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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6월 15일 13시 51분 등록
< 프롤로그 >



월드컵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리고 매경기마다 각 팀들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유독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프사이드 룰'이다. 간혹 축구라는 스포츠를 무식한 경기라고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관점에서 자주 도마위에 오르는 것 또한 이 룰이고 축구에서의 오심과 판정시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회 초반 언론사의 월드컵 소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완화된 오프사이드가 경기당 평균득점을 올리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평소에 이 룰의 양면성에 관심을 가져왔던 원잭이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이 룰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써봐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다..^^





< 오프사이드 룰에 대하여 >



솔직히 원잭은 오프사이드 룰이 싫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재의 오프사이드 룰이 싫다. 그러나 이는 감정적인 관점에서의 얘기고 왜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룰'이 필요악인지 조금은 이성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원잭의 견해를 피력하기 전에 이 룰에 대한 정의를 잠깐 살펴 보자.



(박문성 해설위원의 글에서 발췌)



규정집대로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오프사이드는 최종수비수 보다 상대 골문에 가까이 있을 때가 아니다. 통상적으로 골키퍼를 제외한 표현인데 공격수가 상대 골문에 최종의 두 번째 수비수보다 앞에 있을 때가 정확한 오프사이드의 정의다. 만약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해 복귀가 늦었다면 그 때는 최종 수비수가 맨 뒤에 처져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최종의 두 번째 수비수가 오프사이드의 적용선이 되는 것이다.

6가지 경우는 오프사이드가 아니다. ▲ 하프라인을 기준으로 자기 진영에 있었을 때 ▲ 최종의 두 번째 상대편과 동일선상에 있을 때 ▲ 최종의 수비수 두 명과 함께 동일선상에 있을 때 ▲ 골킥 ▲ 스로인 ▲ 코너킥 상황이다.



박문성 위원의 지적대로 오프사이드 룰에 대해 사람들은 사실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저 가장 핵심적인 공격수가 패스하는 시점에 다른 공격수가 최종 수비라인보다 앞서 있는 경우에 오프사이드가 된다고 하는 결정적인 내용을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완화된 오프사이드 규정에 대한 박문성 위원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 보자.



문제는 오프사이드 규정 완화와 관련한 오해가 적지 않다는데 있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완화된 오프사이드 규정을 설명하면서 ▲ 공만 건드리지 않으면 ▲ 자기 팀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골이 들어가면 오프사이드가 아니고 ▲ 동일선상이면 오프사이드라는 등의 잘못된 해석 혹은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공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혼자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공격해 들어가고 있었다면 그것은 명백한 오프사이드다. FIFA가 이번에 개정한 오프사이드 룰은 2명 이상의 선수가 공을 쫓아들어갈 때에 한 한 적용이다.

패스가 시도된 순간 2명 이상의 선수가 침투해 들어가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A는 오프사이드였고 B는 온사이드였다. 이 때 B가 공을 잡으면 오프사이드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 물론 A가 공을 잡으면 오프사이드다. 이전에는 B가 공을 잡았다고 하더라도 A가 오프사이드 위치였기 때문에 규정에 위배됐지만 2006월드컵에서는 인플레이로 간주한다.

여기서 또 한가지 A가 공을 잡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골키퍼의 시야와 플레이를 막는지 등의 직접적인 수비 방해 행위는 파울이다. 때문에 오프사이드 위치의 동료 가랑이 사이로 골이 들어가도 인정된다는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 오프사이드 룰이 없는 광경 >



자 이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평범한 축구팬의 관점에서 오프사이드 룰에 대해서 이바구를 전개해 보자. 일단 서두에서도 밝혔듯이 오프사이드 규정이 없었을 경우 축구가 어떤 지경에 이를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게 좋겠다.



일단 예상되는 그림은 동네축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나 지고 있는 팀일 경우, 또는 골을 넣는 것에 미친 광적인 공격수들로 가득찬 팀인 경우를 상정해 보자. 아마 최소한의 포지션 경계가 무너지면서 페널티 근처에 개떼같이 공격수들이 몰려 있을 것이고 이건 축구장이 아니라 돗대기 시장이 될 것이다.



양쪽 수비수는 포백이고 지랄이고 오버래핑은 꿈에도 못 꿀 것이고 심판은 도대체 이들의 개떼같은 몸싸움에 언제 휘슬을 불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주심을 제외한 선심들은 그들의 주요한 일꺼리를 잃고 대부분 짐싸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림이 그려지시는가.



