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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골목에 있다. 골목에 있어야 한다. 가게까지 찾아가는 재미를 주고, 카페지기와 허물없이 이야기 나누고, 무엇보다 ‘별다방’과 이기는 게임을 위해서도 동네 골목길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그 곳에 있어야 한다. 카페 ‘커피한잔’ 은 배화여대를 오르는 호젓한 길, 사직로의 번잡함이 사라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동네 사람과 학생들이 대부분인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다. 이미 가게 근처는 커피 볶는 냄새로 가득하다. 봄날을 시샘하는 차가운 빗줄기 속에 만나는 커피향의 부드러움. 빗 속에 볶아대는 커피 냄새의 은은함이 오히려 강렬하다.
![P5244024 copy.jpg P5244024 copy.jpg](http://bhgoo.com/2011/files/attach/images/233518/065/288/P5244024%20copy.jpg)
# 드르륵 문을 옆으로 밀자 빡빡한 실내가 코 앞으로 다가선다. 테이블 2개, 빼곡히 벽을 둘러싼 LP판, 연달아 허연 연기를 환풍구로 뿜어내는 커피 볶는 기계, 그리고 잡동사니 같기도 하고 골동품 같기도 한 물건들로 실내는 이미 초만원사례. 가게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미안스러울 정도로 좁디 좁은 그 곳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그곳을 둘러보는 데는 오히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찾아도 찾아도 ‘추억’을 만들어내는 ‘꺼리’가 꼭꼭 숨어있다. 혼자 웃고, 자기만의 상상 속에 빠져들기에 충분할 만큼의 이야기 보따리를 여기저기 묻어둔 듯하다.
![P5244023 copy.jpg P5244023 copy.jpg](http://bhgoo.com/2011/files/attach/images/233518/065/288/P5244023%20copy.jpg)
![커피한잔_02 copy.jpg 커피한잔_02 copy.jpg](http://bhgoo.com/2011/files/attach/images/233518/065/288/커피한잔_02%20copy.jpg)
# 주인이 직접 내린 커피는 아주 맛있었다. 이형춘 사장에게 카페는 무엇보다 사람인 듯하다.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일행에게 슬며시 다가와 금새 자기 주파수를 맞추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스스럼이 쏟아내는 솜씨가 자연스럽다. 커피는 사람들과 마셔야 맛있다는 그는 모델 활동, 연극, 와인바 운영, 그리고 계동의 커피한잔에 이어 지난해 문을 연 이곳 사직동에까지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의 모험가라 말하지만, 듣는 우리에게 그는 한없이 부러운 낭만주의자이다. 서울서 제일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는 계동 옥탑방에서 고양이 세마리와 사랑하는 ‘짝궁’이 함께 살고 있으니 남 부럽지 않아 보인다.
# 커피 만드는 사람 마음가짐에 따라 그 맛이 그때그때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늘 ‘맛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단다. 커피를 볶고, 내리고, 주문 받고, 음악 바꾸고, 전화 받고, 꽃 모종 달라는 동네 사람과 이야기하고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선풍기 덮개로 조명 만들고, 계란판으로 야외 조명탑 올리고, 직접 만든 커피 기계와 인근 공사판에서 주어와 마룻바닥을 설치해내는 섬세한 손재주와 물건의 쓰임을 바로 알고 있는 그는 분명 재간꾼이다. 문방구를 개조해 그럴싸한 커피 가게를 만든 그는 맛있는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카페를 모두의 카페, 당신만의 카페로 내어줄 줄 아는 카페지기다. 홀짝홀짝, 커피잔을 핥으며 내려놓자 주방에서 뚝딱 만들어 내놓은 ‘앗쌀라 짜이(?)’라는 인도 커피는 다시 한번의 크라이막스. 커피 한잔이 만들어내는 앗쌀한 힘을 만날 수 있었다. ‘나 만의 그 곳’. 이런 곳이 우리 동네에도 한 곳쯤 있었으면 좋겠다.
![커피한잔_01 copy.jpg 커피한잔_01 copy.jpg](http://bhgoo.com/2011/files/attach/images/233518/065/288/커피한잔_01%20copy.jpg)
* 찾아가는 길 : 경복궁역 1번 출구. 직진. 배화여대 가는길에서 50m 우측
* 전화번호 : 02-764-6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