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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15일 22시 40분 등록
새벽 화살을

전통에 그득히 담고

첫 아침을 겨누는 자가

산마루에 오른다

----------------------------------------------------------------
잠시 한가한 시간을 내어
대숲에서 나는 바람소리를 듣고
배꽃에 흐르는 비를 맞으며
그림자하고 즐긴다오.

이덕무가 백동수에게 안분지족의 뜻을 전한 간찰 중에서

새벽 3시 깨어나 쓰려던 시는 내안의 눌러두었던 소리들이 일시에
뛰쳐나와 산만해지고 그만 나는 낮에 보던 책을 다 읽고서 띄엄띄엄
기억나는 지난 시간들을 반성한다.
산만하게 펼쳐진 호기심때문에 한가지에 푹 빠져본 경험이 없는 나를 본다.
왜 신새벽에 몇 백년전의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편지를 읽어보는지 나도 모르겠다. 해야할 공부들이 널려있는데...
문득, 노자의 말이 기억나고 낮에 고민하던 것도 조금 풀린다.
세상이 나를 불러주면 일하고, 부르지 않으면 산속에 들어가 자연과
유유히 보내겠다는 요지의 말이다.
세상에 관계 없이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그'는 대단한 경지의 전문가이다.
아무것도 단련되지 않은 이는 세상에 나가 뜻을 펼치는 이른바 출세도
불가하려니와 세상밖에서 변두리로 사는 것에도 안분지족을 모르리라.
일터에서 내가 겪는 고통은 단련이 안되어 겪는 설익은 고통이요
오늘처럼 고요한 시간에도 내면으로 깊이 내려가 시 한 모금을 퍼올릴 수 없는 막막함은 그 고통이 아직 더 남았기에 단련됨의 충분함을 채우기까지는 그저 멋드러진 것을 구사하느라고 거죽만 멀쩡한 미사여구의 나열이 될 뿐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단의 시작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결단이후의 일들을 돌아본다는 것인데 내게 오늘 하루의 결단은 무엇인가!
구정전이라 집안일을 돕겠다는 것(이글이 구정전에 쓰인 글이어서)?
가족과 화목하기 위해 나의 편협함에서 나와 너그러워지겠다는 것?
기다리던 별의 전화가 오지 않아서 애글애글 타는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던 숱한 시간들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어두운 말들을
떨쳐버리겠다는 것?
빛이여! 저기 먼 우주로부터 준비되어 동이 트기전부터
해가 뜨기 않았다고 보이는 구름많은 날에도 날을 밝히는 빛이여!
재빨리도 즉각적으로 빛이 나타난 순간 어둠이 사라진다.

빛아!
자~ 쏴라!
그녀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며 동일한 심장으로 기도하지 못하는
저 애면글면함을...
자~ 쏴라!
해보지도 않고서 지지부진한 걱정을 붙잡는 사사로운 그 모든 것들을.
자! 네 등뒤에 전통을 열어라!
거기에는 선물받은 빛화살이 가득하다.

너는 무엇을 쏘겠는가!
그 빛으로 무엇을 쏘겠는가!
바람을?
바람소리를?
산을?

산그림자보다 짙은 네 어둠을 쏴라!
회사에서 창조적으로 일한다는 것,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없다는 것,
그런 나약한 생각을?
가족들이 화목할 수 없을거라는 근심들을?
네 인생이 열등하다는 식의 어둠의 종노릇을?
끝까지 과녁을 보는 것을 피하지 말고 똑바로 봐!

저기 멀리 검은 과녁이 갑자기 커진다.



IP *.142.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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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08.04.16 11:45:02 *.209.27.89

길가에 조르륵 화분에 심어놓은
실파며 쑥갓,
무수히 많은 작은 나비처럼 팔랑이는 벚꽃잎,
꽃잎과 이파리가 반씩 섞인 개나리,
도르르 말린 채 땅을 뚫고 나오는 비비추 군단,
어린 것은 어린 것대로,
지는 것은 지는 것대로,
어찌나 아름다운지 눈물이 다 난다.
이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뻔진거냐. ^^
그 숱한 기회, 그 많은 가능성을
다 어디다 팔아먹고
믿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서야
몸부림치고 있는거냐

늙도젊도 않은 여자 하나
아침산책 길에
꼼짝도 못하고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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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4.17 06:40:36 *.128.229.122

선이의 푸른 드레스가 시원했다.
바람과 가볍게 노니는 치마 끝은 봄처럼 부드럽구나.

명석은 종종 나를 돌아 보게 한다.
늙도젊도 않은 나이
그 경계에서 화산같은 무엇이 터져 나오리
슬픔없는 깨달음은 없다. 그러나 회환에 지지마라.
그대에게는 힘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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