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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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새벽, 나를 잊는 시간들…>
배경 스토리
2008년까지 내 삶의 키워드는 삭막함과 공허, 두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방황의 끝에서, 그 해 11월 처음 산사수행이란 걸 시작했고, 그래서였는지 지인을 통해 우연히 연구소 꿈벗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12월 꿈벗을 다녀와 2009년 1월부터 평생 처음 “나”를 마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운명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늘도 내가 불쌍하셨던걸까..
연구원에 합격하였다. 세상에 태어나 내 힘으로 이룬 일 중 가장 사랑스러운 성취였다.
그리고 작년 한 해. 참으로 모질게 내 안을 헤집고 다녔다.
연구원 시작 후 한 달 만에 직장을 그만 두었다. 미치도록 빠져들고 싶었다. 미치도록 내 안을 파고 들어가, 거기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누가 있는지 스스로 느끼고 발견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했고, 난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을 선택했다.
아팠다. 내 안을 파고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힘든 일은 늘 외부로만 원인을 돌렸던 수많은 일들이 결국 다 나에 의한, 내 안에 원인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통곡을 할 만큼 서러웠던 시간들도 내 욕망의 또 다른 표현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난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다.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하기도 하고.
미칠 것처럼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사부님께서 찰스 핸디와 함께 변화 사상가로서 꼭 접해봐야 할 또 하나의 저자로 꼽는 윌리엄 브리지스는
“내면이 변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현실에서의 삶을 변환시킬 수 없다”라고 말한다.
죽음 편지를 쓸 때 내 안에서 가장 강렬하게 터져 나온 말은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습니다.
다만, 살아도 죽은 것과 같은 삶을 살았던 지난 날이 못 견디게 후회될 뿐입니다”였다.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아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렇게 폭풍처럼 2009년을 보냈다.
그러니까 2009년 내 삶의 키워드는 처절함을 동반한 “자아찾기” 혹은 “내면탐험”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자아”를 찾고, “천복”을 찾으면, 내 일상이 그 순간부터 변할까..?
그런 기적은 없다. 반대로 어쩌면 그 때부터 진정한 삶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아찾기” 혹은 “천복찾기”가 철저히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작업이라면,
“천복수련”은 철저히 현실적이고 실행적인 일이다.
드디어 하루 2시간씩 일상에서 수련을 행할 때가 온 것이다.
그 시작으로 2010년 초 연구소 웹진인 “Change 2010”을 기획했다. 글쟁이와 함께 꿈꾸는 문화기획자로서의 첫 걸음을 세상에 떼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반대에 부딪혔다.
그 순간 세상 경계를 뛰어넘으라던 니체의 말이 떠올랐다. 작년 가을, 연구원을 통해 처음 만난 니체는 내게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일깨워주었다.
웹진 기획단계부터 단군 200일차 진행까지 나는 끊임없이 저 만치 앞에서 세상 모든 굴레를 벗어 던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춤추듯 걸어가며 나를 쏘아보는 니체를 보았다. 광채나는 그 눈빛은 내게 묻고 있었다.
“그대, 아직도 세상 경계에서 자유롭지 못한가..”
그리고 지난 9월 3일.
그 날은 또 하나의 끝이요 시작이었다.
단군 100일차가 막을 내리고, 200일차가 조용히 장막을 올리던 그 날.
가을 여정을 출발하기에 앞서
우주의 한 줄기 바람을 타고 내 앞에 떨어진 단어는 “세상 끌어안기”였다.
내 삶이 그렇게 흐른다..
삭막하고 공허했던 삶이, 자아를 찾아 천복을 찾아 헤매고 또 헤매이다,
내 안에서 무언가를 찾고 두려움에 떨며 세상 장벽을 뛰어넘자,
이제 뛰어넘은 그 세상을 끌어안으라 한다..
그러면 슬픔도 서러움도 전부 잔잔한 기쁨이 되어 조용히 흐를 것이라고…
“인간은 우주의 인드라망 속에서 얼키고 설킨 보석 같은 존재들이므로,
서로서로의 상호 관계 속에서만 그 빛을 발하는 존재”라는 카프라의 말이 귓가에서 멤돈다..
어쩌면 내 삶은 2008년 11월 첫 산사수행을 시작하면서 우주의 거대한 흐름에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하며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 그 순환궤도에 흐름을 맞춰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2010년 이 가을, 이제 난 자아를 내려 놓고 싶다.
엄격히 말하면, 자아 속의 “에고”를 버리고 싶다.
지난 100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겨우 새벽기상을 습관화들인 정도라고나 할까…
가을과 겨울. 깊어지는 계절과 함께 나도 깊어지고 싶다.
