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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 훗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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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4일 17시 13분 등록
먼 훗 날이라고

내가 시가 되어 살아지는 것이



아마도 내가 원하는 시가 되어 살아지는 것이

먼 훗 날

먼 훗 날이라고

더듬듯이 바라본다.



삶이 시가 될 수는 없을까.

내가 하는 노동과 놀이가

한 편의 시로 기억될 때



그 때가

먼 훗 날

또 먼 훗 날이라고

더듬더듬 생각하는 내 마음에

한 숨하나 꼿힌다.



그 때야

감정놀음

감상적 발로로 오해받으며

시 나부랭이나 쓰는 유약한 인간으로

눈흘김당해도

담담할까



늦가을 점심시간에 홀로 화동길을 걸으며

회사인간 조직인간으로 살아가는 내가

무용지물같은 생각이 엄습하다가도

풍부한 빛을 던지며 그러한 내 어둠을 쏘아버리는

정오의 햇덩이를 보면 사그라지는 듯..

점심마다 홀로 때로는 식사도 거른 채

회사주변을 방황하는 나

산책이라고는 하지만, 때때로 그것이 방황이 되는 날도 있다.



나도 쿨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쿨하게 그야말로 쿨하게 살고 싶다.

시키는 일만 하면서 소진되어 가버리게 둘 수 없어서

변화를 모색하지만, 내 행진의 발부리를 얼어붙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로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러한 일을 하고 싶다.

남의 상황판단과 스케쥴에 언제든지 내가 바보가 되어야 하는

조직으로 만들어버리는 상사와 갈등하는 내모습은 참 부끄럽기도 하고,

내 자신에게 화를 내게 마련인 것을 알면서도

그와 나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도대체 나란 무엇인가

이 고집... 그저 술렁술렁 그렇게 살 수는 없는가.

아가를 가지고서 이런 대우를 받는 엄마의 아이로 태어나게 하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에 가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훌훌 털어버리려는 듯이

애처럼 행동해서

남편은 애기 하나 키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은 알고 있다.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고 있는 이 회사인간으로서의 나



그러나,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딱히 당장은 어떤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천둥소리치듯 내리지르는 사람들

억울하면 출세해라

세상에 복종하라

짠밥에 복종하라



별일 아닌 일도 핏대를 세우며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습관에 절은 사람들.

내안에 미움이 그득하다



시를 쓸 수도 없고,

시가 될 수도 없다.



먼 훗 날이라면

먼 훗 날이라면

모를까.
IP *.72.6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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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6.11.26 00:55:45 *.70.72.121
아가를 가지셨으면 끼니는 거르면 안돼지요. 아가는 엄마의 양분으로 뼈를 갖고, 초롱한 눈, 뽀얀 살을 찌우는데요,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닮아가요. 조금 힘드시더라도 이쁜, 너무나 고운 아가를 위해 용기 갖으셔요. 꼭 잘 챙겨드시고요, 분명 좋은 시 지금처럼 쓰게 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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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11.29 13:28:37 *.102.140.168
점심도 거른채 거닐고 있는 그 모습하나가
제 가슴에 꽂히네요.
먼훗날의 시가 되길 바라는 제게도
너무 꽂힙니다.....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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