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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4일 09시 53분 등록


                                                  바닥에 있을 때


                                                                                                                                  박노해



모래바람 치는 다르푸르 난민촌에서
다섯 살 아이가 땅바닥에 앉아서
돌멩이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총칼이 아닌 꽃을
폭탄이 아닌 빵을
탱크가 아닌 소를


집과 마을이 불타고
가족과 이웃이 학살당한 고향에서
붉은 피를 철벅이며 걸어나온 아이


아이는 지금 꽃과 빵과 소와
오렌지나무와 동무와 엄마아빠와
풀로 엮은 고향 집을 그리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모든 걸 다 잃고
봐서는 안 될 모든 걸 다 봐버린
다르푸르 난민촌의 다섯 살 아이가
더는 떨어질 곳 없는 밑바닥에 앉아
자신이 생을 바쳐 피워내야 할
그리움을 그리고 있었다


가장 바닥에 있을 때
그 바닥에 그려내는 것이
이미 이루어질 미래라는 듯이


아이는 세계의 가장 추악한 바닥에 앉아
가장 순결한 소망을 그리고 있었다




IP *.97.7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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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언
2011.03.24 10:48:10 *.157.60.6
아......... 눈앞에 갑자기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꾀죄죄하고 앙상한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좋은 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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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1.03.24 16:51:59 *.97.72.141
선비 언!
숙녀 티가 물씬, 예비 다음 타자(?)의 얼굴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오.
올 여름 하계연수여행 한 번 더 같이 가야잖을까? 언니처럼 일하며 일가를 이루게 되면 시간 맞추기 어렵거덩. 생각해 보세~ ^^ 

바닥 체험 아직 모르지?


가장 바닥에 있을 때
그 바닥에 그려내는 것이
이미 이루어질 미래라는 듯이


아이는 세계의 가장 추악한 바닥에 앉아
가장 순결한 소망을 그리고 있었다


내면의 솔직함과 맞닥뜨리며 구체적 절실함과 내가 처한 객관적 현주소를 알게하는 때의 바닥에서의 그림이
이미 이루어질 미래가 되더라는 체험을 겪고난 지라 소녀와 꼭 같은 환경은 아니라도 나름의 이해를 하게 되더라고.

요즘, 아침에 시집을 쫙 펼치고는 펴진 쪽의 시를 읽으며 의미를 새겨보곤 한다우. ㅋㅋ  해봐, 괜찮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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