단 하나의 수련만을 목표로 삼고, 서서히 그러나 깊이 빠져들고 싶다. 나를 잊을 때까지..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깊이, 아주 깊이 침잠하고 싶다.
나를 내려 놓을 수 있는 그 경계까지.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나를 잊을 수 있는 그 경계까지 말이다..
지난 9월 3일, 단군 1기 100일 파티에서 스승님은 이런 말씀을 주셨다:
“한 사람의 삶 속에는 전 인류의 삶이 축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어. 그래서 한 사람이 차곡차곡 자신의 삶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눌려있던 파일들이 혹은 책장이 화르륵 펼쳐지듯이 삶이 펼쳐지는 그런 순간이 오지. 마치 온 우주가 힘을 다해 그대들을 돕는 것과 같은 그런 순간 말이야. 그러니까 그대들도 새벽 수련을 통해 살면서 꼭 한 번 그런 경험을 해보기를 바래.. 그대들이 삶이 활짝 펼쳐지는 그런 순간 말이야.”
그 순간 내 눈앞에는 꼭 눌려있던 파일이 혹은 책장이 화르륵 펼쳐지면서 그 사이를 꽃잎과 나비들이 날아 오르는 장면들이 보였다. 왜 그런 장면이 문득 떠올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색 가득한 형형색색의 꽃잎들과 나비들이 눈 앞에 가득 펼쳐졌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언젠가는 나의 그리고 우리의 삶들도 그렇게 피어오르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이 가을.
작년 연구원에 이어 또 한번 미친다..
내 안으로, 열정을 다해. 그러나 끈기 있게..
작년엔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면, 이 가을엔 나를 잊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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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별 샤먼의 200일차 출사표>
1. 새벽 시간과 새벽 활동
A. 새벽 시간: 5~8시
B. 새벽 활동
i. 나의 개인 의례: 108배
ii. 새벽 수련: 읽고, 사유하고 글쓰기
2. 전체적인 목표
A. 나 그리고 우리들의 아름다운 100일을 위해, 108배로 하루 시작하기
B. 진행 중인 공저 완료 & 기획 중인 단독집필 초고 완료
C. 100일차에 진행하였던 Book review 이어가기
3. 중간 목표
A. 진행 중인 공저 초고 완료: 9월 20일
B. 진행 중인 공저 집필 완료: 10월 20일
C. 단독집필 초고 완료: 12월 14일
4. 목표 달성 과정에서 직면할 난관과 극복 방안
A. 난관
i. 올빼미 체질: 밤 모임이 있어 늦게 귀가하면 가뜩이나 늦었는데, 오히려 ‘기왕 늦은 거’하면서 그 때부터 새벽까지 올빼미 활동을 즐긴다. 모순이자, 사이클이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ii. 기획 일과의 혼용: 새벽에 내 자신을 위한 수련보다는 다른 급한 일들을 한 적이 많다.
B. 극복 방안
i. 올빼미 체질: 늦게 귀가해도 컴퓨터 자체를 켜지 않는다. 바로 잠자리에 든다.
ii. 기획 일과의 혼용: 새벽은 오로지 수련 시간이다. 글쓰기나 기획 모두, 내실을 기하지 않으면 금방 바닥이 드러나는 일들이다. 새벽에는 오로지 내실을 기하는 일에만 집중하자.
5.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내 삶에서 일어날 긍정적인 변화 묘사
A. 108배로 하루 시작하기: 하루를 108배로 시작하는 것은 내게는 무척이나 의미 있는 개인의례다. 100일차에도 시도했었는데, 매일 이어가지는 못했었다. 1년에 4번, 3박 4일 산사수행이 크게 나를 잡아주는 수행이라면, 그 중간 날들은 매일 아침 108배 기도로 수행의 힘을 이어가고 싶다. 오고가는 우리들의 관계가 늘 기도 안에 머무른다면, 우린 아마 더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되리라 믿는다..
B. 내면 쌓기: 연구원을 통해 “자아”와 “천복”을 찾았다. 올 해 그 길을 열심히 달려가며 외향적인 부분에만 치우쳐 자칫 “기본쌓기 혹은 내면쌓기”에 소홀해질 수 있다. 아주 경계해야 할 부분인데, 단군의 후예 새벽 수련을 통해 꾸준히 나 자신을 글쟁이로서, 기획자로서 연마하고 또 연마하고 싶다. 200일차 100일을 또 수련에 집중한다면, 나만의 세상을 위한 기틀이 조금쯤은 형성되지 않을까 싶다.
6. 목표를 달성했을 때 나에게 줄 보상
A. 기도가 습관화되어 우주의 뜻을 헤아리며 살 수 있다면, 기도 안에서 우리들의 삶이 존재한다면, 내면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삶의 기틀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이상 어떤 보상이 필요할까..
