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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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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9일 17시 03분 등록

2009년 7월 1일 저녁, 공덕역 공덕시장 안에 있는 족발집에는 사람이 가득했다. 시장 안에 있는 많은 족발집 중에서도 이 집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타고 사부님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사부님이 나를 이곳에 데려 오셨고, 그래서 이 집을 처음 알았다. 병곤 형과 <내 인생의 첫 책쓰기>를 쓸 때 출판 계약을 확정하고 축하하기 위해 찾은 곳도 이곳이었다. 우린 축배를 들며 서로를 축하했다. 그리고 오늘도 특별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10분 정도 기다려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족발 작은 것에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몇 분 안 되어 족발을 중심으로 순대국과 순대 등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아버지가 서툰 폼으로 소주병을 잡으셨다. 그리고 내게 한 잔 따라 주셨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받아보는 술이다. 이번에는 내가 반 잔 따라 드렸다. 역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따라드리는 술이다. 어색하게 술잔을 잡은 아버지와 건배를 했다. 마음으로 말했다. ‘아버지, 사랑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와 술을 마셨다. 아버지 반에 반잔, 나 2/3병. 아버지는 술을 전혀 못하신다. 아버지가 술을 받는 모습은 두세 번 봤지만, 실제로 마시는 걸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한 잔 더 주세요. 가득 주세요.”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여전히 낯설게 술을 따라 주셨다. 한 병도 채 마시지 않았는데 취기가 올라왔다. ‘왜 이러지?’

아버지와 10년 만에 처음 하는 외식이었다. 이렇게 단 둘이 밖에서 저녁을 먹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는 아주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음식이 조금 남았다. 아버지는 연신 남은 음식이 아깝다며 싸가지고 가자고 하셨다. 난 싸달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라며 말렸다. 바쁜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 싸달라고 했다가 타박 받고 싶지 않았다.

“이거 얼마지? 2만원인가?”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 제가 낼게요.” 내가 말했다. “실업자가 무슨 돈이 있어? 내가 내야지.” “저 있어요. 제가 낼게요.” 잠깐 옥신각신하다가 내가 계산했다. 밥값 2만원, 식사시간 1시간 20분. 그리고 이 식사를 하기까지 지나온 세월 10년. 내가 왜 소주 몇 잔에 취했는지 알았다. 부끄럽기 때문이고 죄송하기 때문이고 마음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나오니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버지 어깨를 두 손으로 잡았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 맛있죠?” “그래, 잘 먹었다. 너랑 단 둘이 이렇게 저녁을 먹은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처음 아닌가?” 아버지가 웃으셨다. “승완아 다음에는 내가 아는 집으로 가자. 그 집 고기 싸고 아주 맛있어. 그땐 내가 사야지.” 난 아버지 말씀에 미소 지었지만 울고 싶었다.

내 나이 34살, 적은 나이 아니지만 여전히 젊은 나이다. 아버지 나이 올해 68세, 많은 나이지만 여전히 늦은 나이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한 달에 한 번 아버지와 함께 하는 맛집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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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237.9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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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희
2010.06.09 17:24:38 *.219.138.90
승완아, 기억나니? 너와 네가 두번째로 만났던 어느 해 서울 송년모임 말이야?
아마 홍대 앞에서 였지. 그날 새벽까지 놀다 사부님을 보내 드리고 택시를 기다리며 잠시 서 있었잖아, 그때 네가 내 손을 꼭꼭 잡으며 '누나, 춥죠?하며 말했는데.
나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 그날 나는 네가 참 따스한 아이구나 생각했다.

너와 아버지에게도 잊지 못할 날이 되겠구나. 
너의 따뜻한 마음이 내 손을 데운 날처럼 훈훈했겠다.

'한달에 한번 맛집 탐방' 너무 좋은 생각이다.
아버님은 참 좋으시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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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6.09 18:43:55 *.219.168.123
완아, 나는 우리 변경연의 글쓰기가 다른 곳과의 차별성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을 의도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에 입각한 깨달음과 나아감. 내가 너무 감상적인가? ㅋㅋㅋ

잘했다. 장가 가려니 철부터 드네. 나도 다시 가볼까.^^ 푸하하.

그런데 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과 밥 같이 먹는 거. 가벼운 외식 말이다.
솔직히 고급 호텔 식사권이 있었는데, 두 분을 모시자니 추가 부담이 만만찮고 주워진 것으로만 해결하지니 한 분만 모시고 가야해서 그냥 친한 선배와 다녀왔었는데, 선배 역시 그렇게 말해주고 해서 조금 걸리고 찔리더라.
겉으로야 늘 안가시겠다고 손사래를 치시지만 어머니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내심 좋아하실 것이고, 아버지는 정년 퇴직 후 자주 못가시는 곳이 되었으니까 또 즐겨 하실 수 있었을 것이다.
팔순이 넘으신 분을 전철로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택시 타자고 하면 안 가신다고 하여 옥신각신. 사는 게 늘 그렇다. 말 꺼내는 것도 귀찮아져서 나간 김에 그냥 들렸다가 오게 되버리기 일쑤지. 나름 흔치 않은 기회인데 말야. 믿거라 하면서 실상 등한시 해버리고 마는 태도와 일상으로 흐르지.

단군 하면서 100억 벌 것이니까 지금 조금 어렵더라도 용돈 드려야겠다는 네 말. 그래 사부님 말씀 마따나 잘 실행하면 100억 더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마음 자세라면. 그치? 장가 가더라도 변치 마라.^^ 그리고100억 이상의 기회 꼭 만들기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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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9 21:01:15 *.119.66.95
사부님 글에 이어 정말 따스한 선배의 글...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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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
2010.06.09 22:47:20 *.109.61.147
따뜻하다...팍팍해지는 현실속에서 힘을 얻는다. 나도 아빠가 보고싶다. 나의 옹졸함때문에 한번도 따뜻하게 대해 드리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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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10.06.10 04:40:10 *.131.127.50

승완!
아버지 행복하셨겠다.
한 끼 식사가 아니라 잊혀지지 않을 사랑을 함께 먹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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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
2010.06.10 09:13:02 *.242.52.22
행복한 시간이었구나.
한 해 두 해 지날수록 내가 나이 먹는 것보다 아버지가 늙어 가시는 게 싫고 무섭다.
잘 해 드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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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0.06.10 23:43:27 *.154.234.32
공덕시장 족발집에 갔구나.
너랑 다시 가고 싶다.
무려 두달간의 금주 후에 기분좋게 마셨던 그 소주가 아직도 얼얼하다.

내일 우리 아버지가 칠순이다.
살가운 표현을 배우지도 못해 무거운 책임감만으로 살아오셨던 아버지.
못난 큰아들 자식자랑이 무엇보다 큰 낙이었던 아버지.
그 모습이 너무 쪽팔렸던 나.
..................
아직 내 맘 한 구석에 불편하고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이제는 그냥 당신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아들이 아버지와 화해한다는 것은 성숙의 지표다.
한달마다 맛있는 거 사드려라.
그 마음만으로도 아버지는 이미 배부르실거다.

오늘 이 밤, 네가 아버지처럼 보고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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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0.06.11 17:31:19 *.30.254.28
공덕시장의 족발집...참 맛나겠다..
68세의 아버지와 그 반인 34세의 아들...
부딪치는 술잔의 경쾌함...
나도 아버지에게 연락드려야겠다...
아...맛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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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yixiaozi98
2010.09.26 17:00:56 *.79.8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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