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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일 15시 09분 등록

한해의 해가 새롭게 밝았다. 새롭다는 것은 모두의 마음을 기대와 희망에 들뜨게 하기에 누구나 무언가를 도전하고 시작하게 만든다. 학업, 운동, 어학, 자격증 등 개인의 꿈꾸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 힘껏 달려 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작심삼일로 그치지 않고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무언가의 지속 엔진이 필요하다. 그래서인가. 얄궂게도 영어에서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가 되었다. 두 얼굴의 상반된 표징의 야누스의 모습. 앞을 향해 달려 나가보지만 지나온 과거의 회상에 발이 매이는 양면성을 표현하는 그것은 또한 우리가 다른 성(性)으로 세상에서 마주 대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과 흡사하다. 양가적인 감정과 형상을 복합적으로 품고 있는 그녀들이기에, 몇 십 년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살아도 좀체 속과 밖을 알 수 없는 은밀한 분들. 그 안에 도대체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지 종내 실체의 속살을 쉽게 노출하지 않는 분들. 그 덕에 남자들은 나이를 떠나 철이 없는 아이의 존재로 각인이 되어져 가는 반면 그녀들은 영원한 미스터리의 존재로 남아있다.

 

남성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들은 대체로 복잡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대화를 할 때에도 일반적인 남자들처럼 단순하게 직설적으로 질문을 하고 솔직한 감정표현 보다는 꼭 넝쿨처럼 비비 꼬면서 돌고 돌아 이야기를 하곤 한다.

‘뭐지, 저게 무슨 뜻일까?’

그럴 때면 나를 비롯한 우매한 머리들은 그 질문과 감정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어쩌면 아무런 생각 없이 툭 한마디 던진 그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어느 날 아침 한 가정의 출근길 풍경.

“자기야, 내게서 뭐 달라진 것 없어?”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람. 달라지기는 뭐가 달라져. 매번 보는 게 똑같지. 아침부터 바빠 죽겠는데. 하여튼 여자들이란 할 일이 없으니까 희한한 꼬투리를 만드는구먼. 그럼에도 답변의 의무감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지만 남편은 변화된 무언가를 쉽게 캐치하지 못한다.

‘아침부터 뭐하는 짓이람. 그냥 이야기 하면 되는 일 가지고 꼭 이렇게 질문을 해대니.’

그래도 무언가 이야기를 하긴 해야 할 터 이었다.

“머리 새로 했나 보구나.”

묵직한 남편의 대답에 아내는 속이 상하고 만다.

“3주전에 했는데.”

깨갱~ 3주전에 했다고? 나 참.

그날 저녁 그는 김이 모락모락 서려있는 따뜻한 밥 한공기가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잊을만해지던 또 다른 아침 출근길 풍경.

“자기야 오늘 무슨 날인줄 알지.”

얘가 또 이러네. 환장하겠다. 무슨 날이긴? 내 꼴을 보면 모르니. 어제 새벽까지 술 마시고 늦게 일어나 지각만큼은 면하기 위해 허겁지겁 급하게 출근하는 날이지. 거기다 금월 판매실적 보고서 작성해 올리느라 고달픈 하루가 될 것 같은데 아침부터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람. 왜 꼭 아내는 바쁠 때 이런 질문을 해대는지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면 되질 않나. 그러면서도 지난번 악몽의 되새김을 하지 않기 위해 그는 잔머리를 최대한 굴려 본다.

‘생일인가. 아니야. 지난번 챙겨 주었었는데. 그럼 결혼기념일? 그건 아직 멀었잖아. 장모님 생신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남편은 심호흡을 하고 카운터펀치를 내뱉는다.

“우와, 곗돈 타는 날이구나. 그렇지. 역시 나의 기억력은…….”

맞장구를 쳐주길 원했지만 아내의 표정은 밝지 않다.

“자기랑 처음 만난 날이 오늘 이잖아.”

그날 저녁 그의 전철은 계속 되었다.

