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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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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일 11시 43분 등록

 

….….

아직도 그 순간의 느낌이 생생하다.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입은 딱 벌려진 채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소리 없는 감탄사가 나왔다.

 

3년 전 미국 출장 중이었던 나는 프로젝트 일정이 끝난 시점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미국 서부 여행을 계획했다. 34일의 일정으로 우리는 6인용 차를 렌트하여 로드 트립을 떠났다. 샌프란시스에서 출발하여 요세미티 공원, 데스밸리,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을 돌아보기로 했다. 요세미티의 신선한 공기와 초록 햇살, 또 요세미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던 뜨거운 햇살 아래 말없이 펼쳐져 있는 데스밸리의 웅장한 삭막함, 여행길 곳곳에서 독특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날 때마다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신나하고 추억을 사진 속에 담기에 바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이었던 것은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까지 이동하는 경비행기 여행이었는데 나는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전혀 새로운 시선에 감동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그저 멍하니 창 밖에 벌어지는 광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경비행기가 뜨기 시작하면서 라스베가스의 호텔들과 거리의 차들이 장난감처럼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반듯반듯 네모난 바둑판처럼 만들어진 도시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사막에 도시를 계획하고 설계하던 네바다 주 정부와 도시 설계사의 시선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넓디 넓은 미국 땅의 광활한 자연이 펼쳐졌다. 눈을 들어 저 멀리를 보니 저쪽 끝에선 번개가 치고 있었고 또 반대편 끝에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경이롭고 아름답던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연을 운행하고 지구를 살피는 신의 손길을 보는 듯 했다.

나 자신과 내 앞에 벌어진 것에 고정되어 있던 나의 시선이 공간을 넘어 훌쩍 높은 단계로 올라가보니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가지고 살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작은 것에 연연해하고 사람들을 미워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나의 시선과 함께 마음이 확 넓어지는 경험이었다.


 경비행기 여행과 함께 또 하나 나를 감동시킨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라스베가스의 공연이었다.  ‘Le Reve’ 라고 공연이었는데 물 위에서 펼쳐지는 태양의 서커스 공연 중 하나였다. Winn 이라는 최근에 세워진 호텔에서 진행된 그 공연은 호텔이 설계되면서부터 함께 기획되어 오직 그 공연만을 위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물 안에서 무대가 자유자재로 오르내리며 모형을 변형시켰고, 그 위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공연자들은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한계를 계속해서 깨뜨려 나갔다. 공연의 음악은 객석을 빙 두른 스튜디오 안에서 라이브로 흘러나왔고, 모든 의상과 그 안에 사용된 색감들은 아름답다라는 단어로는 너무 부족할 정도로 황홀했다. 세계 최고의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공연을 하는 듯했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공연의 레벨과는 차원이 인간이 만들어낸 그 결과물을 보고 나니, 나에게 주어진 능력을 나 스스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나에게 깊은 감동과 느낌을 주었던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랜드캐년은 신의 걸작품이었고, 라스베가스는 인간이 만들어낸 화려함의 극치였다. 아침 일찍 떠나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오후에 라스베가스로 돌아왔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할 때쯤은 이미 어두워져 뒷편의 그랜드 캐년은 칡흑 같은 어두움에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헌데 저쪽 멀리 까만 어두움 속에서 커다란 불덩이처럼 빛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밤의 라스베가스의 모습이었다. 그랜드캐년은 아침에 빛과 함께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고요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뽐내다 밤이 오면 조용히 침묵하며 어둠 속에 잠들었다. 그러나 라스베가스는 밤이 깊어갈수록 빛을 발하며 온갖 노래와 소리들로 사람들을 흥분과 쾌락으로 이끌었고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피곤하다는 듯 자신을 치장했던 화려한 액세서리를 벗고 다시 밤이 올 때까지 지친 몸을 쉬는 듯해 보였다.


 신의 작품과 인간의 작품은 모두 각각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랜드캐년의 힘있고 생기있는 그 위상에 비해 라스베가스의 그것은 위태롭고 다소 초라해보였다. 라스베가스가 침묵하는 그 시간, 나는 그의 지쳐 잠든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인간은 훌륭한 창조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언제나 자연 앞에 겸손하며 우주의 질서 안에서 그의 아름다운 능력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랜드캐년과 라스베가스를 여행하며 나는 나를 확장시키는 경험과 함께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다.

IP *.149.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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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2 14:26:42 *.255.182.40
좋으셨겠어요. 좋은 체험 담아오신 듯... 저도 늘 인간은 자연을 흉내낼 수 없다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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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2009.03.03 13:48:27 *.216.130.188
가끔 북한산을 오르고는 하는데~
내가 아무리 투덜대도 늘 같은 마음으로 절 받아준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그의 등을 타고 오를때 그 변함없는 든든함이 의지가 되는것이죠.
자연은 늘 우리에게 그런것을 묵언으로 말해주나 봅니다.
그랜드캐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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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2009.03.06 22:25:18 *.232.219.144

저는 그랜드 캐년에 가면 눈물이 왈칵하고 날 것 같아요.
그 광경 생각만 해도 머리가 다 쭈삣 서는 것만 같네요 ㅋ

미국,
거기까진 가봐야할텐데..ㅋ

좋은 글 감사합니다.
끝까지 힘내세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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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2:01:35 *.43.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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