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 몇 장이 집으로 날아 올지 모르지만,
아무튼 나는 문경새재를 총알처럼 넘어서
너댓번 묻고 나서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
큼지막한 냉장고 앞에 차를 세웠다.

익숙한 눈빛들을 꼭꼭 끌어 안고
호기심어린 눈빛들과 마주치면 행님 아우가 되어 손을 잡는다.

말짱하지만 안 말짱한 사람들이 나 말고 또 있다는 사실에
그 무엇보다도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사실, 나만 그런 줄 알았거든...

근데 이상하다...
어설픈 내가 봐도 .눈빛들이 한 칼씩 할 것같은 사람들인데...
그렇게 마음에 불을 하나씩 품고 사는 사람들인데,
어케 그리 얌전하노...

그 밤에, 그 개성 확실한 사람들이 수십명이 모여있는데,,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고함소리는 커녕 거친 말 한마디 듣지 못했으니 ...
그것 참 신기하제..

청화산 기가 너무 센탓인가 ?... 아니믄
부처님 손바닥같은 스승님의 조용한 눈길에 최면이 걸린 것이것제 !....


그 밤에 나는 취했다. 꿈벗의 꿈에 취하고, 꿈벗과 나누는 술에 취하고,
다 내려놓은 편안한 마음에 취하고 화톳불 속의 불꽃을 함께 바라보며 취하고 청화산 깊은 밤의 별들 땜시 더 취했다.
그래,,, 몸은 말짱하고 맑은 정신인데도 취한다.

아침나절 자신의 수행처에서 나의 어설픈 체조를 허락하시고
수행하시는 반석위에 나를 앉게 해주신 이현섭님께 감사한다.
그 곳에 앉으면 빛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 ,,,,
그리고 저잣거리를 떠도는 내가 앉기에는 많이 부끄러운 곳이다.


스승님을 따라 갈려고 밥을 먹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혁재가 나를 깨우며 집에 간데네... 에고, 우째야 쓸꼬...
짐을 싸고 눈꼽을 떼고 고양이 세수를 했다.

눈에 보이는 모습들이 흩어져 가기전에
우리는 손을 맞잡고 눈을 맞추었다.

시간이 지나 그들이 뜬 눈 속에서 사라져도
눈을 감으면 그들의 꿈과 함께 내안에서 살수 있도록 ....

다시 만나면 오늘보다 더 튼튼한 가슴,
싱싱한 눈빛으로 미소 지을 수 있게...

***
함께 해 주신
스승님과 서대원 선생님께 감사드림니다.
준비하신 분들게 감사드림니다.
맞이해 주신 이현택 님께 감사드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