 

또한 여성에게는 보이질 않는 제3의 감각인 육감이 숨겨져 있다. 오래전 동굴 속에서 생활을 할 때 남자가 밖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왔는지를 알아차리려면 자연히 또 다른 무언가가요구 되어졌을 터. 눈치코치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여서라도 행태를 살피고 추측해 내야 되는 것이 여자의 임무였었다. 이것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 육감인데 이 능력은 대단하다. 굳이 남성들처럼 직접 외부로 꺼내어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차림새나 행적, 기분 등을 추론해 내면 거의 확률적으로 정답에 맞아 들어간다.

또 다른 가정의 이야기이다.

송년회다 뭐다 하다 보니 남편은 부서 분위기와 상사의 강권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여인들이 가득한 술집을 동반해야 했다.

‘이거참, 와이프한테 들키는 즉시 사망인데. 어쩐다. 안되겠다. 사우나라도 들렸다 가야 되겠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복장의 단정함과 충분한 명분을 준비 했음에도 집으로 들어온 남편에게서 왠지 모를 구린내를 포착한 아내.

“자기야, 좋은데 다녀왔나 봐. (콧소리를 내며)”

고단수의 넘겨짚는 말투에 남편은 정신을 차려야지 하면서도 이미 말려 들어간다.

“좋은 데라니? (더듬거리며 다른 곳을 쳐다본다) 나 참, 나는 자고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야. (강한 어조로 내뱉지만 한풀 꺾인 목소리로)”

남자는 가슴이 내려앉는다. 뭐야? 아는 눈치인데. 무슨 낌새를 친 건가. 내 옷에서 다른 냄새가 나나. 아니야. 넘어가면 안 되지. 마음을 다잡고 헛기침을 해댄다.

“그래? 좋아. 그럼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봐. 어디 다른데 다녀왔는지 안 왔는지 확인을 해보게.”

눈을 바라보라고?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남자란 동물은 무언가 켕기는 게 있을 경우엔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못하는 태생적 습성이 있다. 이에 결국 사선으로 쳐다보는 남편의 꼬리를 잡고 아내는 회심의 일격을 가한다.

“이것 봐. 내가 예상한 대로지. 바른 되로되. 바른대로 되란 말이야.”

 

시계 바늘은 자정을 훌쩍 넘었는데도 아내는 들어올 생각을 하질 않는다.

‘뭐야, 누구 만난다더니 아무런 연락도 없고. 내 이놈의 여편네를 이번엔 잡고 말리라.’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몇 시야?”

작정을 하고 버럭 고함을 내지른다. 기선제압이 최고니까.

“미안. 많이 늦었지. 아, 글쎄 왜 친구 순영이 있잖아. 밤이 늦었는데도 자꾸만 있다 가라고 하기에. 호호호.”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내가 척보니 술 냄새도 나고 분명히 다른 사람을 만나고 왔는데. 그래. 너 오늘 날 잘 만났다.

“누굴 만나고 왔다고?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얼굴에 다씌어있거든.”

남편의 한마디에 와이프는 섹시한(?) 빨간 루즈 입술의 얼굴을 일부러 더욱 한껏 들이민다.

“뭐가 쓰여 있다고? 그래 한번 그러면 읽어주라. 나도 궁금하니까. 빨리.”

당황이 되었다. 뭐야? 각본대로 되질 않잖아. 분명히 내가 보기엔 한풀 꺾여야 되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남편은 작전상 후퇴를 외치며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말로 여자를 못 당하듯 이런 이중적인 면이 도사리고 있는 한 남성은 여성을 도저히 당해내지 못한다.

야누스의 형상처럼 구중궁궐의 깊고 깊은 터널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

그렇다면 조직생활을 통해 접해본 그녀들의 일면은 어떠할까?

 

 

“여행 가는데 꼭 드레스를 입고 참여해야 하나요? 챙겨야할 짐도 많은데.”

“예. 사장님의 방침 이래서요.”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제주도 행사가 있을 때마다 쏟아지는 전화 클레임 내용이다. 영업사원들중 신규 팀장 대상 초청시 드레스 복장 의무 착용 건으로 인해서이다. 외부 숙박이 있는 경우 여성들은 기본적으로 챙겨야할 것들이 적지 않다. 여러 벌의 갈아입을 옷이며 화장품, 헤어 드라이기, 각종 액세서리, 신발 등. 그런데 거기에다 부피를 차지하는 드레스까지 추가로 챙기려니 이맛살은 더욱더 찌푸려진다. 그래서 공항에 도착하여 나오는 그녀들의 얼굴에서는 본사의 뜻대로 맞추어 오긴 했지만 무언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하지만 숙소에서 변복(變服)을 하고 예정된 장소에 들어오는 그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눈부신 웃음과 상기된 자태로 180도 달라져 있다.

