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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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하는 일을 별로 없다네
제자 놈 하나가 웬일로 안으로 부엌 문을 잠그고
불을 지펴 연기를 피우고 고함을 질러 지랄을 할 때
슬그머니 열쇠하나 문틈으로 넣어주는 것이네.
문이야 늘 안에서 잠근 놈이 스스로 열고 나오는 것이니
밖에서 넣어 준 선생의 열쇠가 아무 필요도 없지만
제자 놈은 소란을 멈추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네.
뭔 짓들인지 모르겠네.
그러나 심심한 저녁,
그런 볼거리도 없이 날만 저물면
그 날이 어찌 웃음 속에 진다 하리.
처음 만날 때는 겨울 동태 같더니
이제 좌우를 둘러 보고 입을 벌려 숨을 쉬니
살았나 보다.
살아 있나 보다.
역시 사람은 빡세게 공부를 해야해
그래야 돌빡이 깨지고
마음 속에서 왕따시 꽃이 피나봐
제 꽃 말이야
뿌리에서 올라 피처럼 물이퍼져
그렇게 봄꽃 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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