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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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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0일 20시 59분 등록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 전날이면 늘 하던 생각이 있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아... 세상이 끝나버렸으면...’ 어디까지나 바람은 바람일 뿐 내일이 오지 않는 일도 세상이 끝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얘들을 보면 벼락치기도 잘 하는 것 같은데 난 왜 그것도 안 되는 걸까?’ 그 당시의 나는 좀 더 노력하지 않는 나를 탓하긴 보단 잔머리 굴리는데 재주 없는, 초치기 할 만한 센스를 가지지 못한 나를 더 많이 아쉬워했던 거 같다. 대부분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많은 것이 내 손에 쥐어지기를...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것을 그 후로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면 좋을까에 대해 한참 고민하던 대학시절에도 머릿속으로만 끊임없이 고민하던 끝에 내린 생각이라는 게 차라리 누가 나를 어느 길목 위에 세워놓고 여기가 너의 길이니 이 길만 따라가면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시절에는 뭔가 새로운 경험을 실천해 본다는 게 참 두려웠다. 그 어느 일이든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사실 조차도 나에게는 인지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저 “딱 이거야, 이게 정답이야.” 하는 것이 내 앞에 주어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어느 순간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무엇보다 먼저 흥미 있어 보이는 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많은 고민 없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들은 그 만큼 빨리 흥미가 떨어졌고,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 과정들이 반복되다 보니 도대체 나란 존재는 어쩌자고 이러고 살고 있나 하는 자학모드와 함께 무기력이 빠지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나를 이해하기가 힘들었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이고, 왜 그렇게 주눅 들어 있는지,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었다.
그 때에도 여전히 난 가만히 앉아서 누군가 손 내밀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나를 이끌어 줄 구원의 손길을 말이다. 이게 아니라면 내 머리를 쾅하게 울려 줄 어떤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 때쯤이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뭔가를 진득하게 오래 하지 못하는 것은 싫증을 잘 내는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빨리 결과물을 내어서 내 손에 쥐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뭔가를 빨리빨리 해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남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나를 돌보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나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느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한 채 제대로 방향성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었던 내가 보였다. 내 안의 에너지가 제대로 쓰이지 못하니 무기력감을 느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먼저 내가 처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던 이 모든 상황은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탓할만한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중·고등학교 시절처럼 시간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기만을 가만히 앉아서 바라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은 나를 만나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꾸미지 않은 나를,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포장하지 않은 나를 만나고, 다른 이들이 말해줘도 인정하지 않았던 장점을 보기 시작했다. 나에게도 장점이 있다는 생각이 마음으로 전해지자 뭔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고, 그 작은 행동들 안에서 때로는 생생히 살아있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도 타인의 시선에 연연해하지도 않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시작하는 것은 현재를 충실히 살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 테고 그것은 타인의 잣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기 위한 그 시작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하여 현재를 온전히 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 바로 새로 태어나는 순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내가 존재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순간들이 하루하루 이어진다면 다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며 시간을 죽이지 않으리라...... 그리고 당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있어도 문을 열릴 것이라는 캠벨의 말처럼 종국에는 나를 이끌어 줄 보이지 않는 손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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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ell
2011.03.02 17:49:06 *.40.150.157
Life is movement, movement requires good equipment, a pair is air max essential to protect your feet, the movement will be better, if you select the feet will not hurt, if you have air jordan, you can let your Exercise to get better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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