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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7일 17시 32분 등록
새벽 기도 다녀오는 길에
아침 산책으로 지난번 살았던 집 앞에 가보았다.
그런데 그렇게 아름답던 느티나무도 뽑히고
온유할아버지의 정원과 할머니의 텃밭이 사라져 버렸다.
나라땅이라 이번에 새롭게 무언가를 하려고 하나보다.

살아남은 낙원연립의 꽃나무들과, 봄이면 환하기 그지없이 자신을 피워내던 복사꽃나무와 인사했다.
출근할 때면 나를 설레게 하던 (실로 내가 맡아본 향기 중 가장 좋은 향기다.)
연보라빛 붓꽃은 아직 꽃대가 올라오지 않았다.

산책길에서 또 이석연 할아버지를 뵙게 되었다. 
아이들 건강한지 꼭 인사를 물으시며 단정히 인사하시고는
짧은 성경의 비유나 손주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엄마니까 더 강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농담처럼 본인은 아무리 힘들어도 일하러 꼭 나오신다고.
그리고 약은 두가지 약만 먹는데, 신약과 구약만을 먹는다고 하신다.
짧게 말씀하신다.

하하하하  블랙 코미디같은 웃음이 내 마음에 솟아난다.
저도 신.구약 두가지 약만 먹어서 낫는다면 그리하고 파요.
약에 의지하지는 않지만,  의사의 권위와 진단아래 복용하고 있지요.
내가 왜 지금 이래야 하는지 지난 겨울을 나도 모르게
되돌아 보고 굳어지지만.
군인처럼 짧게 정리해버린 머리카락 거울로 보면서
끊어 버리고 거리두려고 노력중이에요.
네, 저 괜챦아요.  조금 힘들뿐이에요.
누구나 다 그런 거죠. 
나는 열패자가 아니라 연약한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죠.
내가 내 자신을 설득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연악한 것은 안좋은 것이라는, 실패자의 초상일 뿐이라고 고정관념에 시달린다.
그 때마다 난 실로 로마서 신약을 집어 삼킨다.
피조물이 허무한데 굴복하는 것은 자기 뜻이 아니요 오직 굴복케 하시는 이로 말미암음이니라.
눈뜬 장님처럼 내 참모습 모르는 내눈에 비늘 벗겨질 때까지는 이 약을 곱씹음으로서
하나님의 주권아래 내 영혼 쉼을 얻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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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4.28 11:46:19 *.108.80.74
나도 붓꽃은 많이 좋아하는데 향기가 뛰어난 줄은 모르고 있었네요.
지나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의 향기라면
쥐똥나무, 라일락, 백리향이 기억나구요.

어떻게 아픈지 몰라서 조심스럽지만
속히 낫기 바래요, 선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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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1.04.29 16:17:13 *.46.235.33
 이번이 마지막 에피소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제는 터놓고 말할 수 있어서요.
붓꽃의 꽃말이 기쁜 소식이래요. 꽃집 아줌마가요.
명석님에게도 올 해 기쁜 소식 많았으면 좋겠어요.
향기를 꽃가게에 있는 꽃에서는 맡을 수가 없구요
땅에 심겨진 구근에서야 나는 것 같네요.
저도 낙원연립에 살면서 화단을 가꾸는 할머니집 앞에서 봤어요.

타인의 시선에 두려움과 아이들의 엄마라는 점 때문에 망설였지만
감춘다고해서 내 시가 건강해 지지는 않겠기에 솔직해 지기로 했습니다.
워낙 회복하는데 시간이 더디게 걸리는데다가
이번이 4번째 에피소드가 되었기에 얼마나 걸려야 
내 스스로 이 그물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정동장애라고요. 조울증이에요.
감정의 진폭이 아주 커요. 기분조절을 아주 잘해야해요.
그것을 잡아주려고 약을 먹어 혈중에 발프로에이트가 녹아 있는 정도가
60~75사이쯤 되어 있어야 한대요. 그 바람에 이 약, 저 약, 신약, 구약 찾고 있어요.
저 번 처럼 한 차례 지나가고 칠년정도 아무런 증세도 없이 잘 살다가 감작스레 들이닥치지 않고
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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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4.30 07:18:17 *.108.80.74
애 많이 쓰네요.
잘 다스리기 바래요.

낙원연립...
이담에 재동씨 사진에 선이씨가 풀이말 붙이고 사진집 낼 때
제목 하면 참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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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처럼
2011.04.29 17:56:37 *.169.188.35
어줍잖은 위로를 전할까 말까 하면서 지웠는데
얼마나 힘드실지 짐작도 못하겠네요..
아무쪼록 이겨내시길 바랄께요.

즐거운 주말되시길 바랄께요.

==

당신의 마음에도 봄이 오기를
지난 겨울 유난히 추웠고
아직 봄기운이 완연하지 않지만
그래도 봄이 온다는 것을

이약저약신약구약 모든 약이
약효를 발휘할 그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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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ie
2011.04.30 10:58:09 *.46.235.33
마음 써 주셔서 감사해요.  시가 움직이고  저도 되살아 날꺼예요.
좋은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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