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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3일 01시 59분 등록

무엇을 깨닫는가?

  한 중년 부인이 열심히 절에 가서 열심히 기도를 했다. 백일을 채우기 위해 꼭두 새벽에 일어나 법당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열심히 기도를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5백 번씩 절을 하면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을 열심히 외우며 기도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참 기도중인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여인은 기도에 방해 될 거라는 생각에 문을 열어 주지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절을 하며 기도를 했다. 그런데 바깥 쪽에 있는 누군가가 계속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이름까지 불러가면서 ‘누구누구 보살님 , 누구누구 보살님’ ...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화가 난 여인이 절을 멈추고 문을 열면서 바깥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왜 나를 그렇게 불러요, 문도 잠겨있고 대답도 없는데 멈추지 않고 왜 그렇게 저를 부르세요?”
그러자 밖에서 이름을 부르던 사람이 대답했다.
“그런 당신은 왜 멈추지 않고 나를 부르고 있지?”

  상담을 하던 그녀가 내게 이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자신은 끝없이 기도만 하고 있는 사람들이 싫다고 했다.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정녕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저는 진실로 중요한 마음이 빠진 기도를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백일을 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말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 그렇죠, 백일동안 정성을 들여서 기도하는 형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죠!”
“그럼요,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려야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하지만 묻고 싶은게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진실한 마음으로 하는 기도입니까?그녀는 정성들여 기도하지 않은 건가요?”
“그러니까 ,... ” 그렇게 그녀가 머뭇거리자..
내가 말했다.
“그녀가 그렇게 기도를 열심히 하고 그러는 동안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깨달음을 주지 않았을까요?”
그녀는 생각을 더듬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
“아 ..네~에... 그렇군요 ”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라는 설법으로 유명하신 오래 전에 돌아가신 성철 스님은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법당에 가서 천배를 하고 오게 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아마도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확인해 보려는 것일 것이다. 그저 막연하게 뭔가를 얻고자하는 하는 사람들에게 준비를 하게 했다고 생각된다.

깨달음이란 생각의 논리나 단계를 거쳐 이르는 것이 아니다. 그냥 어느 한 순간에 확 다가와 전면적으로 의식이 전환되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했던 생각과 깨달음 자체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 즉 깨닫기 위한 생각과 기도같은 것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한 노력과 태도가 어느 순간에 깨달음을 얻게 해 주는 것이다. 즉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것이다. 깊은 정성과 노력의 과정이 어느 순간 머리 속을 비춰주는 훤한 불빛을 불러 들이는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말하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도 그렇게 온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유명한 광고 전문가의 이야기가 자신의 아이디어는 그저 일상의 평범한 하루를 주시하면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렇게 그도 창조적인 생각을 위해 단계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과 주어진 세계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어느 순간에 통찰을 얻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백일기도를 하고 새벽 기도를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해서 반드시 축복을 받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도 아니다. 더 나은 깨달음을 위한 올바른 뜻과 태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아야 될 일이 있다.

기도와 훈련을 충실히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축복이 있어도 축복인지도 모르며, 극한 상황과 마주쳤을 때 극복하고 성취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생각과 훈련을 통해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습과 교육이 발달한 오늘 날, 사람들은 지나치게 효율성과 안전을 추구하며 완전한 생각과 충분한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꿈을 향해서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또 다른 생각과 준비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정작 실제로 필요한 행동과 도전은 하지 못한다.

 생각은 늘 자신의 과거의 경험과 기억을, 그리고 간접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그렇게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은 행동하지 않는 한 그것이 아무리 좋고 새로운 생각이라도 무의미하다. 그리고 충분한 생각도 완전한 훈련계획도 없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결과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에 대해  어떻게 그것이 완전한 것인지 알 수 있단 말인가? 행동으로 옮기고 시도하면서 끊임없이 수정해 나아가는 과정만이 성과라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으며 완벽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생각과 계획이 완성되는 것이다.

생각 없는 행동은 위험하다 그러나 행동 없는 생각이란 무의미한 것이다. 균형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균형이란 행동하지 않고는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놓고 나와 상담자의 깨달음이 다른 것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가 전해 주는 것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통해서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야기는 의도하는 것을 전할 뿐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그 순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것은 그녀가 내게 이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도 즉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창조적인 코칭의 한 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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