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써니
  • 조회 수 2682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0년 11월 23일 11시 52분 등록
                                                                             길을 잃었다



                                                                                                                박남준/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1 

  꽃이 핀다 젊은 날 흘러가겠지 흘러가서는 다시 돌아설 수 없는 어느 먼- 머언 나의 날이 아예 다 가도록 가서 꽃이 진다 바람이 분다 이윽고 떠나고 남는 일들은 생겨나서 눈먼 세상의 일들은 생겨나서 낮과 밤의 그 길을 달리했다


                      2

  다시 나는 흘러간다 오랜 날 오랜 날이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두 손을 꼽아 셀 수 있을까 셀 수 없는 날 이제 너는 너무 깊은 강 은빛 짙푸른 아 아 아득한 저편 아득한 강물


                      3

  들어보아 소용없어 귀를 막아도 저 부는 바람결에 들려 오는 나의 우울한 노래. 숲을 타고 달리던 새는 꿈같은 옛날이야 꿈이었나 나를 떠난 꿈이기를 제발, 벌건 햇살의 거리에 주저앉아 너에게로 가는 길을 구걸하는데 꿈이기를 제발, 엉금엉금 기는데 이제 소리치는데 악쓰는데


                      4  
 
  날 저물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굴뜩새들 보며 하나 둘 불 걸어 밝히는 별들의 하늘 우러렀다. 산다는 것이 흐르지 않는 적막의 강에 몸이 잠겨 어쩌면 이렇게도 젖어 가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세상으로 난 나의 창문은 칠흙 장마의 습기로 날 흐리고 비 뿌리는 구름 안개는 떠나지 않는다.


                      5

  무주공산에서 바다를 본다 섬들과 나는 섬들에 갇혀 있다 아니다 내가 가두어놓은 게다 이제 귀 기울이며 작은 별을 세던 여름밤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본다 푸르던 날들 너무 먼 길 그 까마득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분명 떠나오고 말은 게다


                      6

   으-으-나, 나를 버 버리지 말아아 제에바알 저 정말이야아 그러나 아무렇게나 내뱉고 버려도 새삭이 되고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나비가 아니어도 나무에 깃든 새가 아니어도 새들의 하늘 풀어놓는 바람 아니어도 그 바람으로 춤추는 너울 구름
아니어도 그 구름 넘고 넘는 고개고개 산과 산 그 산맥 아니어도


                      7

  산들은 모여 산맥을 이루었지만 네게 돌아가고 싶은 그 간절함이 더하면 더할수록 그만큼이나 나의 병은 무섭게 깊어 끝내 돌아갈 수 없으리라 흔들려 오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새들의 숲이 아니라 이를 수 없는 저 먼, 깃발로는 나부낄 수 없는 날들 흔들리지 않는 꿈이므로


                     8

  저토록 햇살은 투명할 수 있을까
  밤새 추위에 떨던 알록무늬 부전나비며 나나니벌 그리고 작은 작은 날벌레들 아직 살아 있었다는 듯 햇살을 감고 누비며 날아오르는 유영의 한가로운 늦가을 풍경을 비집고 들어오는 밀려오는 밀려와서는 두 눈에 이는 번지는 아련한 습기 그 투명한 슬픔들


                     9

  저 별 어딘가에도 새떼들 솟아올라서 꽃들은 피어나고 안타까운 사랑을 띄워보내는 이들 있겠다 저토록 날마다의 밤 불 걸어 밝히다니 사랑이라니 나의 별엔 비바람이다가 진눈깨비이다가 성긴 눈발 흩날리는데 펑펑 쏟아지는데 이제 그 눈길을 따라 가슴의 늙고 오랜 썩은 피를 쏟아낼 일이다


IP *.97.72.67

프로필 이미지
jordan retro 11
2011.08.16 15:30:27 *.58.103.198

jordan retro 11 White Black shoes can make you be the shiny star among your friends.<a href="http://www.airjordanretro11.net/">air jordan retro 11</a>,They feature a black and white upper, with a white midsole, and  fusion black outsole, which was a highly noticeable feature of the shoe.With the padded collar and tongue, your feet can feel very comfortable and cozy.<a href="http://www.airjordanretro11.net/">jordan 11</a>,Now you can buy jordan retro 11 shoes here since we sell them at the lowest price.Please don't miss the shoes.

 

프로필 이미지
wholesale new era hats
2011.08.16 15:32:03 *.58.103.198
There is clearly a great deal to understand about this.I think you created some beneficial factors in Features also.<a href="http://www.newerahatswholesaler.com/">new era hats</a>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60 [버스안 시 한편] 늙어 가는 아내에게 [1] 정야 2014.09.16 2671
859 화려한 70대 [4] 이수 2008.04.19 2673
858 나만의 북리뷰 #4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정승훈 2019.04.18 2673
857 -->[re]3 월의 주제 - 떠나야할 때와 남아야할 때 [1] 창공 2003.03.23 2675
856 -->[re]내언제 이런돈 써 봤던가 별★소녀 2003.05.27 2675
855 왜 이 노래가 갑자기 차고 올라오는지(2) [7] 병곤 2011.01.28 2676
854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만... [6] 백산 2011.08.22 2676
853 성북동 옛집 탐방기 [5] 정경빈 2006.06.05 2677
852 [영원의 시 한편] 사랑을 지켜가는 아름다운 간격 정야 2015.01.10 2677
851 도서 구입의 당위에 대해서 조언을 구합니다. 가을하늘 2003.04.10 2678
850 군고구마 굽는 청년 - 정호승 [2] 햇빛처럼 2010.12.10 2678
849 어쩌면 또 만날까? [2] 썽이리 2008.07.23 2681
848 2. 나에게 철학이란 무엇인가? (노미선) [5] 별빛 2010.02.20 2682
847 오프라인수업청강숙제1-<나의신화쓰기-소피와 '마르지 않는 만년필'> [8] 청강 경수기 2010.05.11 2682
» 길을 잃었다/ 박남준 [2] 써니 2010.11.23 2682
845 인재를 만드는 하루 2시간 - 러닝머신과 책읽기 박노진 2005.11.11 2684
844 일과 공부는 별개가 이니다 [13] 백산 2009.03.11 2685
843 나만의 북리뷰 #5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김정은. 유형선 정승훈 2019.05.01 2686
842 -->[re]도서 구입의 당위에 대해서 조언을 구합니다. J 2003.04.19 2687
841 [14]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두 가지 역할 홍승완 2005.08.30 2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