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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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
- 도종환의 시 <다시 떠나는 날> -
20120205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살이 찔 수 있다는 걸 상상해본적도 없었다.
출산 이후 불기 시작한 몸은 해가 갈수록 여기 저기 살이 찌고 있다.
몸으로 하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 하는 나이기도 하고,
최근엔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무언가를 주섬주섬 먹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살이 찌는 체질인 유전적 요인도 있고
무엇보다 심각한 빈혈 때문에 무조건 잘먹야 한다는 주치의 말에 힘입어
나날이 내 몸은 둥글어지고 있다.
최근 자주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그래서 오늘부터 '운동'이란 걸 시작했다.
집 바로 뒤에 운동기구와 400M 트랙이 꽤 잘 갖추어진 운동장이 있다.
건강상 뛰기를 할 수 없는 나는 빨리걷기를 한다.
400M 트랙을 빨리걷기로 2바퀴정도 돌고나니슬슬 땀이나기 시작한다.
한 겨울에도 땀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숨은 차오르지만 그렇게 다섯바퀴를 돌았다.
아이가 농구골대에서 자유투 200개를 성공시키는 동안 나는 그렇게 땀을 흘렸다.
새삼 겨울방학동안 매일 자유투 200개를 성공시키기를 하고 있는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아이랑 매일 하자고 약속했다. 물론 2월 한달이 되겠지만...
살빼기가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좀더 가벼워질 필요는 있다.
출산이후 6kg정도가 붙어 있으니 답답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이 시작으로 조금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듦을 믿는다.
이렇게 시작한다. 300일 +를...
#2 /120206
400M 트랙 다섯바퀴를 빠르게 걷는다. 요게 참 재미있다. 2바퀴를 지나면서 숨은 한없이 거칠어지면서 땀이 슬슬 나오려고 한다.
한껏 움추러 들었던 세포들이 이완되면서 살며시 고개를 삐죽이 내미는 것 같다.
세포가 조용히 열리는 것 같다. 그 열림 사이로 땀이 난다. 기분이 좋아진다.
좀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다.
그러고 보니 봄에는 땅이 헐거워 진다는 말이 생각난다.
겨우내 꽁꽁 얼고 움추러 들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땅이 헐거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땅이 헐거워지기에 싹이 난다.
황무지같았던 모든것이 죽어 있었던 흙에서 생명이 태어난다. 연두빛 세상이 된다.
이렇게 내 몸이 유연성을 갖게되면 내게서도 싹이날까?
연두빛이 될수 있을까?
희망이라는 싹이 나고 기쁨이라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이 될수 있을까?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를 읽고 있다.
한문장 한문장이 가슴에 콕콕박혀 온다. 까만 밤하늘에 별처럼 빛난다.
책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계속 읽고 싶어진다.
씹고 씹어서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책에서 소개한 책 들 중 읽지 못한 책들을 주문했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기다려진다.
박웅현처럼 나도 그들의 깊이와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눈을 갖고싶다.
노력하고 싶다.
아이랑 운동하러 간다.
이번 병원 결과가 너무 안 좋게 나왔다.
다시 골수 생검사를 하면서 이 동물적 검사에 고통과 맞써 싸웠어야 했으나
그보다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진다는 표현은 개나 주어라.
앞으로 어떻게 이 고통과 맞써 싸워 나가야 할런지 ....먹먹할 뿐이다.
그동안 의심소견은 있었으나 그건 아니라고 했었는데...
그래도 삶은 살아지는 것이고
평생 약 잘먹고 상처내지 말고, 감기 걸리지말고
세균에 감염되지 않게 철저히 관리 잘하면
나빠지기와 좋아지기를 반복하겠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하다고 하니
그나마 감사해야 하는 건가.
다행히 아. 직. 은.
이식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하니 고마워해야 할까.
'영혼의 자서전'을 읽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 때도 느꼈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이다.
스토리와 상관없이 문장 하나만 뚝 떼어놔도 은하수가 된다.
병을 알고나서인가.
너무 어지럽고 구토가 나고 숨쉬기가 괴롭다.
운동은 당분간 휴식이다.
(아버지) 내가 소리쳤다. (포도가 다 없어졌어요!)
(시끄럽다)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
영혼의 자서전에서 폭우가 쏟아져 1년동안 먹어야 할 포도가 다 떠 내려간 상황에서의 대화다.