B. 그래도 인간적인 즐거움을 하나쯤 기대해본다면, 12월 중순 200일차를 끝낸 뒤 마음 맞는 지인들과 그 때쯤이면 혼란하고 들뜬 도시를 벗어나 어딘가로 조용히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C. 개인적으로는, 가을과 겨울 200일차 수련을 충실히 한다면 12월에 얼마나 뿌듯할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아마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하고 2011년을 맞이하기가 편안할 것 같다.
7. 샤먼으로서의 희망 사항: 단군 200일차에서 한 걸음 더 발전한 지렛대를 기획할 수 있기를 하늘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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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운명에 순응한다는 것이
삶에 무기력하게 대처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벗어나려 발버둥쳐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옥죄어 오는 거대함 앞에서 늘 두렵기만 하였습니다.
이젠 운명에 순응한다는 것은
가장 자기다움을 찾아, 그 길을 걷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꿈을 누리기 위해선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현실주의적이 되어야 함도 깨달았습니다.
미래를 꽃 피우기 위해선
과거를 토양 삼아
오늘 하루를 최대한 즐겨야 함도 배웠습니다.
이제 저는 제 삶의 주파수를 우주의 근본에 맞추고
바로 그 곳, 제 생명이 잉태되고 제 영혼이 시작된 바로 그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저를 찾아 저를 내려놓고
자아를 살리기 위해 에고를 버리겠습니다. 저를 잊어보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제 몫의 삶
제 운명임을 이제 알 것 같기 때문입니다.
큰 가르침 주심을 감사드리며
이제, 이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겠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단군지킴이가 아닌 우리 꿈벗 동기 수희향언니로 의지하면서도
200일이 지나서야 처음 글을 남기네요.알죠? 제마음...
200일동안 언니 덕분에 행복했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거 아시죠?
내가 한 일중 제일 잘 한 일은 꿈벗에 참여한거...거기서부터 이렇게 소중한 인연들은 많이 만났고
이렇게 매일 벅찬 새벽을 만날 수 있었으니 정말 잘한일이죠...
200일동안 묵묵히 모든 단군이들은 하나하나 챙기는 언니모습 보면서 언니아니였으면
이렇게 단군이들이 잘 따라오지 못했겠구나 하는 생각 들었어요.
단군이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 화이팅!
ps: 송년회때 일찍 빠져나와서 언니 상받는 걸 못봤네... 봤으면 꽉 안아줬을텐데.. 축하해요.
연구원 죽음편지 이후 거의 울지 않던 나였는데, 왜 이 새벽, 네 글에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우리들 삶이란 게 참..
때론 하고 싶은 말 모두 마음 깊이 숨겨두고 에둘러 말해야 하기도 하고..
때론 표현조차 아껴야 하고..
재작년 12월에 처음 만났을 때 네 모습이 생각난다. 그리고 오고, 가며 만났던 모습들..
함께 세월이 흘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어.. 이 다음에.. 아주 다음에.. 우리가 정말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 땐 더 많은 걸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아직은 그냥 함께 가자..
우리 앞에 놓인 이 시간들을 외면하지도 말고, 서둘러 앞지르려고 하지도 말고
그저 바람처럼 그냥 그렇게..
효은아. 언니가 마니 미안하다.. 그니까, 담에 언니 만나면 꼭 안아주기 바래..
언니도 효은이 꼭 안아줄께..
고맙다.. 네 마음..
그래서 호금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300일차 말입니다..
스승님은 그런 분 같습니다.
때론 저 멀리 앞에서 등불 밝혀 길을 알려주시고,
때론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시고
때론 뒤에서 밀어도 주시고..
그러나 단 한번도 답을 알려주시지는 않습니다. 답은 늘, 언제나 제자들 안에 있다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대신 언행일치로 어떻게 해답을 찾을지 보여주십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존경하게 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변경영의 커다란 에너지장안에 오래 머무시면서 호금님도 깊은 가르침에 젖어보시기 기원합니다.
호금님, 변경영에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선배는 300일차 기간동안 수련도 더 깊어질거라 믿습니다. 더불어 사회와의 통로 또한 서서히 모색할 때가 다가오고 있을수도 있겠죠..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그러니 더욱 모험심가득 기쁜 마음으로 떠나면 되는거겠죠.. 함께인걸요..^^
순수한 미소의 선배가 축복해주시니 제 주변 공기도 미소짓는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며, 저 역시 300일차에는 조금 더 다가가는 100일 여정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마니 웃는 날들이 되기를요..^^
#단군 1기-200일차 파티를 끝내고..
