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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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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6일 07시 45분 등록

나는 앞으로 7권의 책을 읽고 올리겠다. 이것은 단군의 후예 300일+ (100일 동안)에 올린 나의 미션이다.
그 첫번째가 이 책이다.


국가처럼 보기 / 제임스 C. 스콧 / 전상인 역 / 에코리브르

이런 책은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마음의 준비란 이 책을 어떤 입장에서 읽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보수와 진보, 주류와 비주류, 권력과 탈권력. 주로 이런 상대적 개념들은 하나의 사실을 두 가지 이상의 사실로 만들어 내는 힘이 있다.

진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권력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권력은 진리보다 강력하게 행사되어 왔다. 그래서 이런 책은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을 바탕으로 읽기보다 차라리 어느 한 편에 치우쳐 읽으면 지루함을 줄일 수 있다. 즉 통치 권력자의 입장을 선택하거나 피통치자의 입장을 설정하고 읽어보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피통치자의 입장에서 읽었다.

국가처럼 보기. 이 책의 핵심어는 두 개다. ‘가독성’과 ‘권력적 하이 모더니즘’이 그것이다. 통치와 비통치, 질서와 무질서, 맑음과 흐림,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힘으로 제어하지 못한다.

가독성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통치자의 피통치자에 대한 감시 능력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통치자의 실패한 권력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국가는 무엇으로 통치하는가? 어떻게 통치하는가? 국가는 사람과 자연으로 구성된다. 중세부터 발달된 통치 기술에서는 사람을 통치하기 위하여 자연을 먼저 통치하라 귀띔한다. 그것은 시민들의 삶이 전반적으로 자연에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자원화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관리하면 자연스럽게 시민의 통제와 통치가 가능해진다. 이것이 현대로 와서는 국민들 모두가 인적자원이 되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삼림의 관리, 각종 도량형의 통일, 토지의 활용과 소유의 제도화, 성씨의 관리, 토지 구획, 표준어, 도시 설계, 교통의 체계화 등은 권력의 통치기법들이 숨어 있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농업과 목축이 생업인 시대에 삼림 관측 기술의 일체화는 세금을 거두어들이는데 아주 중요한 기술적 권력이 된다. 이것은 일종의 메커니즘의 원리인데 즉, 산에서 주민들은 땔감(연료)을 얻고, 목축을 하고, 틈틈이 열매(식량)를 거두고, 나무에서 생활의 유용한 도구를 얻게 된다. 이것은 삼림을 파악하고 관리함으로써 파악(측정)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삼림을 관리하는 것은 삼림경작권, 방목권, 토지이용권 등으로 어느 정도 마을 주민들의 삶을 예측하고 통제가 가능해진다.

삼림관리보다 보다 직접적인 통치는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다. 생활의 도구들을 일체화 시키는 것, 즉 단위를 일체화하고 측정도구(부피 : 되, 말, 무게 : 근, 관, 길이 : 자, 리, 등)를 단일화하는 것으로 주민들의 생활은 통제 가능하다. 권력의 통치는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었다. 그리고 좀 더 직접적인 방법이 등장한다.

성씨를 관리하고 표준어를 통해서 방언을 분류하면 이방인의 관리도 가능해진다. 지역의 특성에 돌출되는 외지인들의 행동과 언어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도 토착민들의 감시와 통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자연의 관리에서 국민의 통치로 기술은 발전한다. 이때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의도와 목적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그러한 것들 속에 숨기는가의 문제이다. 미관, 편리성 등을 전면에 부각시키되 그 이면에 통치의 용이성을 숨기는 기술.

이 책에선 일체화, 표준화가 갖는 치명적인 단점을 설명한다. 산업화와 함께 등장한 하이 모더니즘은 시민들의 시민권, 평등권, 그리고 삶의 질(문화, 교육, 주거 등)을 향상시킨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모든 것은 발전하고 변한다. 그런 하이 모더니즘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권위주의적으로 변하여 ‘권력적 하이 모더니즘’이 되면서 통치는 용이해지지만 시민들은 약해져 간다.

소련의 집단농장, 탄자니아 우자마아의 강제 촌락계획, 브라질리아의 도시계획, 미국의 대규모 농장 등의 예를 들며 도시를 일체화했을 때 국민의 삶을 단순해지고 약해진다고 저자는 역설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하여 선의로 시작된 도시계획이라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의 부산물로 인해 결국 실패한 계획으로 끝나게 된 사례들을 통하여 우리는 교훈삼아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시대에 걸쳐 (관료를 포함한) 수많은 계층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적 산물이라는 점에서 ‘깊은’ 또는 ‘두꺼운’ 도시라고 불리곤 한다. (중략) 하나의 제도로서 관습법이 장수하는 이유는 그것이 법적 규칙의 최종판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을 맞이해 지속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약간의 포괄적 원칙을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책을 읽고 가슴에 남은 문장이다.

저자는 두 가지를 설명한다. 하나는 ‘다양성’이고 또 하나는 ‘인류의 전통적인 지식’을 무시하지 않기를 부탁하고 있다. 일체화가 갖는 단점은 무엇인가? “단일한 수종만 자라는 숲처럼, 단일용도 구역 역시 비록 처음에는 경제 붐을 탈지 모르나 위기 국면에서는 특히 취약하다” 하나의 품종은 하나의 바이러스에 의해서도 전멸할 수밖에 없다. 농작물도 다품종일 때 전염병에 대하여 저항력이 높아진다. 다양한 품종이 섞여 있는 토양이 건강하다. 집단화는 간단한 사고에도 대규모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수 초간의 자연재해로부터 거대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피하지 못한다. 저자가 거론한 도시의 예들에서, 삶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집단화와 획일화는 실패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인류의 전통이 보전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또한 다양성에서 파생되는데 결국 다양할수록 인류는 두꺼워지고 건강해진다. 편의와 효율에 우선하여 전통은 부수어져야 하는가? 혼재 할 수는 없는가. 영화 ‘미션’은 전통을 지키려 했던 한 부족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 속에서 혼재의 가능성보다 권력의 작용만을 확인하였다. 이 책에서 시민(약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집단화되고 일체화된 도시에서 삶의 저항성을 잃어가는 시민들을 보는 것이다. 삶의 가치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수록 건강해진다. 이미 그 속에 다양한 고유의 삶의 방식과 신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어떤가? 몇 개의 대형 할인마트로 삶은 단순화되었고, 몇 개의 대기업이 지배하는 경제 통치하에서 자유로운 국민은 얼마나 되는가? 그것은 이미 권력적이다. 신도시 건설로 편리해진 생활은 긍정적이라고 하겠으나 ‘정말로 편해진 것인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삶을 의도적으로 집단화, 일체화하는 것은 결국 도시를 황폐하게 만드는 일이다. 예측가능하면 패할 수 밖에 없다. 작은 것으로도 큰 손실이 발생한다. 그리고 삶이 약해진다. 이러한 것들을 최소화하는 것은 도시에 자유로움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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