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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신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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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30일 19시 42분 등록

1. 만지작 만지작

 

전화기를 만지작 만지작..

그러다가 한숨만 휴---

세 번을 쉬고,

그래도 안 되면,

나가서 담배 한대 빨다가

달이 차서 눈에 서러우면

'지기미... 시부럴 것, 달은 왜 밝고 지랄이람.'

술 생각나도,

먹고 나면 더 할 것이 뻔한데

눌러도 대답 없을 줄 알면서도, 주머니 속

전화기만 만지막 만지작.

 

2. 방윈디요, 뭐...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사단에서 시내로 오는 버스가 오늘따라 밀린다

‘자유의 다리’라 부르던 고가다리를 넘으면서

차가 한 쪽으로 쏠린다.

아주머니 한 분이 주춤하더니만,

기어이 발을 밟고야 만다.

“에구 미안해, 총각”

“괜찮아요. 방윈디요 뭐...”

 

그의 군화에 발자국이 선명하다.

 

3. 팬지를 말한다

 

길거리엔 팬지가 가득하다

초라한 제비꽃으로는 성이 차질 않는다

더 크고

더 진하고

더 화려한

모습으로 팬지가 길거리에 가득하다

 

코를 올리고, 눈도 키우고

푹 파인 가슴, 잘룩한 허리, 짧은 치마

궁둥이를 한껏 들어 보이고

눈을 반쯤 감은 그녀들

빨간 입술을 바른 화장품 모델사진

고개 숙인 남성을 위한... 플랙카드

토요일 오후,

까페에도 팬지 꽃들이 가득하다

 

그런 그녀들에게 눈길 가는

내가 역겹다.

 

4. 그녀들의 수다

 

그 하찮은 못박는 일마저도 스스로 하지 못하는 것이 사랑이고, 행복이고, 결혼의 이유다.

혼자서는 밥도 못해먹는 불구자를 위해 밥지어 먹이는 것이 자랑이다.

벌건 대낮부터, 고상시런 커피 잔을 돌려가며... 그녀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5. 척하며 살기

 

바쁜 척을 잘한다는 그녀는

오늘도 괜찮은 척을 한다

울면서도 웃는 척을 한다

제법 잘 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약속에 쫓긴 척을 하며, 도망을 친다

좋아하면서도

아닌 척을 한다

날로 늘어간다

척하면 삼천리다

 

아무렴.

세상 살려면, 척을 잘해야지

그렇다고 나랑 웬수 척지고 살 일 있냐?

 

6. 냉정과 열정사이

 

뜨거운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오래가려면 차가워져야 한다

이 평범한 진리 속에서

찬물을 끼얹고,

냉수를 들이킨다.

속을 차려야 한다.

 

누구든 오래 살려거든

차가워져야 한다.

냉정冷情해야 한다.

 

아니다. 미지근해져야 한다.

가슴 뜨거운 사랑도 한 때다.

차가운 팥빙수도 녹아버리지 않던가

 

그치만 그대 아는가?

너무 뜨거워도

너무 차가워도

썩지 못하는 걸

부패하는 것은 결국 미지근해지는 것이란 걸.

IP *.154.5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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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6.30 19:43:22 *.154.57.140
금요일부터.. 담주 월요일까지 제주도 출장이어서, 매일 쓰고, 짓는 일이 어쩔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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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0.07.02 00:42:25 *.8.26.91
척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가는 걸 애써 억누르며 아닌척 관심없는 척 바쁜척...
내 외도에 대한 어느정도의 핑계거리를 부여하기 위한 척...
그 척이 괴로워 맨날 술..... 한심하네요 제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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