다.

사람이 무엇을 한다고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아무것도 이룰 수는 없습니다.

님이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아마도 님에게는 좋은 친구가 찾아올 것 같군요..
오래살지는 않았지만 준비된 자에게 언제나 스승은 찾아온다고들 하더군요...
프로필 이미지
은미
2009.01.24 15:58:31 *.232.147.14
빨래줄에 걸린 흰 빨래 같은 웃음과 희망이 있어
가끔 삐걱거리는 대목 대목마다
더 성장하고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파란 가을하늘 아래 빨래줄에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는
그 모습처럼 맑게 살고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소망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09.01.24 20:18:03 *.34.112.57
요즘 나무에 필이 꽂혀버렸습니다. 은미님의 공(功)이 작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가 한 턱을 내야할 것 같군요..

새해에는 더 많은 복을 짓는 사람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연말부터 은미님이 지으신 복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