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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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가 필 때도 그렇고, 별 하나가 뜰 때도 아마 그럴 것입니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최선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야 살아지는 것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쳐다보기 시작했을 때, 이 아이는 자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평화였습니다. 너무 작아서
신기할 뿐입니다. 그러다가 얼굴의 표정이 조금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이마에 구름처럼 온갖 주름이 다 모여들고 입이 벌어지더니 울기 시작합니다. 어떻게나 힘을 다해 우는 지 얼굴이 온통 빨개집니다. 우는 것이 제가 해야할 모든 것이듯이 온 몸으로 온 힘을 다해 웁니다. 한참을 그렇게 보고 있었습니다. 저것이 생명이구나 했습니다. 저렇게 해야 살아지는 것이구나 했습니다.
어제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푸른 하늘을 등지고 오월이 시작되는 북한산이 뚜렷한 윤곽선으로 서있고, 하늘에는 이른 여름을 품은 듯한 흰구름이 떠 있었지요. 강변을 따라 오가며, 나는 그 강물들이 빛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 새벽에 집을 나서면서 나는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었습니다. 신발도 제일 좋은 것을 신었습니다. 또 하나의 운명을 만나러 그렇게 집을 나섰지요. 삽 십년 전에 처음 아빠가 되었습니다. 나를 아빠로 만든 그때 그 딸이 어제 딸을 낳았습니다. 그 딸과 그 딸의 딸 사이의 삽 십년이 내가 살아 온 삶의 태반이었나 봅니다.
우리는 어두운 자궁에서 시작하여 어두운 무덤에서 끝납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대로 '그 사이의 짧고 빛나는 순간이 바로 삶'입니다. 갓난아이가 온 힘을 다해 울어 어둠을 쫒고 삶이라는 찬란한 빛 속으로 들어오듯, 우리도 삶 속에서 온 힘을 다해 사랑하여 그 삶이 별이 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것이 곧 우리의 삶이니 사랑하지 않고 삶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오늘이 지극히 아름다운 오월 하루이기를.