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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9일 22시 58분 등록

서문 : 생활사진가가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

 

 

"인간에게 성찰하지 않는 삶은 정말로 살 가치가 없는 것이다"

-  버트란트 러셀, <서양의 지혜>의 마지막 문장 -

 

사유하라.JPG 

<생각하는 여섯 살 아들>

 

먼저 '생활사진가'란 단어부터 짚고 넘어가자. '전문사진가'가 사진을 밥벌이로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면, '생활사진가'는 사진을 취미삼아, 생활삼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5,6년전 모 문화강좌에서 쓰이기 시작한 말인데 지금은 사진이 생활 속에 녹아들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인지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나 또한 '생활사진가'이다. 사진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신을 깜짝 놀라게할 '작품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지는 마시라. '생활사진가'는 결과물보다는 사진을 하는 행위를 중요시하니까. 취미와 생활조차 경쟁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생활사진가는 실력이 떨어진다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취미로하지만 작가보다 더 뚜렷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생활사진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6년 전, 난 사진을 배우고 있던 친구에게 부탁해 중고 보급형 디카(DSLR)를 샀다. 그저 아이를 포함한 나의 일상을 찍고 싶었다. 그 뒤로 일상을 찍고 인화하고, 사진벽과 액자를 꾸미고 사진책도 만들면서 사진은 나의 가장 좋은 취미가 되었다. 더불어 다양한 사진책을 읽으면서 사진의 매력에 푹 빠졌고, 사진 전시회와 갤러리를 드나들게 되었다. 그렇게 실력은 둘째 치더라도 생활 속에서 사진을 즐기는 사람이 된 것이다.

 

이제 사진은 우리의 삶에 가장 깊숙이 들어온 예술 도구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돌 사진부터 시작해서 기념할 만한 삶의 순간들을 사진 이미지로 붙잡아 놓았다. 그러다 이제는 디지털 사진기의 보급으로 특별한 순간 뿐 아니라 일상의 모든 것들을 담기 시작했다. 그만큼 사진은 우리와 친근해졌으며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사진 잘 찍는 법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기술적인 방법을 배워 눈길을 끄는 이미지를 만드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그것도 사진을 즐기기 위해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작 더 기본이 되는 '사진이란 무엇인지,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왜 사진을 찍고, 사진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은 부족하다.

 

 생활사진가가 사진을 즐기는 목적을 생각해 보자. 그것은 일상을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철학이야기>의 윌 듀랜트는 "과학은 우리에게 지식을 주지만, 철학만이 지혜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일상을 잘 살아갈 지혜가 필요하다. 철학은 개인이 더 나은 삶을 살려는 노력과도 같다. 그런데 이것은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은 노예가 되겠다고 스스로 자청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무기력 해지고 무관심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에게 '생각하기'를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다. 그렇다면 생활사진가가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다. 철학은 '자유'와 같은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철학의 벽이 너무 높고, 전문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를 풀 방법은 생활사진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며, 그 생각을 사진으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사진을 통해 삶의 변화를 체험해 보아야 한다. 예술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듯이 말이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큰 변화가 있기 전에는 언제나 대중의 언어로 새로운 글쓰기를 하던 문필가들이 나타났다. 어려운 말과 미사어구로 장식된 형식적인 글만이 판을 치다가 보통 사람들이 명료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중세의 끝에 <신곡>을 쓴 단테가 그렇고, <파우스트>를 통해 근대적 인간상을 그려낸 신성로마제국의 괴테가 그랬다. 프랑스에는 민초의 이야기인 <레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가 있었고, 중국인의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준 <아Q정전>의 루쉰이 있었다. 유명한 토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혁명을 글쓰기로 준비했던 사람들이다. 넘겨 집자면 현대의 한국에는 정치를 일상으로 끌어 내린 김어준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 뿐이 아니라 과학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정재승, 신학과 철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김용규, 심리학을 통해 여가의 중요성을 말하는 김정운, '23가지 거짓말'이란 대중 경제서적을 쓴 장하준, 현대미술을 쉽게 소개 한 조영남 등 각 분야에서 대중적 글쓰기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건 우리 사회가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 시대가 쉬운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다. 커다란 변화를 품고 있는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또한 이 시대적 요청에 몸을 던지고 싶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떠들어 대고 싶은 것이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더 좋은 조건이다. 더 자유로울 수 있고, 학문적 틀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학문적으로 비판받으면 난 그냥 신경 쓰지 않으면 된다. 내가 신경써야할 부분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냐 없는냐 또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냐 없느냐'이다. 평범한 사람의 글쓰기가 더 혁명적일 수 있다.

김어준이 말했듯이 정치는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정치엔 관심조차 가지기 싫다는 사람들은 속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대중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일부러 정치 무관심을 조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삶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정치를 대중들이 일상적 언어로 이야기하고 소통한다면 어떻게 될까? 예술도 똑같다. 먹고 살기 바쁘다고 예술에 관심이 없는 당신은 속고 있는 것이다. 우리를 지상에서 초월로 나가게 해주는 수단인 예술에 대해 대중들이 일상적 언어로 이야기하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시대가 혁명의 시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거창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생활사진가가 직접 사진에 대해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 생각하고 글을 쓰는 행위가 나에겐 '철학'이다. 그동안 사진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사진을 매개로 글을 쓸 것이다. 사진이라는 가장 현대적인 매체의 특성을 잡아내서, 사진이 표현하는 다양한 것들을 이야기와 설명 형식으로 풀어 볼 것이다. 사진이 나를 매혹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렇다. 이젠 무작정 사진을 찍지는 말자. 사진 촬영에서 중요한 것은 눈길을 끄는 쨍한 사진이 아니라 '왜 찍으려하며 그것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이니까. 다른 말로 사진은 '찍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사진으로 생각하기'를 통해 우린 삶의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나아가 스스로를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약속한다. 그게 예술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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