조금 전에 들어왔다.
단군의 후예를 시작하고 12시 넘어 집에 들어온 건 단 두 번.
그저께 단군 2기-100일 파티와 오늘 단군 1기-200일차 파티.
마음이 그랬다. 마음이..
진정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었기에 말이다..
작년 연구원 시절, 산사수행을 하는 내게 사부님은 "먼별아, 넌 왜 고행길을 가려 하느냐?" 물으셨다.
순간 머라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는 내게, "너는 말이야. 세상과 더불어 살아야 해. 아직 더 많이 사랑을 해야 한다. 먼별아, 다시 화장을 하고, 사랑을 하거라.."라는 말씀을 주셨다..
화장을 하고, 사랑을 하라..
사부님은 제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깊이 헤아려 아끼신다.
그 때는 이미 내 지난 삶이 퍽퍽했던 걸 아시는 당신은 내가 세상에도 기쁨이 많다는 걸, 세상이 행복일 수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고지식한 수행의 길로 곧장 걸어갈까 안타까우셨던게다..
사랑..
어릴 땐, 사랑에는 남녀간의 달콤한 사랑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연구원을 거치며 책 속의 수많은 스승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사랑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음을 서서히 알게 되었다. 외로움에도 다양함이 존재하듯이 말이다..
스승님께선 내게 그걸 일깨워주시고 싶으셨던게다..
일에만 매달려 살며, 이 세상에서 사람들과 부딪혀 울고 웃으며 느끼는 그 행복, 그 사랑에 아직 난 충분히 젖어보지 못했으니 산사수행이 내겐 결코 전부일 수 없음을 말이다.
의식수준에 따라, 나같은 이들에겐 아직 산속에 온전히 틀어박히는 것 보단, 세상에서 부딪히며 배우고, 결국 세상을 등지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고 포용해야 함을 요즘들어 서서히 깨치고 있다. 사람들 속에 내맡긴 삶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생겨나기도 하고, 때론 혼자일때보다 더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이 있기에 또한 사람이 얼마나 따스한지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희노애락의 구비구비를 알지 못하며 어찌 삶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는 지식인들이 지옥의 쇠사술을 끊어내지 못하는 자들이라 했다.
세상이란 쇠사슬에 갇혀서 꼼짝하지 못하는 불쌍한 영혼들..
그 상태에서 난 또 다른 극인 수행으로 치닫고 있었다. 자칫 나를 또 하나의 엄청난 감옥에 가둘 뻔 했다..
그 때, 나를 불러세워주신 분이 사부님이시다..
첫 수행의 원력으로 사부님을 만났으되
사부님의 도움으로 수행이 방법이 아닌 목적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참으로 오묘한 삶의 순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단군 200일차를 겪으며, 난 스승님께서 내게 일깨워주시려 했던
사람들과 주고받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넓고, 깊고, 그윽한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나를 주장하지 않고
물처럼, 흐르는 물결에 비추이는 달빛처럼
물결따라 그렇게 모든 걸 내비추어 줄 수 있는 사랑..
그 누구도 판단하지 않고, 인연닿는 모든 이들의 내면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랑..
주어진 인연들에 감사하고, 인연들과 허락된 시간에 감사하고,
한 순간이라도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그리하여 결국 시공을 뛰어넘어, 세상을 뛰어넘어 마음 속 깊이 이어지는 인연에 감사하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게 닿은 사람들을 충분히 사랑하는 거
이 사랑의 힘이 얼마나 깊고 그윽한지, 그것을 배운 2010년이었다.
단군이를 통해서 말이다.
그리하여 수행은 그자체로 목적이 아닌 방편임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왜 수행하는가..?
사랑하고 사랑해서, 내 안에 차오른 사랑으로 나를 저절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을 타고 흐르다보면, 어느 날 문득 경계 하나를 넘어 또 다른 세상을 느낄 수 있겠지..
조금 더 높고, 조금 더 깊은 그 곳 말이다..
레족장님이 보내주신 200일차 천복부족의 동영상이 담긴 CD를 이틀 전에 저도 보았습니다.
혼자서 보면서 몇번이나 웃었지요. 그 시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천복부족이 모두 한 자리에 있는 곳에서 그 시디를 보았으면 더 즐거웠겠구나'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래도 레전드 족장님 덕분에 200일 파티에서 천복부족들이 보는 시디를 볼 수 있었으니 감사한 일이지요.
단군이 덕분에 행복한 200일이었습니다.
300일차에는 단군이에 너무 빠져서 놓치고 간 저의 일도 잘 챙기면서 다시 길을 보겠습니다.
오늘 한국에서 식구들이 와서 항주와 소주로 여행을 갑니다.
300일 오프모임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