매우 오바스럽고 과장된 상상이긴 하지만 분명 오프사이드 룰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공격수와 수비수들간의 보이지 않는 머리싸움이나 패싱기술 등의 묘한 매력을 상당부분 잃게 될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을듯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오프사이드 룰은 선수들에게나 관객들에게나 매우 필요한 규정임에는 틀림없다 하겠다. 혹시나 이런 난장판 같은 축구경기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특이한 취향의 축구팬이 있다면 경의를 표할 수 밖에..^^





< 오프사이드 룰이 2% 부족한 점 >



그럼 오프사이드 룰의 맹점은 무엇일까. 솔직히 이 대목을 쓰고 싶어서 지금까지 주저리주저리 읊어댔다고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길들여진 심판들'과 '아직도 수비에 치중되어 있는 룰'이 문제다. 쪼매 설명이 필요할 듯 싶은데 귀차니즘이 유혹해도 조금만 참아주시라..^^



축구가 시작된지 꽤 오래 되었고 심판들 역시 월드컵 정도의 무대를 밟을 정도면 관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최근 몇년사이 피파가 추진한 오프사이드 완화 룰(동일선상 제외라든가 공격의도가 없는 두 놈 중의 한놈이 서있는 것은 개무시 같은)에 대해서도 이론적으로는 착실하게 접수했을 공산이 크다. 나름대로 경기에서도 두눈 부릅뜨고 노력했을 것이고..



그러나.. 심판들도 인간이고 이른바 거수기라고 지칭되는 선심들의 경우, 훨씬 더 오랜 기간동안 예전의 오프사이드에 길들여져 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그들의 뇌에 새로 입력된 이 완화된 규정에 대한 지시가 그들의 오른팔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삑사리가 날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을까.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도 그들은 약간 애매할 경우 일단 기를 드는 경우가 많았던거 같다. 가끔씩 타이밍을 놓쳐서 행운의 골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타 경기와는 달리 축구에서 오심이란 경기에 일부라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지만 어쨌든 오프사이드 룰에서 만큼은 오심의 빈도가 더 많은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오심이 어느 팀을 희생양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점이 유일하게 공평하다고나 할까..^^)



인간의 영역을 논하고 있는 위의 첫번째 맹점이 뾰족한 해답이 없는 반면에 지금부터 지적할 두번째 맹점은 필히 피파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왜냐 하면 규정손질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테니까..



원잭이 제일 짜증내는 오프사이드 적용사례는 이런 것이다. 대부분 수비진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공격수의 몸이나 발을 맞고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던 또 다른 공격수에게 연결됐을 경우다. 이 때 대부분의 선심들은 얄짤없이 기를 든다. 대부분 웃음을 머금으면서.. (뭘 잘했다고.. 쩝)



현재의 오프사이드 룰 규정을 아무리 살펴봐도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 판정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의 오프사이드 룰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도'와 '패스하는 시점' 두 가지다. 이 두가지 핵심 포인트 모두를 살펴봐도 이 경우는 오프사이드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일단 수비수가 공을 잡게 되면 이미 공격찬스를 잃은 최전방의 공격수는 수비수 뒤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또 다른 공격을 위해 그것도 오프사이드 함정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열심히 회군하고 있는 와중에 수비수의 실수로 기회를 얻은 것이 된다. 동료 공격수의 의도된 패싱이 아니라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이런 경우는 인플레이를 시키는 것이 맞고 패싱하는 놈이 고행석 만화의 구영탄처럼 신기를 가진 놈이 아니고서야 절대로 수비수가 냅다 찬 공을 미리 예측하고 정확하게 오프사이드 위치에 의도하지 않게 서있던 동료 공격수에게 볼을 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한가지 비교할만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골키퍼의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해 도입된 백패스 금지규정의 경우 수비수가 발로 패스한 경우 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이기는팀 시간끌기'라는 축구계의 잘못된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서도 한가지 예외가 있다. 비록 수비수에 발을 맞았지만 의도하지 않게 공격수의 슈팅이나 패싱을 막을려다 골키퍼에게 흘러 들어온 공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역시 '의도'와 관련된 제약조건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공격수의 실수에 의한 백패스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직접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토록 '의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원잭의 지적대로 이 규정을 보완한다면 우리는 보다 많은 골장면을 보게될 것이고 수비수들은 더더욱 완벽한 볼처리를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규정은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쉬운 '라인'의 문제와는 달리 헷깔릴 염려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심판들의 오심가능성도 매우 적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 에필로그 >



부디 공격추구를 지향한다는 피파의 구호가 진심이라면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길 기대한다. 솔직히 영어는 자신없으니 앞으로 피파회장을 꿈꾸고 있는 명보를 통해 적극 제안해 볼란다. 명보를 아시는 분들은 기회있으면 대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어쨌건 월드컵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는 여러번의 오프사이드를 둘러싼 논란을 여전히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했듯이 축구라는 경기의 묘한 매력중에 오심 또한 일부임을 우리 스스로가 관대하고 인정한다면 좀 더 재미있게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대팀이 희생양이 되는 경우만 빼놓고 말이다.. 국대 앞날에 광영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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