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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d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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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8일 22시 13분 등록
오늘도 나는 시간여행이다
신문로를 지나 광화문 인사동 계동에서 가회동 그리고 다시 성북동으로

예보에는 눈이 온다했는데 오지 않았고 집에들어와 몇 년전 2월의 일기를 읽었다. 
언젠가 눈이 오니까 '네 고2적 겨울이 생각난다'고 한 아버지의 문자 메시지가 메모되어 있는
노트를 보게 되었다. 내 문자대답은 눈이 내립니다. 내 눈에는 아버지가 내립니다.

그 오토바이 할아버지 쓸쓸하게 지나
성북동 딸내미 근처 왔다가 그냥 되돌아 가버린 아버지 생각이
어디서나 나를 붙잡는다.

오늘 진료가 있던 날, 
아빠하고 나하고 카페에서  아메리카 스타일 커피한잔과 쿠키 2개를 산다.
월요일이라 덕수궁은 굳게 닫혀있고 걸어서 가회동까지 갔다.
내가 좋아하는 코스로 멀리서 산의 흐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 기다리지 못한 나에게
아버지의 충고가 문득 일어서 나에게 악수를 건넸다.
중학교 1학년때, 성적이 별로였을 때, 고1때 성적이  엉망이었을 때,
위로의 말을 잊지 않는 나의 아버지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그것은 세익스피어의 말이다.'
선이야, 다크호스가 뭔 줄 아니?
돌아가시기 전에 집에서 드라마를 즐겨보셨는데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원하는 만큼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어느 날은 꾀병을 앓아 학교가기 싫어한 날도 있다.
그 꾀병을 눈감아준 아버지는 내 내면의 솟구치는 일탈의 출구를 그런식으로
허락하셨다. 나에게는 '사각형틀에 맞는다 파격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감사하게도 해 주실 선생님이 계셨다.

오복당이라는 친할머니가 아버지에게 빵사준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빵을 고를 기회를 주셨다.  엄마를 위해. 동생들을 위해...
먹을 사람에게 맞추어서 빵고르는데 탁월하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빵을 고른다.
아버지의 인정은 딸을 일으켜 세우고 의지를 불태우게 하는 그런 것이다.
때로 아버지도 중심이 흔들릴 때도 있고 나이드셔서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하셨지만
그때마다 내가 느낀 것은  사랑앞에서 그 모든 이유와 변명들은 소용없다는 사실이다.

멀리서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고 멍하니 오토바이를 본다.
내 마음속에서는 시편 32편이 지나간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로 시작하는 끝나지 않을 편지가 계속 된다.
캐논 음악이 나를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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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3.04 14:15:50 *.169.188.35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버지가 되어버렸음을 이제서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나의 딸들을 위하여 기다려주고 있는가?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좋은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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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1.03.05 07:44:19 *.46.235.33
저희는 어제 용문사에 다녀왔어요. 웅장한 그 나무도 아기자기한 잎새가 없으니 조금 민망하더군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손자 손녀가 필요한 이유를 거기서 나는 보았어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밝은 태양이 제 마음을 뚫고 들어와 직설적으로 말합니다.
어서 계란말이에 미역국 끓여 아이들과 신랑에게 아침을 먹으라고 말하라고요.
새벽 내내 홈피 들어왔다가 서성이다 나갑니다.

아이들과 좋은 주말 되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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