앞치마를 걷어 제치고 한껏 멋을낸 도발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무도회에서 백마의 왕자를 기다리는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으로

수많은 꿈에 마음 설레던 열아홉 살 꽃다운 봄 처녀의 모습으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들의 신분 이었기에 아마도 결혼식 웨딩드레스 이후로는 처음으로 이런 복장을 하였을 터.

그녀들의 표정은 첫날밤 신혼 초야를 치루는 새색시의 설렘과 같다. 다소곳, 어색함, 두근거림, 설렘, 기대감, 왠지 모를 흥분 등. 요염한 스텝으로 도열해 있는 본사 직원들이 건네는 빨간 장미꽃 한 송이와 함께 레드카펫위 에스코트를 받으며 입장을 하는 그녀들. 조금은 풍만한(?) 각선미를 마음껏 자랑하며 걸어오는 그네들의 모습에는 각자 살아온 나름 인생의 자부심이 묻어 나온다. 남쪽나라 제주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쌀쌀한 야밤에 팔뚝 살과 허벅지 살을 보일 듯 말 듯 드러낸 채, 긴 드레스 복장의 그녀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느 미스 코리아 대회 못지않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인 페이스페인팅, 다트, 투호 등의 시간. 럭셔리한 차림의 복장답게 우아한 여인네로 게임에 임하던 그녀들은, 상품이 걸리고 서로간 경쟁이 시작되자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외적인 드레스 의상과는 상관없이 마트에서 할인상품 판매시 벌떼같이 달려드는 아줌마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해, 오로지 상품에 목숨을 거는 그녀들로 돌변한 것이다. 새치기, 밀치기, 옆치기 등을 이용하여 서로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갑자기 행사장은 도떼기시장으로 변하였다.

“줄을 서시오. 줄을!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메가폰을 쥐고 소리 질러 질서를 독려해 보지만, 그녀들의 강력한 전투력 앞에 직원들의 방어선은 허물어져 내린다. 상품을 달라고, 화살을 달라며 마라푼다처럼 달려드는 그녀들 앞에 급기야 나는 무서움까지 느꼈다.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돌아간 그녀들 뒤로는 전쟁의 참혹한 흔적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나뒹굴어진 상품 박스, 널려있는 각종 쓰레기들이 당시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서장에 불과하였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이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댄스파티이다. 남자 영업부 직원들과의 커플 댄스시 함께 어우러지는 그녀들의 모습은 인도의 성적인 행위를 묘사하는 어느 부조 상을 연상하게 한다. 람바다의 음악에 맞추어 질펀하게 드러나는 허벅지의 살은 나의 가슴을 죄어들게 만든다. ‘여인의 향기’ OST(영화) Por una Cabeza에 맞추어 추는 그들의 탱고는 뇌쇄적이기까지 하여 샤론스톤이 부럽지 않다.

과연 저들이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분들이 맞는지

과연 저들이 꼭 드레스를 입고 가야 하냐며 핏대 올리며 항변하던 분들이 맞는지

과연 저들이 와인 잔을 기울인 채 조금 전까지 점잖을 떨면서 요조숙녀처럼 식사하던 분들이 맞는지.

그러다보니 가물가물 묻혀 있던 오래전 기억의 한 가닥이 다시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영남권 영업부 부서 발령을 받으며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 가을 단풍놀이 행사 운영 이었다. 영업을 하는 조직의 특성상 사기 앙양을 위한 이 같은 행사는 필수이지만 나는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했다. 이쪽 지역 조직원들의 특성중 하나는 한마디로 드세다는 데에 있어 선배들이 이곳을 떠날 때는 몸이 축나는 전례를 보아왔기 때문이다. 관광버스에 올라탄 첫 만남에서 무슨 품평회를 하듯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빛은 심상찮아 보였다.

“반갑습니다. 여러분과 앞으로 동고동락을 함께할 싱싱한 총각 이승호 입니다.”

