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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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나무를 보러 가는 길, 가로수는 우리동네의 플라타너스와는 달리 가지가 좀더 시원스럽게 뻗어 있습니다. 인도의 중앙에 심겨진 가로수를 지나서 빨간벽돌건물이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버드나무 하나를 소개받았습니다. 온통 주변이 벽돌로 된 곳에 오직 그 나무를 살린 구조였습니다. 바로 옆 건물에도 같은 나무가 있었다고 합니다. 나무는 없어지고 그곳에는 조각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한참을 걸어서 마로니에 공원에 갔습니다. 공원에 이름을 준 나무를 만났습니다. 잘 뻗은 가지가 파란 하늘에 수묵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나무여행>이란 책을 쓰고 싶어하는 이 사람과 길을 걸으면 대학로에서도 인사동에서도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나무를 새로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저에게 마로니에를 소개한 이 사람은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우리 주위에 나무들이 많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합니다. 자신이 가진 나무들을 보는 따스한 시선을 전해주고자 하는 바램이지요.
책을 쓰고자 하는 이 사람에게 저는 자꾸 물었습니다. 나무로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냐구요.
'다른 사람들은 당신처럼 나무를 보지 않아요. 나무에는 관심이 없어요. 어떻게 나무를 보게 하실거죠?'
''동물의 왕국'에서는 동물을 보여주면서 사람이야길 많이해요. 어떤 사람은 숲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해요. 당신은 나무로 무엇을 이야기하려하나요?'
'당신의 특별한 나무는요?'
'감나무요? 그건 어떤 나무인데요?'
'전 자작나무를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자작나무는 저에게 첫사랑의 나무예요. 편지지 브랜드가 '날고 싶은 자작나무'였는데, 그건 제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 설렘이 담겨서 그래요.'
그에게는 고향집의 감나무가 특별한 나무입니다. 가슴 속에 그런 나무 한그루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나무와도 그런 인연을 맺을지 모릅니다. 왜 여기에 있는지, 수형은 어떤한지, 잎사귀는 몇 개로 갈라졌는지, 잎사귀는 두툼한지, 나무눈은 어떤 모양인지, 나무 껍질은 잘 벗겨지는지 이런 사소한 것들이 궁금해질 것입니다. 그와의 만남에서 그의 나무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가 소개한 마로니에를 검색해보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나무여행>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하나 더 추가하는 법을 알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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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huck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