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박
- 조회 수 403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아래는 3기 연구원 여해 송창용님의 글입니다.
막국수를 좋아하시나요?
막국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춘천 막국수이지만 양평에서 여주로 넘어가는 길목의 천서리 막국수도 꽤 유명하죠. 예전에는 그저 한적한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곳이 지금은 막국수로 집성촌을 이루었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막국수집이 하나가 생기더니 그 맛이 유명해져 지금은 주변으로 막국수집이 수십 군데로 늘어날 정도로 커졌습니다.
지금은 어느 집이 처음 시작한 원조집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막국수집이 생겼고 맛도 원조에 비길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너무 숫자가 많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문구들이 간판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원조’, ‘진짜 원조’, ‘원래 원조’ 등으로 쓴 문구들도 가지각색이죠.
서로 원조라고 우기는 천서리 막국수촌에 새로운 간판을 새긴 막국수 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천서리 네거리에 오픈한 집으로 100% 메밀만을 사용한다고 광고하는 막국수 집입니다. 그 길로 출퇴근하면서 처음에는 무심코 보아 넘겼는데 플랜카드에 적힌 내용이 하도 재미있어서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죠. 지금은 그 때의 내용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역사가 길지 않습니다. TV에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게 할 자신이 있습니다.”
등의 내용으로 길가에 플랜카드를 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내용을 보면서 ‘과연 저 내용을 보고 손님들이 얼마나 들어갈까?’ 하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플랜카드는 계속해서 붙어있었습니다. 한 1년여 동안 걸려있었던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문구가 식당에 걸려있었습니다.
“TV에 떴습니다. 모 방송국 프로에 방영되었습니다.”
라고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더군요.
드디어 방송을 탄 것입니다. 방송을 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만 ‘그 식당 주인 대단하네. 결국은 해내고 말았네.’ 라는 생각이 들데요.
중앙방송의 프로에 나올 정도면 그 집의 막국수 맛은 괜찮았던 모양이겠죠. 만약 상업성으로 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여기서 저는 다른 면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바로 그 식당 주인의 신념과 인내력입니다.
소신과 원칙의 대명사인 안철수 대표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신념만이 아니라 참을성도 있어야 한다. 주변의 평가에 일일이 다 신경을 곤두세우다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특히 그 평가가 비난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경우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풀리게 마련이다.”
더구나 원조식당이 있는 곳에서 자신만의 맛으로 승부하겠다고 오랜 시간 동안 파리 날리면서 기다릴 수 있는 무모할 정도의 집념은 박수 받을 만합니다.
우리는 과연 그 주인처럼 신념과 참을성을 갖고 있을까요? 더구나 경쟁은 치열해지며 변화를 강압하는 요즈음에 말입니다. 그만큼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고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겠죠. 일단 우선되어야 할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앙코없는 붕어빵이겠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사랑입니다. 몽골 초원을 달리며 나에게 나만의 기질과 재능을 주심에 감사드렸고 이제부터는 그런 나 자신을 사랑하렵니다. 자신을 믿어서 끝내 방송을 탄, 긴 시간동안 힘들었지만 불행하지 않았던 천서리의 그 식당처럼 말입니다.
송창용,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cysong@hit.halla.ac.kr)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6 | [소셜빅뱅] 3. 소유에서 공유로, 소셜 쉐어링 [13] | 승완 | 2012.03.05 | 5422 |
55 | 파우스트와의 거래 – 어느 화가의 이야기 | 최코치 | 2012.03.01 | 4063 |
54 | 과거로의 외출 - 이은남 | 옹박 | 2012.02.29 | 4001 |
53 | 하늘은 네 머리 위에만 있는 게 아니야 [1] | 경빈 | 2012.02.28 | 4079 |
52 | [뮤직 라이프] 나에게 쓰는 편지 | 승완 | 2012.02.27 | 4315 |
51 | 무기력 학습 하나: 호스피탈리즘 | 은주 | 2012.02.25 | 4799 |
50 | 나에게는 성환이라는 친구가 있다 (by 정철) [2] | 희산 | 2012.02.24 | 4415 |
49 | 기회는 기회의 얼굴로 오지 않는다 [3] | 최코치 | 2012.02.22 | 4271 |
48 | You raise me up - 김민선 [1] [13] | 옹박 | 2012.02.22 | 4185 |
47 | 권태 | 경빈 | 2012.02.21 | 3569 |
46 | 이리 오너라 벗고 놀자 | 승완 | 2012.02.20 | 6418 |
45 | 마켓팅의 시작 (by 김인건) | 은주 | 2012.02.17 | 3692 |
44 | 나의 보물창고, '동대문 종합시장' (by 심신애) | 희산 | 2012.02.17 | 8624 |
43 | 어느 사부(射夫)의 일기 | 최코치 | 2012.02.16 | 3663 |
» | 드디어 방송을 타다 - 송창용 | 옹박 | 2012.02.15 | 4038 |
41 | 갈림길에서 길찾기 | 경빈 | 2012.02.14 | 3464 |
40 | 빛의 노래 - 캐논을 들으며 [1] | 승완 | 2012.02.13 | 5126 |
39 | 라디오 스타 (by 최우성) | 은주 | 2012.02.11 | 11510 |
38 | 널널함에 밀려드는 '그냥' (by 류춘희) | 희산 | 2012.02.10 | 3829 |
37 |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 최코치 | 2012.02.09 | 4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