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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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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일 00시 37분 등록

시간, 잊지 말아야 할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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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재미있다.
6개월 정도, 가족에 대한 부담없이(?) 혼자서 마음껏 놀고 먹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

산, 혹은 가야금?

낮에는 산에 갈 것이다. 산은 가까운 곳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산에 가지 않았다. 17년 동안의 직장생활, 갑갑한 사무실에 쳐 박혀 있어서 습관이 된 것인가? 산을 갈 생각도 없었고 기회도 만들지 않았다. 무엇인가 하느라 바쁜 척 하며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산에 가서 나무도 보고, 바람도 맞고, 흐르는 냇물과 따뜻한 햇빛도 만나고 싶다. 산에 가면 건강도 좋아질 것이고, 1000개의 산을 오르고 나면 천산대학을 졸업하게 될지도 모른다.  

밤에는 가야금을 타고 싶다. 가야금은 가끔 TV 나 라디오, 혹은 영화에서 들어봤을 뿐,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가야금의 그 오돌돌하고 가랑가랑한 소리가 이쁘다. 가야금을 배워서, 그 가야금에 딱 맞는 노래를 하나 작곡하여 달빛 아래, 가야금 연주를 안주 삼아 술 한잔 하는 묘미, 캬아..좋타.. 

낮에는 산을 타고, 밤에는 가야금을 타며, 그렇게 건달처럼, 한량처럼 살다가 그것도 지겨워지면, 아이들 학교에 몰래 가서 수업하는 것도 지켜보고, 수영을 배워서 물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고 가족들에게 맛난 요리를 해주고 싶다.  

답답하여라!
산에 가고 싶으면 주말을 이용해 산에 가면 되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생활에 쪼달려도, 학원을 끊고 시간 내 다니면 그만이다. 아주 소박한 희망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일상으로 불러 들일 수 있는 일인데, 무엇이 그런 사소한 ‘희망 채우기’조차 방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 무엇이,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일상으로 가득하도록,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루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세계로 내 인생을 이끌어가는 것일까?

#
근무하는 병원의 본관 5층에는 분만실과 신생아실이 있다. 첫 딸과 둘째 아들도 그곳에서 태어났다. 7층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독립된 공간으로 존재한다. 가톨릭병원이라 원목신부와 수녀, 사회사업가, 자원봉사자 등이 팀을 이뤄, 말기 암환자의 임종을 돕는 호스피스가 특성화 되어 있다. 병원은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얼마 전 수녀님의 요청으로, (호스피스 환자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행사 때) 조용한 특송을 한 곡 불렀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조용한 캐롤과 산타의 선물이 주어졌지만 그들은 웃지 않는다. 웃을 수 있을 만큼 육체의 상태가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웃을 수 있는 상태라 해도 그들은 웃지 않는다. 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의 얼굴은 늘 굳어 있다. 살아있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 
 

(p176)‘죽음이 명함을 남겨놓고’간 다음 적절한 때,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에서, 참을 수 있을 만한 짧은 통증 속에서,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 것이 좋은 일이다. -나,구본형의 변화이야기- 

‘웃다가 죽다’ 스스로 재미니스트라 칭하는 조영남이 미리 작성해 놓은 묘비명처럼, 웃다가 죽으면 좋겠다. 개그우먼 김미화의 ‘웃기고 자빠졌네’ 는 직업의 정체성과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절묘하게 조합한 묘비명이다. 그들은 내공이 높은 사람들이다.  

웃다가 죽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살면서 웃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동물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다. 그러나 웃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오직 살아있는 인간만이 웃을 수 있다. 우리가 많이 웃어야 하는 이유다. 살아 있지만 죽어있는 사람 또한 웃는 것이 아니다. 켐벨이 말한 ‘살아있음의 경험’이란 아마도 그런 뜻이 아닐까? 자신의 길을 찾아 춤추며 가는 자만이, 살면서 진짜 웃을 수 있다. 웃음은 살아있는 사람의 특권이다. 

#
시간은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간다.
늘 주어지는 것으로 여기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늙어버린 몸으로 죽음의 시간을 맞이한다. 시간의 낭비는 삶을 낭비하는 것, 자신의 생명을 낭비하는 것이다. 

내가 여유 있거나, 재미있는 일을 할 때, 시간은 흐르는 것 조차 인식을 하지 못할 만큼, 더 없이 풍성하다. 일과 짜여진 스케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조급해 할수록 시간은 더욱 적어지고 마음 또한 좁아진다. 한없이 늘어났다가 한없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 시간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구본형 선생님의 말대로,‘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인생’이라면, 시간은‘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주어진 재료’다. 인생은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팀 로빈스가 주연하는 영화‘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은 감옥이라는 가장 닫힌 공간속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낸다. 자신의 꿈을 이룬 앤디가 40년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레드에게 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레드, 잊지 말아요. 희망은 좋은 거에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교도소의 벽을 뚫어버린 구멍은, 조각용 망치와 6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작품이었고,
그 세월은 하루의 시간이 쌓인 것이다. 

나에게 시간은 ‘잊지 말아야 할, 희망’ 같은 것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
유일함의 원천인 자신에게 투자하여, 세월이 자산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평범한 직장인에서 영웅의 세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잊지 말아야 할 희망’이 필요하다.
결국,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시간을 재배열 하여 이뤄지는 것이 인생이니까.

하고싶은 일이 있어도 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은, 다 이유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살다보면 힘들고 어두운 시간의 방문을 피할 도리가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원치 않는 시간들이 날 찾아와도
언젠가, 크게 웃으며, 살아있음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할 희망’을 위해서 오늘 역시
웃으며 살아가면 좋겠다.

 

 

IP *.34.22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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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1 04:43:39 *.106.7.10
웃음, 살아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말씀 깊이 공감합니다.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리는 하루하루가 되리라 다시금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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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3.01 18:25:46 *.124.89.207
배꼽빠져서 죽을 수도 있겠지요?
낮에는 산을 타고, 밤에는 가야금을 타고, 그 가야금 연주에 술먹을 사람 중
저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레드, 잊지 말아요. 희망은 좋은 거에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가슴에 미싱질을 해갖고 갑니다. 드르르르르르ㅡ....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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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2010.03.01 19:58:27 *.53.82.120
상상은 재미있다.

그러나 참으로 위험하죠. ^^
저도 바로 그 상상을 하다가
그렇게 혼자 실실 거리다가
문득
어! 못할 건 또 뭐야?라는 이름의 유탄에 맞아버렸습니다.
뭐 맞을 때가 되어 맞은 것이긴 하지만요..
일단 맞는 순간엔 죽을 것 같더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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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2010.03.01 21:40:29 *.204.162.28
살아있는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 
나에게 시간은 ‘잊지 말아야 할, 희망’ 같은 것이다.

시간의 신비를 풀 열쇠를 이미 갖고 계신 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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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3.02 03:17:49 *.83.68.7
한 병동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또 죽어가고.....
죽으면 그만인 세상 많이 웃으며 살아갈 이유인 것 같네요.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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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06 17:27:45 *.152.55.9
나에게 시간은 ‘잊지 말아야 할, 희망'....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기도 하지만...앞으로 펼쳐진 시간들이 있기에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겠죠?
그래서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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