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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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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2일 11시 30분 등록

 

화면에 어른거리는 삼십삼 ‘33’ 이라는 숫자를 노려 본다. 왜 하필 나는 서른 개 하고도 세 개를 더 보태어 어설픈 시집을 엮어낸 것 인가. 톺아보자. 어정쩡한 이 시집의 출발은 삼십삼에서부터 시작한다.

 

여지없이 시선이 머무는 지점은 사람이다. 사람의 나이와 포개어진 삼십삼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희미하고 회색이며 또한 아프다. 젊음을 설명하기에는 뜬금없고 늙음을 이야기하기에는 난데없다.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다. ‘아침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는 문지방의 나이며 너와 나 사이에 쳐져 있는 유리 벽과 같은 나이다. 가끔 그 유리 벽을 깨기 위한 발버둥으로 피 흘리는 일도 잦다.

 

시를 노래한 김광석이 그러하고 배우 박용하가 그러하다. 조선 비운의 왕 철종의 조용한 외침이, 그리고 대륙을 호령한 알렉산더 왕의 장렬함이 그렇다. 시대를 풍미한 브루스 리(이소룡)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을 떠나 인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예수라는 사람, 그의 성스러운 피는 여럿의 가운데 가장 윗자리에 있다. 시인 김승희는 말한다 “33세에 죽었다가 그리고 33세에 부활한 예수. 그는 나이 33세의 아침에 우리 집의 천장을 뚫고 마치 은사시나무처럼 온몸에 별 빛을 두르고 펄럭인다. 어서 가서 네 일을 마쳐라.”

 

그렇지 않은가. 부활, 다시 영원히 사는 법은 낡고 잗다란 숙명을 끊어버리고 주어진 운명에 저항하는 곳에서 시작한다. 생의 그 지점은 서른 세 해 언저리의 어느 날이 될 것이고 그 어느 날에 나는 서른 세 가지 시를 그 열쇠로 삼아 과거 나를 무겁게 누르던 관 뚜껑을 열어 제치려 한다.

 

그 발버둥에 기꺼이 동참해준 스물 여섯 명의 시인에게 경의를 담아 오랫동안 고개를 숙인다. 그들은 황무지와 같은 배금(拜金)의 시대에 바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시인으로 살아내어 주었다. 또한, 비인간적인 악취가 맹렬히 들이치는 세상에서 황당무계하게도 시인의 모습으로 살아내고 있다. 이단의 시선과 이방인의 시선을 모두 감내하고 시를 위한 그네들의 고심참담은 오늘 계속된다. ‘시적 허용이라는 가공할만한 면책 특권이 없었다면 오늘의 시판에서조차 그들은 고사했을 터.

 

그러나, 그들이 끝까지 그리고 어기차게 살아내어 주어 오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은혜를 입는 자들은 어이없게도 우리들이다. 고맙고 부끄럽기가 그지 없다. 그들에게 진, 갚을 수 없을 만큼의 사회적 부채를, 단지 고개를 오래 숙임으로 끝날 수 있는 일인가. 끊임 없이 반문하자. 그것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리고, 삶을 다시 살게 하는 서른 세 개의 열쇠를 잡고 과감하게 비틀기까지 내 손의 괘적을 함께 해준 이들이 있다. 김현과 정민, 고종석과 강신주, 신영복과 김용택 그리고 김수영. 그들은 인류의 시와 시인의 고갱이를 그네들의 아름다운 언어와 매서운 눈으로 엄선하였고 나는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그 시선(視線)들을 오로지 나를 위한 열쇠로 취했다. 용서하시라.

 

어쩌겠는가. 이미 봄이다.

 

IP *.51.145.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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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20:54:23 *.97.72.114

험준한 설산을 오를 때처럼 초지일관하는 열정과 폐기와 늠름함 그리고 지독한 끈기... .

 

그러다 쌍코피 터지고 말겠시유.^^ 이미 터져부맀다고라?

 

아따, 우짤라고 그리 비장하당가요?

 

쉬엄쉬엄 너스레도 떨고 가끔 뻘소리로 웃기기도 하고 뭐 그렇게 한솥의 비빔밥을 털어 놓아도 봅시당.^^

 

지켜보는 내내 숨이 가쁘고 조마조마하기도하며 내공과 깊이에 감탄도 나오고 뭐 그렇더라고라.

 

용가리 통뼈 없이유. 아프덜 말고 길게 오래 가려면 즐기서유~   

 

그럼 너무 애쓰덜 말고 오늘 밤일랑 푹 쉬서유.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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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3 21:05:46 *.123.71.120
제가 좋아하는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니 너무 반갑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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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4 08:20:46 *.51.145.193

써니님, 항상 지켜봐 주시고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뵙고 길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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