“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확실히 그녀들은 외모를 떠나서 총각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야유회를 만끽하기 위한 여정의 출발점은 버스안 에서의 음주로 시작이 된다. 주거니 받거니 하던 그네들의 잔은 어느새 나에게로 표적이 되어 돌아왔다.

“이 대리님. 참하게 생겼는데 한잔 하이소.”

“넵.”

마산의 무학소주와 매실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막걸리의 3중주와 함께 조금씩 발그레해지는 그녀들의 표정이 절묘한 하모니를 연출해 나간다. 술도 한잔 먹었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는 기사님의 트로트 메들리 테이프와 함께 사천만 국민들이 좋아하는 발바닥의 때를 벗기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말 그대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춤사레가 펼쳐지는데, 이런 자리에서 영업부 직원의 역할 중에 하나는 그녀들의 흥을 돋워 주는 것이다. 그런데 100퍼센트 아줌마 부대와 함께하는 가운데 남자 한사람인 내가 그들과 대적하는 것은 말이 그렇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악이다 깡이다의 근성으로 이박사의 트로트 메들리로써 분위기를 압도하며 정면 돌파를 한다. 수많은 여인네의 손을 잡고 살리고 살리고를 외치며 비트박스와 함께 분위기를 최고조로 올린다. 그러면서 날렵한 몸매의 강점을 살려 의자 팔걸이 받침대를 발로 디디며,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공중으로 붕붕 날아오르는 필살기가 버무려지니 아줌마들의 열광적 환호는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숨을 헉헉대며 속옷은 이미 흠뻑 젖은 채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는 가운데, 최종 도착한 곳은 마산 어시장 부근의 아라비안나이트 클럽. 예나 지금이나 왜 나이트클럽은 모두 다 이름이 야릇한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곳에서 다시 2차의 액션은 계속된다.

 

아직까지는 가부장적인 대한민국 사회이기에 여성들은 대체로 남성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평소에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사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견되는 독특한 질병 중에 하나가 화병(火病)이다. 밖으로 터뜨리지 못하고 속으로 쌓아두기만 해서 울화병(鬱火病) 이라고도 불리는 화병. 거기에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에게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한겹더 포장이 된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터뜨리는 스트레스 해소의 분위기는 대단하다. 특히나 좁은 스테이지 무대 위에서 그것도 어두침침한 가운데 오색 조명이 난무하는 곳이라면 상상불허다. 수많은 여인네들과 어우러지는 수컷 한 마리와의 막춤은 어쩌면 전등 불빛을 보고 날아드는 불나방의 군무와 같다고 여기면 된다. 술도 마실 만큼 마셨고 분위기도 한껏 자유로운 공간에서 이따금 그녀들은 이성을 놓기도 하여, 평소에 조용하고 얌전하며 새침데기였던 분들이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점점 나를 정점으로 원으로 둘러싸며 조여 오는 그녀들. 말 그대로 그들은 남편에게서, 사람들에게서, 자식들에게서, 시댁 식구들에게서 받았던 억눌렀던 감정을 본사 직원인 나를 통해서 대리 해소한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으로 옷이 벗겨지고 속옷이 찢어지는 사태가 발생되기도 하여진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단풍놀이는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줌마들의 안전 귀가를 위하여 친절하게 택시까지 잡아드리고 나면 그제야 숙소인 여관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며 오늘 일과를 마무리 짓는다. 영업부 초기에는 이런 행위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내가 이 짓 하려고 이곳에 입사했을까?’

‘계속 이럴 거라면 빨리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잠을 뒤척여 충혈된 눈으로 다음날 아침 해당 거래처를 들리면, 그녀들은 언제 그랬냐든 듯 어제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조신함으로 나를 반긴다.

“이 대리님. 어제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스트레스가 쫙 풀렸어요.”

“애쓰셨습니다. 매출 100% 파이팅.”

그럴 때면 간밤 그토록 나를 힘들게 하였던 그녀들이 과연 맞는지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여자. 여자는 도대체 무엇일까.

현실로 돌아와 늦은 밤까지 상념의 허상을 잡고 있다 보니, 책상 위의 마늘님 사진이 부릅뜬 눈을 치켜들며 한마디를 건넨다.

‘농땡이 부리지 말고 글 쓰는데 집중 하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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