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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7월 29일 19시 48분 등록

멋모르고 지나간 20대와, 생활의 기반을 구축하느라 동분서주하는 30대를 지나고 나면, 인생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은 40대가 된다. 시간과 사람, 돈과 공부, 몸같은 인생의 소품들에 대해 나름대로 관점이 생긴다. 게다가 80세 가까이 확장된 평균수명은 40대를 인생의 정점으로 올려 놓았다. 공자가 마흔을 불혹이라 칭한 것은, 미혹됨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미혹됨이 많으니 스스로 경계하라는 뜻으로 읽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삶의 본질에 다가서고 싶은 욕구와 실행력이 생기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가히 아름다운 시절이다.

문제는 이 고령화시대에 早老를 강요하는 시대의 분위기이다. 방황하느라 바쁜 20대와 사회초년병 30대가 사회의 주역인 양, 그 이후 세대는 뒷방 늙은이라도 되는 듯이 치부하는 분위기.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그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온 40대이다. 살아보니 경험만한 자산이 없다. 나는 내가 벌어 생계를 해결해 왔으며, 앞으로도 주욱 그럴 것이다. 나는 혼자 있을 줄 안다. 나의 정서와 심리를 살펴보고 조절할 수 있다. 나의 시간을 기획할 수 있다. 나는 함께 있을 줄도 안다. 이제 어지간한 인물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해 낼 수 있으나, 약간의 허풍이 섞인 인물이라 해도 두어시간은 맞장구쳐줄 수 있는 연륜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 40대, 고령사회의 꽃이다.

“우리는 삶을 누리고 놀이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것도 일평생동안. 흔히들 잘못 생각하고 있지만, 놀이는 아이들만의 소일거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모든 생명 가진 존재의 생명력입니다.” - 인생수업 183쪽

게다가 40대는 성공적인 Senior citizen이 되는 관문이다. 자식이나 저금통장은 기본적인 울타리일 뿐, 같이 놀 친구와 놀이가 필요하다. 이제 슬슬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여 친구와 놀이를 개발해야 할 시점이다. 나도 은남씨처럼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찾아봐야겠다. 그리하여 10키로 정도 감량해야 한다. 살아있는 한 나의 몸과 마음의 온전한 주인이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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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오래 지속된다 - 김선우



이 골짜기에는
지나간 내 사랑의 별똥별이 묻혀 있다
손을 뻗어 만져보는 나뭇잎, 이런 느낌이라면
붉은 빛이 섞인 초록 잎사귀가 분명해

눈 뜨지 않고도
빛깔을 식별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내 손가락은 얼마나 많은 사랑을 스쳐왔던가

초경의 나이는 얼마나 수줍게 와서
헉헉 서둘러 늙어버리고자 했던
갓스물 스물하나 스물다섯의 열애처럼
아름다운 상처라고만 씹어삼키기엔
우리의 깃발이 그렇게 아득한 것만은 아니었다

이제 단풍든 이 골짜기에서
서둘러 노스탤지어를 말하지 말라
한 시절의 그늘을 온 몸으로 섬긴 후에야
겨울산으로 돌아가는 자작나무
자작나무에 기대어서만 자작나무를 말할 일이다

별똥별, 뜨겁고 붉은 화인의 손바닥들
어느날 그대 심장 깊숙한 유골상자에
희고 아름다운 뼈가 다시 담기거든
가을산으로 오라, 오후의 그늘이
정오의 햇살을 참빗질하는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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