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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5일 08시 55분 등록

나에게 시란 무엇인가?

 

시인을 사랑했다. 시를 읽기 시작했다. 나는 도통 시가 어려워서 그 동안은 시를 읽은 적이 별로 없다. 주로 소설이나 수필을 좋아했고, 전공도 소설을 했다. 시는 신의 경지에 있는 분들이 짓는 장르였다. 그러니 신을 사랑한 것인가?

신께서 어느 날 전화를 했다.

“뭐하냐? 일 끝났냐?” 나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대답을 하면 만나주려던 마음을 거둘까봐. 말을 돌려, “왜, 놀아 주려고?” 하고 반문했다.

전화기 너머로 신의 모차르트 같은 그 특유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놀 시간은 없고 공부를 좀 해야겠는데, 어디서 하지? 남들처럼 까페에 가서 할까?”

“그럼 우리 동네 까페로 와! 아니다 도서관 어때?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와라!”

“맨 날 지네 동네로 오래!” 그러면서 들리는 웃음소리.

“그래, 그럼 가 있어! 내가 금방 챙겨서 나갈게.”

전화를 끊고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내가 신을 만나도 되는 것인가? 인간이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발걸음은 서두르고 있다.

어떤 정신으로 도서관에 갔는지 기억이 없다. 차를 타고 갔는지, 달려 갔는지, 걸어 갔는지. 나는 도서관에 도착했고, 신을 찾았다. 열람실 한 쪽에서 시집을 읽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맞은편에 앉아서 내 책을 꺼냈다. 무슨 책이었는지 기억이 없다. 시선은 신을 향하는데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러나 신께서 무슨 시집을 읽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난다. 김기택의 <사무원>, 나희덕의 <어두워진다는 것>, 양현구의 <개굴이네 집>, 박성우의 <가뜬한 잠>.

 

그날 나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이 써졌다.

 

 

도서관이다.

그 사람이 앞에 있다.

눈을 들면 그가 보인다.

그러나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내 것이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인가

전화기의 그를 알려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올 때의 환희란!

 

환희는 정신을 혼미하게 한다.

낮 동안 잊고자 했던

그 사람의 목소리가 수화기 저 편에서 들린다.

 

 

괴로운 사랑이었다. 신을 사랑한 인간, 오랜 고통 끝에 인간은 신의 창조물만 사랑하기로 했다. 시를 읽기 시작했다, 김기택을 읽고, 문태준을 읽고, 천양희, 허수경, 나희덕, 복효근, 곽재구, 이문구, 박남준, 안도현, 김용택, 정호승, 정양, 도종환, 백석, 신동호, 황동규, 황지우, 박노해, 백무산, 신동엽, 함민복, 이성복, 이병초, 이원규, 이병률, 박성우 등을 읽었다.

말로써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시라는 것인가?

IP *.123.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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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2:37:26 *.166.160.151

신의 창조물을 통해서 신을 사랑한 거겠지요.

마주앉아 있으면서 들수 없는 고개.

아마 뛰는 심장소리가 도서실을 울리지 않았을까요?

좋은 사랑을 가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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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1:37:22 *.123.71.120
흐흑... 슬픈 사랑이랍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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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3:24:37 *.200.81.18

저도 내일쯤 도서관에 가볼랍니다. 모처럼의 휴가를 시인들과 함께하려구요~ 말씀해주신 시인분들 참고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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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1:40:15 *.123.71.120
시인들은 공부 안하고도 일필휘지로 글을 쓰는 줄 알았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우리도 열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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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5:14:25 *.161.70.32

좋은 시를 많이 읽으셨네요.

덕분에 여러 시인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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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1:41:37 *.123.71.120
많이 읽지는 못했구요... 접했다고 하는게 적확한 표현인거 같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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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7:09:34 *.89.208.250

시 수업들으면서 읽었던 시인들 작품이 생각납니다.