카잔차키스는 그 순간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 순간이 인간으로서의 위기를 맞을 때마다 위대한 교훈 노릇을 했다고 믿었다. 욕이나 애원도 하지 않고 울지도 않으면서, 문간에 꼼짝않고 침착하게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억했다. 꼼짝않고 서서 재난을 지켜보며, 모든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혼자만이 인간의 위엄을 그대로 지켰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것.침착하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것.
울지않을 것이며, 매달리지않을 것이고 소리치지도 않을 것이다.
감정에 휩싸여 감정 소모하지 말고 냉정히바라 보는 것.
불운한 일이란 거의 언제나 다른 불운과 함께 닥치는 법이고 어제는 난장판이다가도 오늘은 웃어대는 것이 운명이라 했으니...
웃을 준비를 하자.
봄이면 생명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메마른 나무가지에서
화들짝 봄꽃이 피어나는 것을 볼때마다 그것은 분명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적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토록 찬란할 수 있겠는가!
그 환장하리만치 빛나는 기적 앞에 우린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
그 찰나의 기적으로 마침내 빛나는 열매를 맺기위한 나무의 치열함
혹독한 겨울동안 나무가 쉬고 있었노라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시림의 한복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 치열하고도 서러운 몸부림 끝에서
그렇게 봄은 온다.
그렇게 때는 온다
내게도 봄이 올 것이다. 곧 때가 이를 것이다.
기적처럼 꽃이터지듯
나만의 열망이 꽃이 곧 터질 것이다.
봄인가 싶던게 엊그제인데
봄은 온 누리에 싶숙히 스며들었고
어느새 자리잡은 푸르름에
문득 문득 놀라곤 합니다.
물안개 피어 나는 세량지에도
꽃 먼저 피어 나는 벚꽃에도
가지 가지 마다 연두빛 물들어 갑니다.
세량지의 봄은 그렇게 깊어 갑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잘 몰랐는데…사람들에게서 “여기가 어디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면 우연히 그때에 그곳에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간혹 그곳의 풍광 중 가장 아름다운 때에 그곳에 있었고
운이 좋아 ‘가장 좋은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게 되었던 것이지요
삶도 그렇겠지요.
지금은 비록 운이 좋은 때가 아니고, 가장 아름다운 풍광은 아닐지라도
곧 ‘가장 좋은 때, 가장 아름다움 모습’들로 채울 수 있겠지요.
오랫만에 일지를 작성한다.
일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밀려난 나의 일지...
단군이 분들께 일지 쓰기를 강권하면서 실상 나는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요즘 운동이 재미있어지고 있다.
운동이랄 것도 없지만.... 뜁박질을 할 수 없는 내가 선택한건 빠르게 걷기!!
새벽에 일어나 운동화 끈을 조여메고 400M트랙을 다섯바퀴정도 빨리 걷는다.
빨리 걷기에도 숨이 차오르고 땀이 송송 맺힌다.
다섯바퀴는 인내를 필요로 한다. 오랫동안 해와서 몸에 익은 이들은 잘도 달린다.
나도 매일 조금씩 속도를 더해 빨리 걷는다면... 그들처럼 뛸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새벽 운동을 마치고 들어놔 책을 1시간 정도 읽으면 시간이 너무 짧다.
운동에 새로운 재미를 붙인건 기쁘지만 책 읽을 시간은 부족하다.
밤 시간을 활용해 무언가 한가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밤에 하든지... 책 읽기에 시간을 내든지...
중간에 약간의 삐걱거림도 있었지만... 그동안 해 왔었기에 몸이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맘 먹으면 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100일 200일 300일 여정 중에서 조금 흔들릴지라도 결코 포기할 일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기쁜 일이다.
어제 오늘 많이 아팠다.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가 나올 때...
누군가 혹은 어떤 상황에의해 발목이 잡힐 때...
그것은 하나의 메세지 일 것이다.
자신을 성찰하라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겸손해지고,,,
그래 그런 것이다.
어제 오늘 많이 아팠고 또 내 자신에 대해 실망했고 미웠지만...
나는오늘도 배운다. 그리고 나를 믿는다.
분명 나는 더 성장할 것이고... 더 빛나는 존재로 다듬어 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분명히 나는 상처 받았고 상처가 아물고 치유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이 또한 나아질 것이다.
깊은물을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