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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18일 11시 53분 등록
다니던 회사가 은행 관리가 되고  주력4사를 통합하는 임시주총을 열어 절차를 밟고난 다음
회사는 드디어 이미 제출한 임원전원의 사직서를 갖고 새로운 임원 보직을 발표했다.
이 명령서에 의하면 나는 회계담당 임원에서 해직되었다. 그리고 비상근 고문 상답역이 되었다.
급여는 70%를 지급하고 기간은 3개월이다.나한테 사전에 전혀 상의도 없었다.평소에 나를
부려 먹을 때는 간을 때어 줄것처럼 하다가 이런 식으로 나를 대접하는 것을 보고 본노를
느끼었다.

그당시 회사는 앞뒤를 가릴 형편이 아니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를 만큼 허둥지둥대는  
상황이라는 것은 짐작이 갔다.회사내 여기 저기서 회사의 명령과 상관이 없이 알아서 그만들 두고
해도 나는 하는 일이 조금은 다르니 정식으로 인수 인계라도 하고 그만 둘려고 했다 즉 그런
돌출적인 행동을 자제해 왔었다. 이런 생각에 나는 일격을 당한 것이다.  

이렇게 명령을 내놓고는 정식으로 결산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내 후임자가 정해져 있었다.
해외에 근무하는 사람인데 아직 귀국도 안한 사람이다.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정식으로
지난해의 결산을 명령이 안났다고 생각하고 해달라고 높은 사람이 얘기를 했다.
나는 속이 부글 부글 꿇고 가만이 앉아 있을 수 없는 지경이어서 할 수 없이 보따리를 쌌다.

내가 회사를 근무하기 시작한 것이 74년 7월 부터이니 그때까지 치면 24년 7개월을 회사생활을
했다 나는 이렇게 해서 회사생활의 막을 내리었다.오랜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을 잘 참고
버티어 왓는데 이런 식으로 월급쟁이를 마친다니 서글펐다.웃사람들이 결산을 해주면
다른 계열사로 발령을 내주겠다고 했다.나는 이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 줄것이면 아에 미리 낼 것이지 결산을 해주면 하겠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자문을 할 지언정 내가 담당하는 사람도 아닌데 담당하는 사람처럼 하라는 얘기는
어지간히 급하니까 하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거기다가 내 후임자로 발령을 받은 사람은
다른 것은 몰라도 위험 천만인 결산은 안하겠다고 버티고 있었다.귀국을 하고도 내앞에
나타나지도 않아서 할 수 없이 나는 정식인수인계를 포기하고 그냥 나와 버린 것이다.

그런데 내가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들이 이번 만큼은 같이 결산을 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을 한다.
이것이 나를 무척 괴롭게 햇다.내 자식처럼 생각하고 동거 동락을 한 사람들이 인간적인 정을
내세워 매달리니 내 마음이 견디기 힘들었다.그러나 이것은 사사로운 감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회사일이니 인간의 정리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서운하지만 이것은 그렇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고 하고 그냥 회사 출근을 그만 두었다.

화사 출근을 안하니 이상했다.그것도 작은 세월이 아닌 4반세기를 단하루도 공백기간이 없이
내 인생에서 가장 팔팔할 때에 회사를 다섯개나 옮기어 다니었지만 한눌 팔지 않고 회사에 얶매어
지낸 것이다.머리가 이상해진 기분도 들었다.사전에 충분히 각오도 하고 준비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준비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1개월 정도는 아침부터 아무데나 쏘다니다가 
 나중에는 산에도 다니어도 보았다.당시에는 평일에도 산에 가보니 내가 그래서 그런지 고개가
축쳐지고 어깨죽지도 풀이 죽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모두들 이마빡에 실업자라고 쓰여
있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 그리 쓰여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내가 바로 말로만 듣건 IMF실업자가 된 것이다.

이때 나한테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평소에 그래도 책을 가까이 했고 끊임없이 세상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아 다양한 책을 보면서 보내어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니 자연히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그 즈음 본 책이 그리스 고전인 호우머의 일리어드와  오둣세이
그리고 베르길리우스가 쓴 아에네이스를 씹듯이 천천히 읽었다. 평소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때다 하고 이책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런 때에 즐기기 아주 좋은 책이었다.

이때 마침 아들녀석이 대학입학시험에 결과가 시원찮았다. 아들을 붙잡고 심기 일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역시 같은 심정이라 설악산을 타면서  인생을 한번 점검하고 계획을 다듬어 보자고 해서 같이
다녀오기로 했다.등산은 내가 즐겨 다니는 일이지만 한겨울에 아들과 같이  백담사계곡에 있는
숙소의 냉방에서 자면서 대청봉까지 다녀오는 등산도 일미였다.
대청봉 주위는 몸씨 추웠다.내마음이 썰령해서 그런지 유별나게 더 춥게 느껴졌다.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은 한겨울 설악산 대청봉에서 내 귀를 자르는 듯한 매섭고
차가운 바람을 이겨 내야 하는 것이라고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IP *.75.12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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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9.06.19 08:00:19 *.160.33.149

오딧세이아와  아이네이스를 읽으며 삶이 모험과 방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겠군요.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라는 시의 한 귀절에 그런게 있지요 ? 

비록 네 갈길이 오래더라도
나이가 들어 그 섬에 도달하는 것이 더 좋으리...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물했고
이타카가 없으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깨달았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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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6 11:20:15 *.43.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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