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서정애
  • 조회 수 1736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6년 7월 12일 12시 01분 등록
어제 태풍이 지나가던 날 퇴근무렵 아들녀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 엄마, 해바라기들이 하나도 없이 다 넘어졌어요. 전부다요."
조바심으로 귀가하니 아니나 다를까 깡그리 다 누워있다.
그쪽으로 아예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햇봄날에 그을어 가며 어떻게 옮겨 심어 가꾼 것인데 단 한 번의 강풍으로
쑥대밭이 되다니......
농사 짓는 사람들 앞에선 사치인지라 입도 벙긋하지 못할 일이겠지만
인정이 어디 그런가.
집에 오면 해바라기꽃밭으로 고개 돌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는데,
알뜰살뜰히 가꾸고 보듬어 주고 한 것들인데......
어제는 아예 접어버리고 모른척 했다.

오늘......7시가 좀 지나 왔지만 바로 장화 신고 해바라기 곁으로 달려갔다.
함께 하자는 든든한 남편과 함께. 둘이 일하면 물리적인 도움도 되지만
정신적인 도움이 더 된다. 함께 나눈다는 생각에서 그런지 수리적으로
나누기 둘 하는 것 보다 훨씬 일의 속도가 빨라진다.
남편 손짓 따라 너풀너풀 일어서는 것들을 보니 마음이 다 환해진다.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어둡사리 두터울때 까지 해나가니
해바라기물결이 다시 일어난다.
그가 일으켜 놓으면 난 호미로 흙 긁어 모아 북을 만들어
다시 한 번 더 밟아준다. 덩치가 워낙 커버린 것들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탱이 어려울 것 같다.
까실한 해바라기 줄기에 잎에 스쳐 얼굴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온후 더욱 찐득해진 흙을 긁어 모으느라
기진맥진 했어도 일어선 그 것들 보매 다 위로가 된다.
그렇게 누워서도 지 할 일 다했는지 이틀 사이 몇이나 늘어난 노오란 가족들
보며 숭고한 생명력에 숙연해진다.
후덥지근한 일기에 그들과 씨름을 하며 진땀을 흘렸지만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 한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하다.
작은 것에 마음 졸이며 관심 가져주는 것이 '사랑'이라 하지 않던가.
이 비 개고 나면 활짝 핀 샛노란 웃음밭으로 온 동리에 퍼져 나가겠지.
이웃들 오시면 제일 먼저 해바라기밭으로 모셔가서 보여 드려야지.
그간의 내 정성에 고개 끄덕이며 공감하는 그들에게
노란 웃음보따리 하나씩 안겨 드리고 싶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늘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일 끝내고 9시가 넘어 준비한 저녁,
해바라기대에 긁혀, 더위로 벌개진 얼굴로 끓인 '아구탕' 맛,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앞으로 제 요리 목록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습니다.
언제든 포항 들리시면 가마솥 왕족발과 아구탕을 대접하지요.

야채 다듬은 찌꺼기 묻으러 마당에 서니 달빛으로 휘붐합니다.
장독대엔 은근히 내린 달빛으로 뿌우연 은빛가루 두툼합니다.
어, 달무리가 졌군요. 오색원 빙 둘러쳐진 달무리를 보며 여름밤의 정서를
만끽합니다. 늘 향기로운 나날들 되세요.

IP *.224.156.252

프로필 이미지
자로
2006.07.12 18:51:59 *.118.67.80
얌얌, 쩝~
좀만 기다리시죠.
9월이 되면 번개처럼 내려갑니다.
어당팔 형님, 원고 다 내셨수?
원고료 입금 받아야 하는데...
프로필 이미지
숲기원
2006.07.12 22:38:17 *.190.172.138
행복과 사랑이 보여요^^*
해바라기는 주인을 참 잘 만났습니다.
서정애님의 행복사랑의향기가 이곳까지 전달되어서 잘 받았습니다.
달보러 나가봐야겠다.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