작품을 읽고 있을때는 몰랐는데, 지금 시인들 이름을 보니깐

시 내용과 일치가 되어서 떠올려 지네요.

정말, 시는 그 사람의 거울인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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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01:46:47 *.123.71.120
저는 몇편들만 그림이 그려지고, 이미지만 남아요... 제 글이 너무 관념적인 것의 이유이지요... 오늘은 칼럼스럽지 않게 완전 문체를 바꿔봤는데... 엎어치나 매치나 창피한 것은 마찬가지군요.. ㅠㅠ 격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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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8:01:11 *.238.85.60

너무 내공이 깊으신거 아녀요? 소개해 주신 시인분들의 작품을 찾아봐야 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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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5 18:58:18 *.123.71.120
아뇨... 시집 한권 읽으면 이해되는 시는 몇 편 안되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 여전히 어려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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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문윤정
2012.03.06 08:19:59 *.85.249.182

노자르트와 같은 신, 신과 같은 모짜르트 그 분이 궁금해요.

시라는 것은 읽는 즉시 잊어버려요.

읽고나면 슬픔, 혹은 그리움 감정들만이 남아있어요.

그것이 시인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시로 발전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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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4:58:43 *.123.71.120

계속 시를 읽고 있자니...

그 감성이 주체하기 힘들어지네요...

신들의 그 대단한 에너지들이 모두 전이되는듯.

오늘 오전엔 바람 좀 맞고 왔습니다.

봄인듯, 겨울인듯...

만경강 뚝방길에서 맞는 바람에

한 올, 한 올 흘려놓고 왔더니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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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4:29:09 *.36.72.193

글을 읽으면서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그런 느낌? ^^

저는 잘 모르는 시인들을 알게 되어 참 좋습니다.

다음 과제에 많은 도움 받게 됐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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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15:04:01 *.123.71.120
도움이 되는건가요? 이렇게 감사할 수가... 저는 아직은 한 번에 읽어서 이해가 가는 시들에 끌리는 듯해요... 박성우 시인은 이번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정말 좋더군요... 요즘 아아들 표현으로..정말 쩐다!!! 는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어요... 또 나희덕 시인은 예전부터 좋아했는데... 여전히 좋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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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00:28:45 *.229.239.39

정말 많은 시인들의 글을 접하셨네요.... 부럽기도 하고 감탄사 연발 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시인들의 시를 읽고 계신가요? 혹시 시인을 꿈꾸고 계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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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7 13:54:52 *.234.209.104
정답입니다!!! 학이시습님.. 께 처음 고백하는 겁니다...(쑥쓰~)...너무 반가워요^*^ 댓글에서(제 글 뿐만 아니라)못뵈서 은근 기다렵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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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 20:42:51 *.154.223.199

난다님. 신이라니......이런 난다님....이런이런

시를 사랑이라고 하신 분이 있더니 이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니...아, 난다님.

난다님께는 말줄임표 백 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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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0 02:05:47 *.123.71.120

제가 신께 불경죄를 저지른건가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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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0 11:44:22 *.154.223.199

난다님 그럴리가요. 절대 그런 게 아니에요. 

'신'이 나오시자마자 깜짝 놀라서, 난다님의 시를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을 가늠하려는 것, 말로 하려는 건 부질없겠다 싶었어요.

근데 저렇게 저의 댓글이 뭉툭했던 건, 직전에 마신 복분자주가 막 효력을 발휘하고 있었나봐요. 

'술김에 그랬어요, 취해서 기억이 안나요' 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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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0 12:36:02 *.123.71.120

오올~음주 댓글(이거 제 주특기인데^^)ㅋㅋㅋ 저도 농이었는데...정색을 하시고 답글을...ㅋㅋㅋ시와 함께 하니 맨날 며칠 술만 땡기더라구요...ㅠㅠ 키츠의 우울에 대한  송가가 생각나는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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