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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5일 01시 36분 등록

제가 지난번 레인보우 파티가 있던 날, 초아선생님께 아주 의미깊은 호를 받았습니다. 저는 오늘 부터 소은(蘇隱 : 감추인 것들이 소생하다)이란 이름으로 이곳에 글을 올립니다.
제 염원을잘 담아서, 정성껏 호를 짓고 손수 멋진 필치로 분홍 화선지에 쓰셔서, 부산에서 직접 가져오신 선생님의 애정에 보답하기 위해 올 한 해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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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2. 31



하루 후에 다가올 나의 새 해,

이전 해들과는 다른 해를 만들어보리라.



2008.1.1.



다른 해가 되려면 먼저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

다른 내가 되기 위한 행동 전략으로 가장 상징적인 것이 있다면?

그래 머리를 자르는 것이다.



2008.1.2



어렸을 때 주변의 언니, 오빠, 삼촌, 선배들, 특히 남자들은

무언가 단호히 결심할 때 그 결심에 대한 외적인 표시로

머리를 박박 밀곤 했다.

적어도 새 결심이 작심삼일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하루 종일 머리를 자르자, 는 생각을 하면서

그 생각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러 저항들과 싸운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다.

나에게 머리를 아주 짧게 자르는 일은

단호한 결심의 상징 이상인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남을 의식하던 내 자의식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 일이다.

보다 주관적인 삶을 살겠다는 나름의 천명이다.

남에게 잘보이고 싶은(외모까지도) 끈질긴 욕망으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다.



2008. 1.3



내 마음 속을 휘젓고 다니며 괴롭히던 저항들을 잠재우다.

머리를 자르기로 하다.

거의 20년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숏커트!

아주 짧게 자르고

나 스스로 통쾌해지고 싶다.

외적인 변화가 내 안의 변화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역 사 앞 에 서 주목하고 싶다.
IP *.18.19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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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8.01.03 17:14:45 *.70.72.121
그녀의 개인사, 그녀의 자서전, 그녀의 시대를 아우르는 글이 두둥실 떠오르는 달덩어리로, 작열하는 태양빛으로, 영롱한 진주방울 같은 이슬로, 정직한 눈동자로, 대지를 품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모아지누나.


가라, 인고의 머리카락들이여
들숨과 날숨이여
그리고 가슴속 회한들이여
멀리 더 멀리 나부끼며 힘차게 뻗어나가라


우리는 다시 살 지어니, 우리는 새로 태어날 것이어니
두려움 없이 떠나라
그리하여 오랜 꿈이여 열망이여 우리들의 사랑이여
이 장엄한 새생명의 탄생과 역사의 시작을 우렁찬 함성으로 알리라. 둥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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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隱
2008.01.03 23:59:20 *.18.196.74
결심한대로 머리를 잘랐습니다.
간편한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 엄마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가발을 쓰라고 하기도 하구요,
짧은 머리가 엄마를 더 아줌마 같이 보이게 한다고 하기도 하고..
네 놈이 다 나를 얼싸안고, 엄마 아닌 아줌마가 집안을 어슬렁대는 것 같은 낯설음이 있다고 야단입니다.
내가 좀 실망하는 눈치를 보이자,
'엄마는 그래도 얼굴이 되잖아'하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줍니다.
큰 놈은 머리가 다시 원상복귀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걱정을 합니다.
가장 인정이 많은 막내는 '자꾸 보니까, 뉴요커같다'고
제 딴에 후한 칭찬까지 해줍니다.
사실 저 역시 자신이 아직은 낯이 섭니다.
20년 나를 지탱해온 '나의 분위기'라는 것이 많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머리가 사람 인상을 그렇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상념 자체이던, 목에 닿던 치렁한 머리카락이 없어지니
내 안에서 개운한 기운 같은 것이 솟구칩니다.
내일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제각각 보일 반응들이 기대됩니다.
전혀 심란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런대로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써니님의 댓글이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 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그렇게 보고자 하는 그대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늘 사심없는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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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2008.01.04 07:51:52 *.253.249.10
머리짜른 한숙양을 생각하면서...
모습이 오드리 햅븐같을까?
아님 스님같은 모습에 눈 만 큼직하게 껌벅그릴까?
좀 더 젊었을 때 짤라야 하는데 말이야...
좀 더 젊었을 데 변화의 물결이 일어야 명작을 냈을 터인데... 허ㅎㅎ

새해부터는 연구원이 되어 북리뷰에 머리싸메는 모습이 보인다.
전에 연구원이 되겠다는 말씀 허언은 아니겠지.
한 일년 고생하시게...
그리고 나의 책을 선물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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蘇隱
2008.01.04 09:07:50 *.18.196.74
초아 선생님

제 글에 처음으로 달아주시는 댓글인 거 아시죠.
제 모습요? 오드리 햅번 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 일 년 고생하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올 한 해 더욱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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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
2008.01.04 19:55:15 *.131.127.98
소은님!

저는 이 곳에서 배움이 참 많습니다.

살아서 생생한 글에서 부터
마음 속 한웅큼 불덩이 토해내듯 타는 갈증...
그러면서도 잘 정화되어 있는...

온통 닮고 싶고 따라하고 싶은 것들의 천지입니다.

모닝페이지, 오프모임, 그리고 결단성까지
준비된 소은님의 일전(一戰)이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될거라는 생각이 벌써 듬니다.

감추어져 있던 빛이 ...발하는 한 해 되시기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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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수
2008.01.05 21:21:37 *.132.188.244
'소은'이 한숙님이군요.

"감추인 것들이 소생하다."
소은님은 원래 소생해져 있었습니다.
원래 그러하니 소은님의 뜻대로 되실 겁니다.

어깨에 힘을 풀고 올 한해 연구원 활동하신다면 좋은 결과를 이루실 것 같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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