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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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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2일 10시 53분 등록

<나에게 철학은 무엇인가?>

 

철학이라고 하면 자기와 동떨어진 다른 현자의 철학부터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 이야기가 먼저 떠오른다.

나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무엇. 어릴 때부터 나에게 익숙했던 사고 활동.

그것이 내가 철학 이라 여기는 것과의 첫 조우였다.

나는 철학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생각들의 궁극이 결국은 철학이라고 여겼다.

 

철학은 내 삶의 순간이 흥겹고 자연스럽고 무아지경 일 때는 생각나지도 않았고, 추운 겨울 아침 따뜻한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켜 칙칙한 바깥의 출근 행렬에 동참해야 할 때, 그냥 영원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자연스러움에서 억지로 눈을 떠야 할 때, 내일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이라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었던 어린 시절 한 때, 며칠간 신나게 놀던 친척집에서 이제는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유를 알 수 없이 어떤 사람의 행동이 내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게 할 때 주로 머리에 떠올려지는 생각들의 총체였다.

 

나는 그러기 싫었는데, 왜 싫지만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부터 나는 왜 살아야 하는 거지?,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싫은 걸 억지로 하며 산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왜 좋은 상태라는 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걸까?, 왜 변화는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죽은 후엔 그냥 영원히 땅에 묻혀 다시는 세상과 만나지 못하는 걸까?, 사람 간에는 왜 갈등이 생기는 걸까? 갈등의 궁극은 뭘까? 라는 생각까지.. 한번 떠오르면 상념은 방향 감각 없이 사방으로 퍼지곤 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단순하게 잊혀지지 않고 가슴과 뇌리 한쪽에 남아 내게 끊임없이 해답을 구하라고 했으며, 때로는 책 한 귀절에서,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서 그리고 그냥 우연히 머리를 번득이며 지나가는 생각 한 줄기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여긴 적도 많았다.

 

나는 철학이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처음엔 개인의 타고난 기질과 그를 둘러싼 사변적인 것에서 출발 한다. 그것이 사회적 상황이든, 그 만의 독특한 가정 환경이든. 그것들이 쌓이고 얽히고 설키며 몇 번 꼬이더니 그 시작과 의도의 상황이 처음처럼 명백하게 파악되지 않아 당사자가 아닌 남들에게 어렵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여긴다.  그런 맥락에서 버트런드 러셀도 철학자의 당시 주변 사회적 정황을 주요하게 여기지 않았던가?

 

학창시절엔 서양의 합리주의에서 어떤 해답을 찾아보려 애썼다. 그러다 결혼한 후에는 동양사상에 심취한 남편의 영향으로 동양적 사고에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현대적 사고방식으로는 이단이라 여겨질 만한 몇몇 신비주의(?) 인물들의 주장에도 관심을 가져 보았다.  혹자는 지극히 과학적인 접근방법으로 뇌의 역할과 죽음의 체험을 기술하고, 혹자는 수메르 문명에 대한 독특한 해석으로 인류의 시작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일단 태어나면 피할 수 없는 죽음과 우리가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나 라는 물음을 어떻게든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여러 다양한 관점들이 참 재미있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나는 더 흥미를 느낀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판단하도록 만들었을까?

 

나에게 철학은 그런 다양한 해석 속에서 내 식의 판단기준을 가려내어 일상의 삶에서 일희일비 하지않고 차분하게 사건들을 관조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신체계이다. 중세시대의 면죄부 판매가 지금 우리에겐 지극히 어리석은 행위로 보이지만, 현재 우리가 부여하고 있는 가치체계가 후대에 또 그렇게 보이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런 면을 돌이켜 생각하고 판단할 때 철학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용하다.

또한 철학은 죽음이나 우주의 존재 의미 등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게 되는 보다 본질적인 궁금증에 대한 여러 가지 가설과 해석들을 지적 흥미활동으로 즐기게 한다. 어느 방면에서든 도는 통한다고 했던가?  아인슈타인 이후 과학과 철학이 접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서양에서 불교사상을 비롯한 여러 동양사상에 흥미를 느끼는 지금의 상황이 어쩌면 통합된 철학에 관심이 있는 개인에게는 더이상 좋을 수 없는 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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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2.22 16:39:16 *.154.57.140
영숙님의 영혼지도를 그리면,,
혹시 머리가 딥다 큰 화성인 같은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ㅎ~
신비주의자들을 찾는 일에 저도 관심 많습니다. ㅎㅎ
지난 주에 이어 거듭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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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2010.02.22 21:45:15 *.64.148.199
감사합니다. 신진철님.
이렇게 글 친구가 또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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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2010.02.22 21:34:28 *.177.14.32
'내일 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는 날이라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었던 어린 시절 한 때, 며칠간 신나게 놀던 친척집에서 이제는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유를 알 수 없이 어떤 사람의 행동이 내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게 할 때 주로 머리에 떠올려지는 생각들의 총체였다'
철학을 느끼는 것을 이렇게 맛있게 풀어낼수도 있군요~ 저도 어렸을적에 놀러다녀오면서 아버지 차 안에서 차창밖으로 비치는 어둠 속의 산맥을 보면서 왜 시간이 이렇게 흘러 일상으로 흘러가야되는지 어린 마음에도 골똘이 의식하면서 온 기억이 많은데 이런 꼬리를 무는 생각이 기질적으로 출발점이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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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2010.02.22 21:40:46 *.64.148.199
홍익인간님?
반가워요..
사실.. 좀 시간에 쫓기며 쓴 글이다보니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면이 많아요 ㅠ ㅠ
'꼬리를 무는 생각이 기질적으로 출발점이 된다'는 말.. 맞아요.. 
내가 말하고 싶었던 바로 그 표현이네요 ~
오늘 날씨가 참 포근했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히 느껴졌어요. 올 겨울이 길어서 그랬는지 유난히
더 반갑게 느껴지더군요.
좋은 봄날 만끽하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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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2.23 08:53:37 *.236.3.241
의식의 흐름체의 문장으로 봐서는 철학보다는 문학에 더 관심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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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2.23 15:33:12 *.83.68.7
아직 만나지는 못 햇지만 글에서 차분한 분위기가 흘러 나오네요.
전반부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았어요.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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