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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2일 10시 41분 등록

몇 년 전, 한 유수의 외국계 기업의 인재유지(Retention)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퇴직자들을 전화로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 대다수가 옛 직장을 우호적으로 평가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옛 직장에 대한 향수를 나타냈습니다. 옛 직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정서는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하는 기억이 작동한 탓도 있겠지만, 새 직장에서의 적응과 만족 수준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당시에 추론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옛 직장의 OB 모임에 참석했을 때, 직장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한 후배에게 ‘여기만한 데 없다. 딴 생각 말고 끝까지 다녀라’라는 한 선배의 말에 모두들 하나같이 공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의 이직 시기들을 돌아봐도, 이직 후 야근을 할 때, 보고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바쁜 중에 잠시 쉴 때, 누군가와 커피 한잔을 나누거나 전화 한통으로 위안을 얻기를 바랄 때, 그 누군가가 새 직장의 동료가 아니라 옛 직장의 동료였던 적이 많습니다.

이것은 이직 후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예들입니다. 도대체 이직 후 적응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분명히 이직할 만한 경험과 역량을 갖췄고 조직생활에 대해서도 알만큼 알며, 무엇보다 본인이 원해서 선택한 변화인데 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성공적인 이직 후 적응을 위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먼저 이직 후 적응이 어려운 다섯 가지 이유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업무환경의 갑작스럽고 전면적인 변화입니다. 이직으로 인해 역할과 책임, 일을 구성하는 세부 과업들, 일의 수행방식, 함께 일하는 사람들, 물리적 환경 등 일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일시에 달라집니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야기합니다. 이직자의 첫 출근은 신입사원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성과에 대한 압박입니다. 경력 이직자가 신입사원과 가장 다른 점은 성과에 대한 압박입니다. 신입의 초점이 배움에 있다면 경력의 초점은 성과입니다. 조직은 경력사원의 전문성과 그것으로 기대하는 성과 때문에 그를 뽑은 것입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이직자는 그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의 강점과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옛 방식을 새 조직에 적용하게 됩니다. 관계를 맺는 방식, 설득하는 방법, 일의 추진절차 등 그로서는 검증된 도구이자 방법을 적용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새 조직에서도 늘 잘 작동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변화에 대해 스스로가 부여하는 압박감이 만드는 고립입니다. 뭔가 하고자 하는 것이 잘 작동되지 않을 때에 옛 직장이었다면 일단은 잠시 그냥 놓아두고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들과 상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새 조직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키고자 하는 마음에 뭔가를 보여야 한다는 마음에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여러 갈등 상황을 완충시켜주는 것이 주변 동료들과의 편안한 관계인데 갓 옮겨온 이직자의 주변에는 그런 따뜻한 동료관계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직자는 자기 성을 스스로 쌓고 겉으로는 괜찮은척 속으로는 고립되기 쉽습니다.

지금까지 찾아본 것들이 대부분의 이직자들이 과도기에 경험하는 어려움들입니다. 옛 조직에서 새 조직으로 몸과 마음이 완전히 옮겨지는 과도기에 이러한 것들을 경험합니다. 익숙하고 편한 과거와의 결별이 주는 아쉬움, 자신의 결정에 대한 흔들림, 새로운 환경이 주는 긴장감,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많은 생각과 정서가 복잡하게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그 복잡함을 중재해야 하는 새 정체성이 확립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새 조직에 적합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아직 보이지 않고, 과거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이 안개 같이 드리워져 있는 시기입니다. 회의를 정시에 시작하는지, 출퇴근 시간은 몇 시인지, ‘No’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은 어떤 경우인지, 터부시하는 언어나 행동은 무엇인지, 상사를 설득하는 핵심은 무엇인지, 회식은 몇 차에 끝나는지 그런 당연했던 것들이 분명치 않은 시기입니다.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옛 방식을 버리고 새 방식까지 서둘러 익혀야 하는 급박한 이중학습의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이 불확실성 속의 이중학습의 어려움이 이직 후 적응을 어렵게 하는 네 번째 이유입니다.

더구나 과도기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는 기간인 동시에 그러한 과정을 거쳐 이직 시 서로에게 가졌던 비현실적 기대와 이상화가 깨지는 시기입니다. 이것이 이직 후 적응을 어렵게 하는 다섯 번째 이유입니다. 허니문이 끝나고 현실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만든 자기와 상대에 대한 허상이 크면 클수록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배반감, 자책, 분노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처리에 맞물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는 이 시기는 정말 힘든 때입니다.

지금까지 이직 후 적응을 어렵게 하는 다섯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신의 주변에 이런 이직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동료가 있나요? 혹시 여러분이 지금 그러한가요? 다음 호에는 이직 후의 생산적인 적응 방법에 대해 논해 보겠습니다. 당신을 혹은 당신의 동료를 도울 수 있는 이야기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IP *.221.15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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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13:55:14 *.210.107.30
반갑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마음의 양식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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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산
2009.02.25 21:42:18 *.221.152.177
welcomeju님,참고가 되었다니 기쁩니다. 이따금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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