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2010년 5월 25일 12시 32분 등록


#
카페는 골목에 있다. 골목에 있어야 한다. 가게까지 찾아가는 재미를 주고, 카페지기와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고, 무엇보다 별다방과 이기는 게임을 위해서도 동네 골목길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그 곳에 있어야 한다. 카페 커피한잔은 배화여대를 오르는 호젓한 길, 사직로의 번잡함이 사라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동네 사람과 학생들이 대부분인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이미 가게 근처는 커피 볶는 냄새로 가득하다. 봄날을 시샘하는 차가운 빗줄기 속에 만나는 커피향의 부드러움. 빗 속에 볶아대는 커피 냄새의 은은함이 오히려 강렬하다.

P5244024 copy.jpg



# 드르륵 문을 옆으로 밀자 빡빡한 실내가 코 앞으로 다가선다. 테이블 2, 빼곡히 벽을 둘러싼 LP, 연달아 허연 연기를 환풍구로 뿜어내는 커피 볶는 기계, 그리고 잡동사니 같기도 하고 골동품 같기도 한 물건들로 실내는 이미 초만원사례. 가게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미안스러울 정도로 좁디 좁은 그 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그곳을 둘러보는 데는 오히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찾아도 찾아도 추억을 만들어내는 꺼리가 꼭꼭 숨어있다. 혼자 웃고, 자기만의 상상 속에 빠져들기에 충분할 만큼의 이야기 보따리를 여기저기 묻어둔 듯하다.

P5244023 copy.jpg

커피한잔_02 copy.jpg


 
# 주인이 직접 내린 커피는 아주 맛있었다. 이형춘 사장에게 카페는 무엇보다 사람인 듯하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일행에게 슬며시 다가와 금새 자기 주파수를 맞추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스스럼이 쏟아내는 솜씨가 자연스럽다. 커피는 사람들과 마셔야 맛있다는 그는 모델 활동, 연극, 와인바 운영, 그리고 계동의 커피한잔에 이어 지난해 문을 연 이곳 사직동에까지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의 모험가라 말하지만, 듣는 우리에게 그는 한없이 부러운 낭만주의자이다. 서울서 제일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계동 옥탑방에서 고양이 세마리와 사랑하는 짝궁이 함께 살고 있으니 남 부럽지 않아 보인다.

 

# 커피 만드는 사람 마음가짐에 따라 그 맛이 그때그때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늘 맛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단다. 커피를 볶고, 내리고, 주문 받고, 음악 바꾸고, 전화 받고, 꽃 모종 달라는 동네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선풍기 덮개로 조명 만들고, 계란판으로 야외 조명탑 올리고, 직접 만든 커피 기계와 인근 공사판에서 주어와 마룻바닥을 설치해내는 섬세한 손재주와 물건의 쓰임을 바로 알고 있는 그는 분명 재간꾼이다. 문방구를 개조해 그럴싸한 커피 가게를 만든 그는 맛있는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카페를 모두의 카페, 당신만의 카페로 내어줄 줄 아는 카페지기다. 홀짝홀짝, 커피잔을 핥으며 내려놓자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 내놓은 앗쌀라 짜이(?)라는 인도 커피는 다시 한번의 크라이막스. 커피 한잔이 만들어내는 앗쌀한 힘을 만날 수 있었다. ‘나 만의 그 곳’. 이런 곳이 우리 동네에도 한 곳쯤 있었으면 좋겠다.


커피한잔_01 copy.jpg
 

* 찾아가는 길 : 경복궁역 1번 출구. 직진. 배화여대 가는길에서 50m 우측
* 전화번호 : 02-764-6621


IP *.149.8.82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10.05.25 12:47:26 *.36.210.2
어여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징~ ^-^*
프로필 이미지
바람처럼~
2010.05.25 13:22:39 *.149.8.82
단군이 일기에 멋지게 적으셨데 ^^
이곳에도 올려주라~
프로필 이미지
윤태희
2010.05.25 16:19:13 *.219.138.90
오래된 브라운색의 샤시문이 인상적이예요.
 '상상초월 카페' 마치 이것이 카페다하고 말을 하는듯 해요.
멋진데요. 문방구가 카페로 변신을 하다니?
우리가 그동안 한 카탐을 무색케 하는 곳이네요.

오빠도 옥탑방에다 카페간판을 거는 건 어때요.........
'혼자 커피 먹기 싫은 사람 모여라' ~~
프로필 이미지
바람처럼~
2010.05.25 16:35:00 *.149.8.82
동시에 서로 댓글 달았네. 재밌다.
생각같아서는 지금 사는 곳을 죄다 카페로 만들고 싶어...
어제도 그런 '낙서'를 했었지.

"혼자 커피 먹기 싫은 사람 모여라"...
옥탑방 카페 간판 멋있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꿈의 직업 프로젝트 - 창조놀이 [14] 부지깽이 2009.10.19 23770
114 나비의 카페이야기- 다시 찾은 커피나무 file [2] 윤태희 2010.05.29 3549
113 나비의 카페이야기- 영상 갤러리 카페 file [1] 윤태희 2010.05.28 3231
112 [까탐] 공간 만들기 5 ... 우리 동네 카페 file [4] 바람처럼~ 2010.05.28 4308
111 써니의 단군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카페 탐방 일지 file [8] 써니 2010.05.26 4153
110 써니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카페 칼럼/ 카페는 추억이다! 써니 2010.05.26 3277
109 나비의 카페이야기- 바닷가 그 집[3] file [6] 윤태희 2010.05.25 3405
108 나비의 카페이야기- 바닷가 그 집[2] file [2] 윤태희 2010.05.25 3249
107 나비의 카페이야기- 바닷가 그 집[1] file [2] 윤태희 2010.05.25 3687
» [까탐] 공간 만들기 4 ... 카페를 여는 이유 file [4] 바람처럼~ 2010.05.25 4362
105 수희향님! [7] [2] 해와 달 2010.05.23 3235
104 단군프로젝트 - 출사표에 담을 6가지 항목 file 한정화 2010.05.23 3159
103 써니의 까탐 칼럼/ 떨림의 카페, 유치幼稚 8잔상 써니 2010.05.20 3277
102 <단군의 후예들: 출정의 북을 올리며..> [27] 수희향 2010.05.20 3373
101 나비의 카페이야기-백년어 서원 file [5] [3] 윤태희 2010.05.20 4008
100 부산부족 첫모임 후기 file [9] 지금 2010.05.19 3431
99 [까탐] 공간 만들기 3 ... 카페를 찾는 여행 file [1] [13] 바람처럼~ 2010.05.19 5962
98 나비의 카페이야기-진리를 말하지 않고 함께 걸어 갈 동무들의 공간. [1] 윤태희 2010.05.19 3329
97 <단군의 후예들: 최종참가자 및 향후진행> file [33] 수희향 2010.05.18 3148
96 단군의 후예들 첫번째 모임 file [12] 한정화 2010.05.18 3338
95 [까탐] 모임 후기...내가 만드는 카페 1 file [6] 바람처럼~ 2010.05.18 4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